세계의 공장 중국 노동시장이 달라진다
세계의 공장 중국 노동시장이 달라진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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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노동력 의존한 단기주의적 대응 벗어나 시장경쟁력 키워야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국 노동환경의 전환

생산요소에서 사회적 존재로 노동자 지위 변화

정부지도 하에 최저임금·노조활동 증가

2007년은 중국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이 선언했듯이 중국 노동법제 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실로 많은 노동법제 및 노동관련 간접적인 법제의 변화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를 강화한 노동계약법으로 2007년에 확정돼 2008년부터 시행됐다. 법제도만이 아니다. 중국의 시장과 노동시장환경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차이나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심심치 않게 한국기업들의 파산과 경영자들의 도주사건이 보도될 정도로 지금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공장으로서의 경쟁력은 상실되어 가고 있는데 반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요즘 실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칭해졌지만 2006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 추진되고 있는 조화사회 노선에서 단순히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의 시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소득향상이 있어야 구매력이 올라가고 시장경제가 발전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이제 노동자는 단지 기업의 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생산요소 관점보다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한 사회적 존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정부의 지도 하에 상승하고 있고, 모든 근로자들은 노동계약과 사회보험에 의해 빠짐없이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기업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노조가 없었던 기업들은 노조(중국에서는 ‘공회’라고 칭함)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방정부와 총공회는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노동계약법의 시행과 그 내용
단협체결권 인정, 퇴직금 제도 도입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보수 의무

 

2006년 중국 집권당은 ‘사회주의 조화로운 사회’라는 강령과 목표를 제기했고, 이는 노동과 사회보장 및 기타 분야의 ‘사회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중 2007년 6월 29일 최종 통과된 노동계약법은 가장 중요한 입법이자 논란이 많았던 법이다.

 

2003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입법계획을 확정한 본법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05년 10월 국무원 상무회의의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2005년 12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초안을 1차 심의를 한 후 2006년 3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초안을 공개하고 국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1개월간 가졌다. 이때 접수된 의견이 19만 여건에 이르며 중국 정부는 3차의 재수정을 거쳐 결국 최종 노동계약법을 입법했다. 초안의 내용이 총 7장 65조로 이뤄졌으나 최종안은 총 8장 98조의 항목으로 상당 부분 내용이 상세해졌고 대체로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① 노동계약법의 내용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조항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총칙에서 “노동자 권익보호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과 근로조건 등을 결정할 때 노동자 대표나 노조와의 평등한 협상을 통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② 다음으로는 장기적인 무기근로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무기계약으로 간주되는 범주를 명시한 것이다. 즉 만 10년 이상 근무하거나 만 1년 이상 서면계약 없이 근무한 경우는 무기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퇴직금 조항에 해당하는 경제적 보상금의 지급의무인데 1년당 1개월분의 경제보상금을 지불해야하므로 추가적인 인건비용이 발생한다.

③ 다음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을 넣어 둠으로써 향후 중국에서 집단적 노사관계의 기초가 되는 단체협약을 강화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기업 노동자와 사용자는 평등한 협상을 통해 근로보수, 근무시간, 휴식 및 휴가, 근로 안전 및 보건, 보험 및 복리후생 등 사항에 대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단체협약은 노조가 전체 직원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체결하고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급 노조의 지도하에 노동자가 추대한 대표가 사용자와 체결한다는 내용이다.

④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조항은,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보수의무 조항이다. 특히 “동종직무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없는 경우라도 유사직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보수를 참조해 정한다”고 폭넓게 명시한 것은 파견근로의 남용을 막고자 하는 취지이고 파견근로를 상당히 선호해 온 외자기업들에게 이 조항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이중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한국기업
단기적 대응전략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위기 초래

    
최근 중국에서 노동환경과 관련해서 두 가지의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은 지금  정책환경 변화가 심하고 특히 외자기업부문과 노동 분야에서 그렇다. 따라서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노동 문제는 이중의 변화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변화의 방향은 더 이상 가공무역과 저임 노동력으로 상징되어 온 중국의 매력에 기대지 말고 중국의 시장발전(내수시장과 노동시장)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반면에 한국기업들은 이 변화의 방향을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그 바람의 세기를 견디어낼지 우려하고 있다. 외자기업에 대한 법인세의 상승, 가공무역금지 및 일부 가공무역에 대한 증치세(우리의 부가가치세) 환급금지, 노조 설립 확대, 단체교섭의 촉구, 최저임금 및 사회보장제도 준수 강화, 노동계약 및 경제보상금(퇴직금)제도의 도입 등의 새로운 정책환경 변화에 적응할 능력이 갖춰진 기업이 많지 않고, 여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숙련인력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노동시장 환경까지 겹쳤다. 이 중 많은 부분은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거나 예고되어 왔던 환경이지만 법을 충분히 존중하고 환경변화에 충실히 대비해 온 기업들이 많지 않았기에 현재의 충격은 더 크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서구기업들은 최근의 변화들을 일부 기업부담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들이 중국시장에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장기적인 제도적 안정성과 법적인 투명성이 강화되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재중 EU상회가 EU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가 중국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 한국경제신문, 2006.9.13일자). 그런 점에서 중국 내 한국기업들의 문제는 외자기업 일반의 문제로 간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현재 한국기업들의 어려움은 지극히 한국적인 특성에서 문제가 확대된 것이 많으며 그 근본을 파고들면 중장기적 생존전략이 없이 단기주의적으로 대응해 온 것에서 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7년 5월 현재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은 4만개 정도이고 투자금은 350억 달러로 추계된다. 하지만 우리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투자한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집계는 힘들다. 중국은 한국의 제조업을 공동화시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져다 줄 정도로 블랙홀처럼 한국기업들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오히려 역공동화의 위기가 느껴지고 있다. 이는 환경변화에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중국 밖으로 탈출하거나 경쟁에 치여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기징후이다.

 

이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단기주의적,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벗어나 중국의 환경변화를 장기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응한 기업의 전략적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한국기업들의 대응방향
경영전략과 노동부문 전략 함께 고려
생산거점 아닌 시장개척 차원에서 접근

 

중국의 노동환경 변화는 결국 전반적인 경영환경 변화의 한 부분이자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다른 경영전략에 대한 검토 없이 노동부문에 대한 전략수립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렵고 반대로 노동부문에 대한 전략적 검토 없이 다른 경영전략만을 논의하기도  어렵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는 과거에 중국의 시장개척보다는 생산비용 관점의 고려가 중국투자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리고 값싸고 풍부하고 온순한 노동력이야 말로 지난 10여 년 동안 외자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으로 진출 러시를 이뤘던 배경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중국의 노동력은 값이 싼 노동력이라고 볼 수 없고 쓸 만한 노동력은 무한정 공급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를 강조하는 까다로운 노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임금수준을 높여서 생활향상을 촉진시키고 스스로도 이전 노동법이 경제입법이라면 이제는 사회입법으로서의 노동법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중국당국의 조화사회 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는 이전 사회주의 체제의 관성과 거품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마치고 적극적인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이 제품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외자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외자기업들은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거점이 아닌 주로 시장개척의 차원에서 중국 내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문제가 앞에 놓여 있다. 가공무역의 제한, 환경규제의 강화, 인건비용의 상승, 노사관계의 강화 등 생산공장을 운영하기에는 중국 내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주재원 대신 중국인력을 경영전반에 걸쳐 활용하라는 압박에 이어 최근에는 단순투자가 아닌 기술투자, 부분 공정이 아닌 전 공정의 이전을 요구하는 중국의 상황은, 현재 중국시장이라는 매력을 위해 기술을 이전시키고 장래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결국 중국기업들에게 중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이 잠식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외자기업들에 비해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시장보다는 생산적 이점을 보면서 진출한 경우가 많다. 지리적 이점이 작용한 것이다. 중소기업 중  많은 기업들이 가공무역에 의존해 왔고 대기업들도 한국과 중국을 연계한 생산공정을 구축해 왔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최근 정책변화는 다른 외자기업보다도 한국기업들에게 많은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값싼 노동력, 설비, 토지에 의존하지 말도록 규제하는 조치들과 아울러 일부 공정이 아닌 전 공정을 들여오도록 요구하는 중국측의 태도는 특히 한국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앞으로는 중국의 시장 확보를 염두에 두면서 생산거점을 확대할 것인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는 서비스업의 경우와 달리 설비의존도 및 원부자재 및 생산품의 물류비용 등이 매우 중요하기에 입지 및 제품 선택에 있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어 중국기업, 중국시장의 장기적 전망에 바탕을 둔 비교우위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동력의 조달, 인건비용의 통제, 노사관계의 구축비용은 중국내륙이 아닌 해안지역에 위치한 제조업들의 경우 매우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