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빠진 정부 에너지 정책
혼수상태 빠진 정부 에너지 정책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자가 앞장서 공공성 지켜내겠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LNG 직도입의 문제점은?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의 2대 공공재 중 하나인 에너지 산업의 수급 안정성이 깨진다는 점이다. 가스는 석유와 달라서 계약에서 공급까지 3~4년이 소요된다. 가스전 개발에만도 수년이 걸리고 가스가 있다는 가정 하에 개발을 시작해도 가스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스공사는 장기적 수급 계획 하에서 적기공급, 적기도입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직도입을 허가하면 이윤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 사업자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수급의 안정성이 깨지게 된다. 두 번째로는 ‘보편적 에너지 서비스’, ‘민생 연료로서의 공공성’이 큰 타격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용가스와 산업용가스의 요금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외국의 경우 가정용 요금이 훨씬 높은 편이다. 직도입이 허용되면, 경쟁 논리와 이윤 동기에 의해 산업용 가스 수요자들이 가스 요금의 인하를 요구할 것이고 공사가 이 요구를 받아 주려면 가정용 요금을 올려 손실분을 막는 수밖에 없다."

- 정부는 경쟁도입을 통해 오히려 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가스산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논리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스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 사올 수 있는 상품이 아닐 뿐더러 탐사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의 오일 메이저사와의 협상력도 중요하다. 탐사와 개발, 공급 자체가 독점인 상태에서 가스 수요국인 우리나라 내부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독점 공급자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정부 주장대로 경쟁을 통해 더 낮은 가격에 가스를 사올 수 있다고 해도 그 효과는 어차피 사후에나 검증이 가능한 것 아닌가. 정부가 내세우는 가격 인하 논리는 무분별한 ‘경쟁 신봉’과 ‘가스산업에 대한 무지’가 낳은 합작품이다."

- 국가의 에너지 안보 강화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이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틈이 있을 때마다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 과제’라고 하면서 개별 정책을 보면 정책의 방향이 전혀 없다. 수차례 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가스공사의 민영화안 후에도 정부는 ‘경쟁 도입’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원칙’만 있고 ‘각론’은 없는 상태다.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인데 외부 에너지 환경 변화에는 아랑곳 않고 국내 시장 개편에만 골몰한 결과, 이제는 에너지 안보 위협론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 예상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LNG 직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LNG 직도입은 이 사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 99년부터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분할매각, 민영화 방침의 일환이다. 분할매각도 민영화도 다양한 문제점과 저항으로 난관에 부딪히자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개방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정부 정책 탓만은 아니다. 민간기업의 가스 산업 참여 욕구, 외국자본의 가스 시장 개방 요구 등과 정부 정책이 맞물린 경우다. 이미 정유 시장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잠식된 상황에서 한국의 LNG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자본의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공익성과 상관없이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빴다는 지적이 있는데?

"타당한 비판이다. 그동안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제대로  된 정책 감시자 역할보다는 자기를 돌보기에 더 바빴다. 지난 5년간의 가스 민영화 반대 투쟁을 겪으면서 가스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부터라도 산업의 감시자로 나서려는 것이다."

"가스산업 구조개편, 민영화 저지는 전체 공공영역을 지켜내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민생과 직결된 공공 부문에까지 이윤 동기가 침범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역할과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국가스공사
신익수
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