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빅3 노사가 함께 혁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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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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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조정과 혁신
경영환경 악화-조합원수 감소
‘공동 위기’ 속 새로운 돌파구 모색
권순원 코넬대학교 노사관계학과/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

자동차 산업의 시장환경

2차대전 후 30여 년간의 도전 받지 않던 시절에 비하면 시장내 지위가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내 ‘빅쓰리(Big Three)’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빅3의 미국내 전 공장은 전미자동차노련(UAW: United Automobile, Aerospace and Agricultural Implement Workers of America, 이하 UAW)에 의해 완벽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단체 교섭 전국협약(national agreement)은 완성차 조립부문뿐 아니라 빅3 소유의 모든 부품 생산업체를 포괄한다.


1950년대와 60년대까지만 해도 빅3의 미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80%를 상회하고 있었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1955년 5%에 불과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긴 했지만 1970년까지도 15% 미만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고용규모 또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산업화 초기인 1917년 자동차 산업의 연평균 고용인원은 13만명에 불과했으나, 산업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1936년에 49만명, 그리고 1969년에 이르면 91만2천명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용규모는 가혹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8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되었다.


이렇듯 안정적 선순환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던 자동차 산업은 1980년대 들어 역사적인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되었다. 80년대 초반 경기침체는 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순환적 다운턴(down turn)이 누적된 결과였지만, 주요하게는 79년의 2차 공급위기(supply shock)와 자동차 산업 국제경쟁의 격화 때문이었다.

요컨대, 공급위기에 의한 유가상승으로 시장 내 차량판매가 급속하게 감소했으며, 수입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어 시장의 강한 압박요인이 되었다.


그 결과 1970년 14.7%에 머물러 있던 미국 내 신차 시장의 수입승용차 점유율은 1979년 21.9%, 1987년 30.7%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렇듯 시장관리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던 자동차 산업의 경영진은 1979년부터 82년 사이 산업 총 노동력의 29.4%를 감축했으며(99만400명에서 69만9300명), 다양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전략을 도입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도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이 시기의 경기침체로부터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상황의 호전과 경기회복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다시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고용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을 증가시켰으며 이로 인한 수익성의 호전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오랜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의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의 위축과, 외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내 현지공장(transplant) 건설 확대는 80년대 초반과 유사한 시장의 ‘이중압박(double pressure)’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현지공장들의 생산능력은 1990년에서 1999년의 10년간 약 63%(200만대에서 320만대) 증가했으며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외국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내 ‘트랜스’가 가속화되었다.


현지공장(transplant)들의 생산 기지(location)는 대부분 남부의 ‘오지’에 위치하는데 이는 무노조, 저임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세금 감면 등의 정책적 베네핏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제너럴 모터스는 이 시기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8만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을 해고시켰고, 수많은 공장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렇듯 가중되는 시장경쟁 하에서도 1993년 다시 시작된 경기회복에 힘입어 빅3의 경영 여건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수익 및 재무구조가 개선되었고 따라서 고용규모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1998년 자동차 산업의 고용규모는 99만5300명을 기록함으로써 전후 최고치였던 1979년의 99만4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러한 산업 전반의 호황 및 고용 규모 팽창은 주요하게 미국이 시장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경트럭(light truck)과 스포츠 유틸리티(SUV) 부분의 급격한 수요팽창에 기인한 것이었다. 순환적 경기변동의 파고가 다시 하향하고 있는 시점인 2000년 봄 자동차 산업의 고용규모는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2001년 11월 90만66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고용규모의 축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UAW였다. 산업내 총 고용규모가 여전히 90만명을 상회하고 있었으나 외국계 현지공장(transplants)의 비노조 고용규모를 차감하면 빅3의 고용규모는 70만명에 못 미치고 있었다. 아울러 무노조 독립 부품업체들의 상대적 증가 또한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요컨대, 국면적인 경기변화에 따라 생산 및 고용규모의 부침이 있긴 하지만 21세기 초반의 자동차 산업 경영환경이 기업에게나 노조에게나 그리 호의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90년대 이후 빅3의 경영여건

1990년대의 호경기 국면에서,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제너럴 모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성과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경쟁력 우위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연이은 시기에 제너럴 모터스는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켰다.


90년대 중반의 호경기에 힘입은 경영 개선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의 고질적인 재무구조 불안과 수익성 위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임러 벤츠와 합병을 추진한 가장 결정적 동인 또한 이러한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이었는데, 합병과 동시에 당시 크라이슬러의 최고 경영진 다수가 퇴출되었던 사건은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크라이슬러의 재정상태는 2001년 최악의 상황에 있었고 이로 인해 그 해 2월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3년까지 3년간 20%의 일자리 축소를 발표했다. 합병초기 크라이슬러와 다임러 벤츠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연간 30억불까지 기대하고 있었으나, 2001년 5억8300만불의 적자를 기록하자 난감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2002년 초반, 언론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의 부재로 인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크라이슬러 부문을 다시 매각할 수 있으며,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누가 매수인이 될 것인가?’하는 문제에 관심을 집중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다.


포드의 문제는 2001년 중후반에 등장했다. 포드는 2001년에만 540만 달러의 순 손실을 기록했다. 파이어스톤(Firestone) 타이어에 기인한 위기상황에 더불어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해 온 고객서비스(consumer services)분야로의 사업부문 확장은 위기를 가중시킨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포드는 2002년 1월 11일 북미 사업체들에서 약 2만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아울러 4개의 북미 지역 공장을 폐쇄하며, 4종의 시장수요가 떨어진 차량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제너럴 모터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동안 197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시장 점유율의 상승과 그로 인한 경영수지의 흑자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제너럴 모터스는 ‘9/11 사건’ 이후 상품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저금리 할부판매(low-interest)’ 정책을 개발해 시장을 주도해 오고 있다.


최근에 앞선 두 기업의 사례와 같이 대규모의 고용감축과 공장 폐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GM 또한 오래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일부 조립 사업체들의 폐쇄를 고려하고 있으며, 유럽 내 독일과 스웨덴에 분할되어 있는 사업부를 2005년 내에 통합하는 문제에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노사관계

주지하다시피 자동차 산업은 미국 노사관계의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자동차 산업의 노사간 교섭을 통해 도입된 여러 제도 및 관행들은 여러 산업부문에 확산되었다.

AIF와 COLA를 기본 구성요소로 하는 임금인상의 다년협약, 실업보조수당(supplementary unemployment benefits: SUB)제도, 30년 근속 이후 자동적으로 연금혜택을 받게 되는 기업연금제도(30 and out), 그리고 QWL(quality of working life) 프로그램 및 패턴 교섭의 관행 등이 자동차 산업에서 도입된 혁신적 내용들이었다. 호경기의 경제적 조건과 단체교섭의 구조화 과정이 상호 작용한 결과들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생산 및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전후 확립되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모델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초래되었다. 시장의 지속적 압력으로 인해 단체교섭의 결과들이 점차 전통적인 ‘표준화’의 룰을 벗어나 기업단위로 다양화, 개별화되기 시작했으며 교섭구조 또한 점차 공장단위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탈 중심화 되었다.

개별 공장단위에서는 새로운 작업 방식의 도입이 추진됨과 동시에 새로운 인적자원 관리의 관행들이 체계적으로 실험되었다.


이러한 단체교섭 구조 및 내용의 변화에 더해,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를 다루기 위해 광범위한 ‘임금 및 일자리 안정화’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또한 노사 공동의 교육 훈련 및 품질 관리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기 위한 기업-노조 공동위원회(joint programs)가 설치되었다.

공장 단위에서는 새로운 직무의 설계를 통한 작업 구조의 재편이 시도되었는데 그 핵심은 전통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던 직무 분류의 최소화를 통한 팀제도의 도입이었다. 이는 미국식 직무통제 노조주의(job control unionism)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80년대 초반의 임금 및 고용안정 양보(concession)에 대한 대가의 차원에서 도입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교섭구조와 내용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경기불황과 시장경쟁이 지속되었고 이에 따른 공장폐쇄와 인원감축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UAW의 조합원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1979년 당시 160만명에 이르렀던 조합원수가 1993년 80여만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현재는 70만명에도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공장폐쇄’는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단체교섭의 측면에서, 90년대 후반의 경기호전에 따라 80년대 위기국면에서 중지되었던 단체협약안의 산업별 패턴화(산업별교섭의 집중화, 표준화)가 90년대 후반기 교섭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자동차 산업내 노사관계의 다양화, 탈 집중화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중요한 요인은 미국 현지에 설립(transplant)된 외국계 공장에서의 ‘비노조 고용’ 증대와, 새로운 공장 시스템의 도입에 따른 기업간 차이의 확대 때문이다.

 

제도로부터의 교훈

이상에서 살펴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시장환경 및 경영여건 그리고 노사관계는 비단 자동차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며, 나아가 미국만이 직면하고 있는 특이한 상황도 아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여러 가지 부침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 노사는 수십년간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나름의 독특한 시스템을 개발해 왔으며, 이러한 특수한 제도들은 시장으로부터의 다양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완충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1) 산업단위의 중앙 집중화된 노사관계 구조

미국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구조는 비교노사관계의 관점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단위가 기업임에도 그 조직의 대표권은 산업노조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대표권의 독점적 지위는 노사관계의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건을 제공한다.


먼저 교섭이 산업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의 물가 및 고용 효과를 전 산업차원에서 고려하게 되며, 따라서 기업별 교섭시 예측되는 강한 임금상승 요구대신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의 자율적 규제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별 교섭구조는 기업별 교섭구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며 교섭결과의 예측이 가능하다.

조직구조의 중앙 집중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강조점은 노동조합 리더십의 중앙 집중이 노동조합 관료화의 위험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수많은 요구를 전국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2) 불확실성의 제도화

미국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핵심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임금인상 공식의 확립과 패턴연계를 통한 임금 및 작업조건의 표준화이다. 상호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임금(단체) 교섭은 본질적으로 잠재적 갈등을 수반하는 전략적 과정인데 이러한 불확실성이 공식적 룰에 의해 대체됨으로써 교섭이 ‘정책’경쟁의 과정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협약의 패턴화를 통한 임금 및 작업조건의 기업간 표준화는 고용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막고 노동자들의 상대적 불만을 차단함으로써 시스템 일반을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이 공식에 기반한 교섭방식은 교섭기간을 줄여 주었으며, 불필요한 논쟁 때문에 협약이 지연되는 불합리성을 막을 수 있었다.

 

3) 혁신을 위한 공동의 실험

주지하다시피 ‘경영참여’란 담론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노사관계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었다. 하지만 8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어려운 경제여건은 노사간 파트너십의 문제를 현실적인 이슈로 만들어 놓았다. 이와 관련 테네시(Tennessee)에서 시도되었던 새턴(Saturn) 모델은 전통적 제도와 관행을 넘어선 혁신적 기획이었다.

아울러 조직, 생산, 경영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통적인 경계 내에서 이루어진 공동 프로그램(Joint Program)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획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성공했는가의 논란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실험들이 중요한 이유는 이 기획들이 관행화된 사고(idea)의 혁신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자동차 산업이 보편적 시장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급진적 사고 실험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델의 발견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