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
‘사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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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과 노동자 죽이는 외주용역화 막을 터

수석부위원장
SH공사는 입주민의 관리비부담 경감과 관리서비스의 극대화라는 이유로 임대아파트 32개 택지개발단지에 근무하며 단체협약상 만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돼 있던 관리직원 207명 전원을 5월 31일자로 해고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지난 5년여간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혀오던 외주화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SH공사관리원노동조합은 3월 28일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단체교섭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92.4%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그리고 합법적 쟁의행위 절차를 마치고 지난 4월 11일 총파업에 돌입, 현재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 조합원은 10여년 넘게 SH공사의 공공성강화와 입주민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 온 소중한 우리의 일터와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울분을 토하며 머리띠를 동여맸다.

 

 

누구를 위한 외주화인가?


SH공사는 현 직영관리체제를 민간용역업체에게 위탁해 입주민의 관리비를 절감하고 서비스를 극대화시킨다고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집 없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향상을 창립이념으로 세워진 공기업이라는 SH공사가 어찌 이토록 자기본분을 망각하며 비현실적인 논리로 입주민과 서울시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할 수 있단 말인가! 입주민의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우, 독거노인, 모자가정,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라도 돌봄의 대상인 분들을 대상으로 이윤만 추구하는데 혈안이 된 직업소개소에 불과한 용역업체에게 관리권을 넘겨 관리서비스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SH공사보다 더 나은 주택관리전문업체가 어디에 있으며 10여년 넘어 20년 가까이 입주민 곁에서 일해 온 직원들보다 더 나은 전문가가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정년이 보장된 직원들을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에 맞게 정규직화 해주기는 커녕 언제 짤릴지 모르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에 불과한 용역회사에 가서 근무하라니 이보다 더한 반노동자적인 공기업은 없다.

 

SH공사는 관리사무소를 민간위탁하면 입주민이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인들이 지난해 일부단지(신정학마을, 방화11단지 등)에 용역직원을 채용한 결과 용역도급계약서를 보면 용역업체 이윤 등을 포함해 입주민이 부담하는 관리비는 오히려 현재의 직영체제보다 상승되는 결과를 초래해 놓고도 이런 주장을 계속해서 되풀이해서는 결코 안 된다.

 

SH공사 관리원은 임대아파트 업무특성상 민간아파트 직원과는 비교대상이 아니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주택관리공단 등과 비교해 볼 때 결코 높지 않은 근로조건으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민의 관리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에 노동조합은 고용과 신분보장만 지켜준다면 향후 2년간 임금인상 동결하고 호봉제 폐지에 협력하며 비용 절감차원에서 관리인력 재배치에 대해 협력할 의사까지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과 일터를 특정용역업체에게 넘겨 이윤만 챙겨주고 늘어만 가는 입주민의 수많은 민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한 SH공사는 이마저도 단호히 거절했다. 심지어 지난해 9월 한겨레신문은 SH공사에서 비리혐의로 퇴직한 고위간부가 운영하는 용역회사가 임대아파트 관리, 경비, 청소용역을 무더기로 수주하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해 서울시 감사까지 진행된 일마저 있었다. 

 

SH공사가 2000-2001년에 방화11단지(영구임대)와 중계4단지(공공임대)를 용역화해 시범운영 평가한 결과 관리원의 이직률이 증가하고 위탁관리업체의 대부분이 영세해 시설물 유지관리부문에서 입주민의 민원이 발생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어 다시 직영관리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또 2003년도에 SH공사가 자체적으로 서울시립대에 용역의뢰해 실시한 입주민 주거선호도 조사결과 입주민의 88.5%가 “직영관리를 선호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금년 3월에 입주민과 관리직원들이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세대 4,500여 가구의 99.3%가 현행 직영관리를 선택했다.

 

연간 17억을 절약한다고 주장하는 통합관리센터 역시 이영순 국회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야간 정전사고에 근무자가 없고 화재 발생에도 근무해야 한다는 이유로 출동하지 않아 소방서와 주민, 경비원이 합심해 처리하는 등 센터 기동보수반을 ‘시체처리반’으로 표현할 정도로 그 사태가 심각하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많은 임대주택은 입주민들의 안전과 공공서비스라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잇속만 채우려는 외주용역화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투쟁의 선봉에 서서 반드시 승리할 것


SH공사 관리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8.5년으로 베테랑들이다. 어떤 용역업체의 관리원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겠는가. 월급이 많던 적던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공기업에서 내 정년까지만 이라도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람을 찾아가며 일하고자 했던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SH공사 관리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8.5년으로 베테랑들이다. 어떤 용역업체의 관리원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겠는가. 월급이 많던 적던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공기업에서 내 정년까지만 이라도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람을 찾아가며 일하고자 했던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공사 사무실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는 SH공사 직원 때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365일 살을 맞대고 사는 주민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우리 노동조합의 김천만 위원장을 비롯한 전 집행간부는 전 조합원의 결의를 모아 한 순간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의 분노에 찬 투쟁이 무엇인지 SH공사를 비롯해 외주용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사측에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이에 따라 SH공사관리원노동조합은 단협 개정 쟁취, 고용 안정, 신분보장 쟁취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른 전 조합원 정규직 전환 ▲관련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쟁취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4월 21일, 우리 198명 조합원은 25명의 여리고 여린 여성조합원들이 자신의 손에서 직접 피를 내어 ‘고용 안정 쟁취’라는 혈서를 쓰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우리는 그 순간 흘렸던 눈물을 절대 잊지 못한다. 

 

공공연맹을 비롯한 산하 노동조합이 모두 우리를 지켜보며 연대의 깃발을 들고 있다. 단순히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시는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행태를 그 어느 누구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투쟁의 길에 비단길이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조합원은 단 한명도 없다. 또한 지금도 우리와 같이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눈물 역시 가슴 저리도록 이해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또한 연대하고자 하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 동지들에게 깊은 감사와 앞으로 더욱 지치지 않는 관심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