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회피하면 더 큰 비용 치르게 된다
산별교섭 회피하면 더 큰 비용 치르게 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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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교섭으로 회귀하려는 의도는 반발 부를 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정책기획실장

ⓒ 보건의료노동조합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하는 보건의료 산별교섭이 상견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사용자측의 선전포고로 초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2007년 처음으로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공동대표 정진명 경상대병원장, 심민철 영남대의료원장)라는 명의의 사용자단체를 발족한 병원 사용자측은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 산별교섭을 파탄내고, 수많은 사업장 노사관계를 파괴하면서 노조무력화에 앞장섰던 C 노무법인과 계약을 강행하고, 부당해고와 노조파괴에 앞장섰던 영남대의료원장을 사측 대표로 추대함으로써 보건의료노조와 한판 결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강경 흐름은 2006년 노사관계 로드맵 노동악법 통과 - 2007년 친기업적인 이명박 보수정부 당선 - 2008 4.9 총선 보수 세력 압승 - 의료산업화 정책 전면화라는 유리한 환경을 배경으로 강경파 노무사와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올해 처음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협정체결을 통해 노조 파업권을 원천봉쇄하고 노조를 무력화시켜 돈벌이 경영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의도가 그대로 현실에서 관철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오히려 노조의 더 큰 반발과 여론의 역풍을 초래해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 보건의료 산별교섭의 몇 가지 쟁점


올해 보건의료노조 교섭에서 예상되는 주요 쟁점은 필수유지업무, 의료산업화, 인력, 의료기관평가, 산별연대기금, 사학연금 개악 등이다. 그 중 몇 가지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Ⅰ. 필수유지업무제도
직권중재 제도가 노조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폐지되었다. 하지만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대체근로가 허용되면서 필수공익사업장 노사관계에 새로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 게다가 긴급조정제도가 그대로 살아있는 만큼 3중 규제 장치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렇듯 직권중재제도 보다 못한 법을 만든 정부는 그 법 시행과 협정 체결과정에서 기업별교섭과 노사합의 실패 시 지방노동위원회 결정만을 강제함으로써 또 한 번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즉, 사측은 교섭파트너인 산별노조가 있고 의제 자체가 산별적으로 풀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적 근거를 들이밀면서 기업별 교섭을 요청하고 나섰다. 더구나 노조가 수용하지 않으면 예정된 4월 30일 상견례는 물론 산별교섭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필수유지업무제도·대체근로 폐기 및 전면재개정 투쟁과 더불어 당면 대응으로 법과 시행령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필수업무유지 범위와 비율을 무한대로 확대하면서 최소한의 파업권마저도 봉쇄하려는 사측의 불순한 의도에 맞서 산별교섭을 통해 필요최소기준으로 필수유지업무와 비율이 정해질 수 있도록 투쟁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Ⅱ.  인력확보
작년 지역 순방간담회와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 요구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바로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를 낮추는 문제이다. 실제 간호 인력의 경우 OECD 기준으로 1/5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는 적정인력확보가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보호자가 필요 없는 병원, 친절한 설명과 전인 간호가 실현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법·제도 개선, 수가 조정, 재원 확보, 중소 병원, 지방 병원 인력수급 대책 마련을 정부와 사용자에게 요구할 예정이다.

 

Ⅲ. 산별연대기금
보건의료노조는 작년 비정규직 합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사회연대정신에 입각하여 노동양극화해소, 비정규 문제 해결, 고용안정과 직업훈련, 산업복지 등을 위한 산별연대기금을 노사 각각 출연하여 총 100억원의 산별연대기금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에게 노사공동 출연금과 같은 금액을 고용보험법에 의한 고용안정 사업예산에서 보건의료 산별연대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공동 요구할 예정이다.

 

Ⅳ. 산별중앙교섭 5대 협약 주요 내용
그밖에 올해 산별협약의 주요 요구는 다음 표와 같다.

 

 

 

의료산업화 저지에 나선다

 

보건의료노조는 사측의 선전포고에 맞서 4월 24일 개최된 대의원대회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등 의료산업화 저지 ▷병원 인력충원, 의료기관평가제도 개선, 100억 산별연대기금 조성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대체근로 폐기 등 3대 핵심투쟁과제와 함께 산별 5대 협약 요구안, 총 20억원의 투쟁기금, 이후 투쟁일정을 확정하면서 강경대응 방침을 결의했다. 

 

보건의료노조 2008년 투쟁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맞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를 공공적으로 바꿔나가는 역사적인 투쟁이고, 직권중재 폐지투쟁의 역사적 성과를 이어가면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기본권을 지키는 투쟁이다. 그리고 산별교섭 5년차로서 한국 사회에서 산별 노사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