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의상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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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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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와 주연 배우의 마찰로 차일피일 미뤄지는 촬영

변호사 김도형
법무법인 지성
영화의상 전문가인 A는 B영화사와 C영화 제작과 관련해 계약기간을 2007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로 하고, 보수는 1천만원으로 하는 의상팀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함). B영화사는 동 계약에 따라 A에게 위 보수 중 600만원 및 A가 지출한 의상제작비 560만원 중 일부인 3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그러나 B영화사와 주연배우 사이의 마찰이 발생하는 바람에 현재까지 C영화의 촬영은 전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B영화사는 2007년 12월 26일에 이르러서야 A에게 위 용역계약의 기간을 연장하든지 아니면 기 지급된 보수 600만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A는 B영화사의 주장이 정당한지 여부 및 자신이 지출한 의상제작비 잔액 260만원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1. 계약기간의 연장 가능성 여부

도급계약시 계약기관에 대한 규정 없으므로 계약내용으로 판단

이 사건 계약은 A가 C영화 관련 의상을 제작해 B영화사에 공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민법상 도급계약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은 도급계약의 계약기간과 관련해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B영화사의 이 사건 계약기간 연장 주장이 정당한지 여부는 이 사건 계약의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 계약서 제3조는 계약기간의 만료일을 C영화의 촬영종료일까지로 규정하고 있고, 거기서 말하는 촬영종료일과 관련해서는 제4조 제1항에서 “본건 영화의 제작기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하여 촬영까지 2007. 7.부터 2007. 12.까지로 한다. 단 제작기간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하여 변경 또는 연장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 제2항에서는 “제작기간이 연장될 경우 ‘갑’(B영화사)은 ‘을’(A)에게 사전 고지를 할 의무를 가지며 ‘을’과 협의에 의하여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C영화의 제작기간이 연장될 경우 B영화사는 A에게 이를 사전에 고지할 의무와 협의할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제작기간의 연장에 관해 A와 합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 제작기간이 애초에 예정한 2007년 12월을 불가피하게 넘어서게 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계약기간도 그에 따라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이 사건 계약서 제8조 제3항에서 “을(A)은 갑(B영화사)이 영화 제작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지 아니하여 용역의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C영화의 제작기간이 연장된 이유가 B영화사와 주연배우와의 사이에서 발생된 마찰 때문으로, 결과적으로 B영화사가 영화 제작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A가 계약기간의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계약 해제시, A의 지급받은 보수의 반환 여부 및 지출한 비용 잔액 청구 여부

B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시 B는 손해배상 책임져야

B영화사는 A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이미 지급한 보수 600만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서는 계약이 해제될 경우 보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1항은 “갑(B영화사)은 본건 영화의 제작에 필요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 제2항은 “갑(B영화사)이 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갑은 그로 인해 을(A)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B영화사가 주연배우와의 마찰에 따라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지 않아 그 제작기간이 연장됐다면, A가 계약기간의 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이 사건 계약 해제를 요구할 경우 B영화사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B영화사는 A에게 이미 지급한 보수 600만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A가 지출한 의상제작비 잔액 260만원에 대해서도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 사건 계약서 제5조 제2항에서는 “을(A)의 용역은 본 계약서에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한 제3조에서 정한 계약기간까지 독점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A로서는 기존의 계약기간 동안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도 없었으며 실제로 다른 업무에 종사하지도 아니하였는 바, 이러한 사정을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은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