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체결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협약체결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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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용어로 합의하면 분쟁 생긴다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한 달이 지나 단협의 해석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조합 간부의 인사이동은 사전 노조와 협의하여 행한다’는 단협문구에서 ‘노조간부’의 범위에 대해 노조는 노조임원 외에 집행부서장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측은 노조임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S사의 사례).

 

 

단체협약이란 단체교섭에서 합의된 부분을 공식적인 문서로 서면화한 것을 말하며, 이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동안 서면화된 내용을 가지고는 다시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이것을 흔히 ‘평화의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위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 용어나 문구에 대한 해석의 차이 또는 사용자측의 단협 이행거부나 이행지체로 인한 노사간의 다툼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자의 경우는 협약체결과정에서 사후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로 일부러 애매모호한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협의하여 결정한다’, ‘하도록 노력한다’, ‘최선을 다한다’, ‘지급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특정이슈에 대한 합의가 여의치 않을 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자주 차용하게 되지만, 결국은 사후적 분쟁의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결과가 되고 만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협약용어 선택시 분명한 단어나 문구가 사용되어야 하며, 부득이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줄이거나, 회의록이나 별도의 확인서를 통해 그렇게 표기된 이유와 의미를 남겨두어야 한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방의 강한 힘에 의해 원칙을 고수하지 못하고 굴복한 결과이다. ‘단체협약‘으로 체결은 되었지만 그 이후 이를 이행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르는 사항을 합의한 경우로서, ‘징계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하고 징계의결은 과반수 찬성으로 한다’ 거나 ‘종업원의 채용은 사전 노조와 합의하여 결정한다’ 는 등이 될 것이다.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쪽에서 다급한 마음에 지킬 의사도 없거나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섣불리 한 결과이다.


WIN-WIN 노사관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애당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절대 해서는 안되며, 약속을 했다면 조그만 것이거나 큰 것이거나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신뢰는 약속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행할 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협약체결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라는 것은 협상은 약속의 이행 즉, 단협의 준수로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말고, 합의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