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는 어떻게 미국시장에서 성공했나
혼다는 어떻게 미국시장에서 성공했나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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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중심의 일관성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

정주훈
현대기아차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마케팅연구팀장
2008년 3월 월간 판매 기준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는 어디일까? 유명 고급 브랜드인 BMW나 렉서스일까? 바로 한 달 동안 1102대를 판매한 ‘혼다’ 자동차다. 혼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히려 자국인 일본보다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에서 더 유명할 정도다. 
 

지난 한해(2007년) 양산 브랜드인 ‘혼다’와 고급 브랜드인 ‘아큐라’로 미국 시장에서 155만대 이상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9.6%(메이커 기준 5위)를 달성했다. 미국 시장은 혼다 메이커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연간 글로벌 판매량의 40% 이상을 소화하는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혼다가 글로벌화의 출발점으로 1982년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오랜 기간 현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측면 외에도 미국 시장에서 혼다의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시장에서 혼다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2001년에서 2007년 사이 혼다(아큐라 포함)의 미국 시장 판매는 34만 4천대가 늘었고(120만8천대→155만2천대), 시장점유율은 2.6%p 증가했다(7.0%→9.6%). 2008년 들어서도 경기둔화로 미국 신차 판매 수요가 8.1% 감소하면서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혼다의 판매량(1/4분기 35만 3천대)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점유율(9.9%)은 오히려 증가했다.

 

둘째, 혼다는 소규모의 라인업으로 높은 시장 성과를 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베스트셀링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양산 브랜드인 혼다의 경우 2007년 기준 총 9개의 차종으로 8.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고,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차종이 5개에 이른다. 게다가 차종별 고객의 애호도도 높다.

 

셋째, 혼다는 미국 ‘빅3’나 한국 완성차 메이커와 구분되는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그때그때 판매를 극대화(Push 전략)하기보다는 차종 및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Pull 전략) 집중한다.

 

경영철학이 반영된 마케팅 전략과 시스템


혼다의 마케팅 전략 및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의 경영전략이 철저히 반영되어 실행된다는 것이다. 혼다의 경영전략은 다음의 두 가지로부터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첫째, 기업의 존재이유와 사업영역을 나타내는 기업 미션(mission)이다. 혼다의 미션은 “전 세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고의 품질을 가진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헌신한다”로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둘째, 미래 기업의 모습, 즉 비전(vision)이다. 혼다는 2010년까지 ‘사회적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된다는 비전 아래,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및 ‘미래에 대한 헌신’의 세 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미션과 비전 아래, 현지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가치 전달을 최대화하는 마케팅 전략과 현지화 수준이 높고 일본 본사의 통제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마케팅 시스템(예-신제품개발 부문, 판매법인/지역판매본부)을 추구한다. 전략적으로 고객가치 전달의 최대화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시장 성과에 대한 목표를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이 아닌 ‘혼다 팬(혼다를 좋아하는 소비자)’ 창출에 둔다. 즉,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에게 최적의 가치와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혼다 팬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초점을 둔 시스템을 지향하기 때문에 현지 법인이나 지역판매본부에는 현지 활동에 대한 자체적인 책임과 권한이 충분히 이양되어 있다.


 

명확한 목표고객(targeting)과 포지셔닝(positioning)


혼다는 목표로 삼는 소비층을 명확히 한 후, 이들이 실제 구매고객이 되도록 하는 데 마케팅 노력을 집중한다. 이때 최대 강점인 상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실행하기 때문에 브랜드보다는 개별 차종을 강조한다. 차종별 목표고객을 명확히 하는 것은 차종 간 수요 간섭을 최소화하고 라인업(상품 포트폴리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양산 브랜드인 혼다의 경우 차종별로 구체적인 목표고객을 가지고 있으면서(예-시빅=Y세대 전문직 남성, 어코드=신혼의 DINK족, CR-V=30대 신세대 주부), 브랜드 전체적으로는 ‘평범함을 싫어하는 20~40대 젊은층’을 지향한다. 고급 브랜드인 아큐라도 차종 하나하나의 목표고객이 있지만, 브랜드 전체적으로는 최고급차(예-벤츠, BMW) 이전 소비자로서 신기술을 선호하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자(‘Independent Alpha’)를 지향한다. 물론 실제 고객층도 이러한 목표와 일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고, 학력과 소득이 높고, 삶의 즐거움과 창조적인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로 구성되어 있다. 
 

혼다와 아큐라 브랜드의 시장 포지셔닝은 혼다의 강점인 상품을 통해 형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혼다의 경우에는 품질과 경제성이 우수하고, 스타일리쉬하고, 도회적인 세련미가 있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그리고 아큐라의 경우에는 높은 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젊은 세대를 위한 고급차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한편, 아큐라는 혼다와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 중심의 ‘하이 테크(High-Tech)’ 요소를 상품에 접목시키고 있다.
 

판매하기 좋은 요소가 가득한 상품과 시장지향적인 신상품 개발


양산 브랜드인 혼다는 우수한 연비, 내구성 및 완성도를 인정받는 상품들로 라인업이 구성된다. 목표고객들이 원하는 요소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때문에 판매하기 좋은 요소가 많다. 한마디로 기본기(품질과 성능)에 충실하면서도 명확한 차별화 소구점(Unique Selling Point)을 가지고 있고, 고객들 또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 화려함보다 실용성, 그리고 민첩한 핸들링을 통한 운전의 다이내믹함이 그것이다.


한편, 고급 브랜드인 아큐라의 경우 일본에서 판매되는 혼다차 중 상위차급의 5개 차종(세단 3차종, SUV 2차종)에 아큐라 배지를 달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 선도 고급차 브랜드들(예-벤츠, BMW, 렉서스)에 비해 고급스런 이미지가 미흡하고 상품성 평가가 높지 않지만, 아큐라의 목표고객들(최고급차 이전 소비자) 사이에서는 확고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품질과 완성도를 인정받는 혼다의 상품들은 시장지향적인 신상품 개발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다. 신상품 개발에 필요한 디자인,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이 모두 미국에 현지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위 부문간의 노력이 통합돼 있다. 즉, 신차개발 프로젝트를 디자인, 마케팅 및 엔지니어링 모두가 참여하는 교차기능실무팀(cross-functional team)이 수행함으로써 부문별 이기주의와 부문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고객가치 이해에 집중한다. 또한, 신차개발 프로젝트팀 구성원의 일부를 개발 프로세스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 참여시킴으로써 초기 컨셉을 프로세스 끝까지 유지시킨다.

 

상품 지원에 충실한 마케팅 활동


전술한 바와 같이, 혼다와 아큐라의 마케팅 활동(4P’s)은 상품(product)에 집중되어 있어 프로모션(Promotion), 유통(Place), 가격(Price)에 대한 프로그램은 상품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개별 차종을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혼다와 아큐라 브랜드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프로모션의 경우 그 핵심은 시장에서 각 상품의 입지와 판매를 안정시키고 히트상품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라이프사이클(출시에서 교체까지의 기간) 상 초반과 후반에 광고와 이벤트를 집중하고 있다. 차종 출시 직전에 비전통적(게릴라 및 구전) 마케팅, 출시 직후에는 전통적인 마케팅(광고 및 스폰서십)과 비전통적 마케팅(개별 마이크로 사이트 운영)을 혼용해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한다. 판매하던 상품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 1년 정도 앞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재고 누적을 방지하고 교체 차종 투입에 적합한 여건을 마련한다. 혼다의 경우, 우수한 상품성과 강한 기업 이미지로 인해 이러한 프로모션 활동의 효과가 높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린다.


다음으로, 유통 전략의 핵심은 혼다 및 아큐라 상품 판매의 전문화이다. 미국의 경우 완성차 메이커가 소비자에게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하고 딜러라는 판매상을 통해 판매하게 되어 있다. 딜러는 독립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메이커 외부의 조직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책이 메이커의 시장 성과를 결정한다. 혼다(아큐라 포함)는 자신의 강점인 상품적 매력이 딜러의 판매 방식에 의해 희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를 위해, 첫째, 딜러가 자사 상품만을 판매하게 하는 배타적 계약 딜러의 비중을 최대로 하고 있다(혼다: 82.3%, 아큐라: 84.0%, 미국 평균: 31.4%). 딜러가 경쟁사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혼다 상품만을 판매하게 될 경우 판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동일한 매장 내 경쟁차로 인해 판매기회가 상실되는 일이 없고, 딜러들의 마케팅 노력이 혼다 브랜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혼다는 딜러의 재고 물량을 최적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딜러가 보유하는 재고량이 높을 경우 상품가치를 훼손하는 판매(예-현금 리베이트, 빈번한 플릿 판매)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너무 낮으면 판매 동기가 감소할 수 있다. 2007년 기준 혼다와 아큐라 딜러의 보유 재고 소진 기간은 각각 연평균 45일과 49일로 산업평균인 58일보다 낮았다.


마지막으로, 가격 전략의 경우 혼다는 인센티브 기반의 경쟁을 회피하고 상품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주력한다. 혼다가 강조하는 ‘가격대비 가치(value for the money)’는 ‘가격’에 근간한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전달되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격의 변동률을 낮춤으로써 고객들이 신뢰를 갖고 구매할 수 있고, 브랜드의 가치 또한 보호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가격경쟁과 인센티브 없이도 경쟁이 가능한 이유는 혼다와 아큐라 자동차의 고객 보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이 낮기 때문이다. 유지비용과 운행비용이 저렴하고 감가상각이 적어 중고차 가격이 높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 이후 부담 비용이 적다.

 

혼다 마케팅을 통해 본 지속성장의 조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혼다 마케팅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있다. 첫째, 전략적 일관성이다. 마케팅 전략과 시스템은 보다 상위의 경영전략과 일관성을 갖고 있다. 또한 마케팅믹스(4P’s)의 실행은 보다 상위의 마케팅 전략과 일관되게 추진된다. 그 결과 기업 전체적인 노력이 집중돼 시장에 대한 효과도 높아지고, 시너지 효과도 최대화된다.


둘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적합한 풀(pull) 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 자동차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완성차 메이커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딜러들에게 과도한 판매물량을 밀어내는 푸쉬(push)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단기적인 판매는 확보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 반면, 혼다는 이러한 유혹을 멀리하고 중장기 풀 마케팅 전략을 로드맵에 따라 꾸준히 실행함으로써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 1위는 아니지만 수익성이 가장 높은 메이커 중 하나가 되었다.


셋째,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권한 이양이다. 시장 환경 변화가 급격한 오늘날 혼다는 현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권한 이양을 통해 현지에서의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신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모든 기능이 현지 시장에 맞게 조율되어 있다.

 

물론 혼다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혼다와 아큐라, 두 브랜드 간의 수요 간섭, 판매 및 A/S 접점에서 낮은 대고객 서비스 만족도 등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점보다 시장 성공의 지렛대 역할(leveraging)을 한 강점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사례를 통해 본 다른 메이커의 경쟁력을 우리에게 적용가능한지 그리고 우리의 것으로 올바르게 내부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가 더 큰 고민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