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광고, 무엇을 비교하느냐가 관건
비교광고, 무엇을 비교하느냐가 관건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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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이 도대체 누구야?”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폴로 복장을 한 남성이 말을 타고 지나가다 헤지스 매장을 발견한다. 말에서 내려 헤지스 매장으로 들어가는 폴로 남, 화면이 바뀌면 밝은 헤지스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말을 놓아둔 채 걸어간다. 남겨진 폴로 장비위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카피가 흐른다. “굿바이 폴”.


이번에는 검은 의상을 입은 여성이 앞바퀴가 큰 구식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다. 헤지스 쇼윈도에 시선을 사로잡혀 매장 안으로 들어선 그녀. 잠시 후 밝은 니트와 스커트로 갈아입고 경쾌하게 걸어간다. 버려진 자전거가 외롭게 넘어질 때쯤 카피가 나온다. 그리고 “굿바이 폴”.


처음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폴이 도대체 누구야? 설마, 폴로와 빈폴을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 그러나 LG패션의 ‘헤지스’(HAZZYS) 광고에 등장하는 ‘폴’이 사람이 아닌 브랜드 ‘폴로’와 ‘빈폴’이라는 게 확실해지면서 이 광고는 올해 스캔들을 일으킨 광고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 광고가 나간 뒤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의 후발주자로, 3~4위에 머무르고 있던 헤지스는 일단 ‘스캔들’을 만드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 광고에선 두 명의 ‘폴’은 떠나가고 있지만 광고적인 눈으로 보면 ‘비교 광고’라는 녀석이 저만큼 걸어오는 게 보인다.


비교광고는 자사 제품의 강점은 띄우면서 은근히 경쟁사의 상품을 깎아내리는 광고기법으로 광고역사가 긴 해외에서 비교광고는 아주 일반적인 광고전략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콜라의 양대 가문, 코카콜라와 펩시를 들 수 있는데 오랜 역사만큼 이들의 광고전쟁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누가 보아도 코카콜라 배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펩시콜라를 들고 고민한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펩시콜라를 코카콜라 캔에 옮겨 붓는다. 상황과 심리를 이용해 ‘코카콜라 직원조차 거부할 수 없는 펩시콜라의 맛’ 이라는 직격탄을 날린다. 이 쯤 되면 “굿바이 폴”은 아주 예의 바른 광고인 셈.


비교광고는 미국의 경우, 전체 광고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9월부터 비교광고가 허용됐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의 정서와 누가 누구 보다 낫다고 ‘비교’하는 정서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속설이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광고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 속에 확실하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 곧잘 쓰이곤 한다.


우리의 예를 들어보자. ‘야후에서 못 찾으면 엠파스’라는 광고로 급성장한 엠파스는 네이버를 겨냥해 ‘지식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라는 광고를 했고, 하나로를 의식해 KT메가패스는 “아직도 하나?” 라는 말을 남겼다. 요즈음 헌 차에 붙어있던 번호판을 떼어 내 새 차에다 붙이며 ‘쓰던 번호 그대로 하나폰으로 바꾸세요’라고 권하는 하나로텔레콤 광고는 누가 봐도 KT전화에 대한 이야기다.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비교광고, 그러나 무엇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한 신경전이 아닌 웃음을 자아내는 위트나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담긴 광고를 TV에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