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노동조합 국제화가 일자리를 지키는 길”
[Interview] “노동조합 국제화가 일자리를 지키는 길”
  • 승인 200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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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노동조합연맹(Australian Workers Union)
빌 쇼튼 사무총장

 

호주노동조합연맹(AWU)과 전미철강노조(USWA)가 이번에 체결한 업무협정조약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번 협약은 대기업들의 국제화 전략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국제화 전략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올해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 호주-미국 간 FTA의 전반적 영향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금속, 화학을 필두로 한 호주의 제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 노조는 노동자 국제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전미철강노조와 협조함으로써 블루스코프 철강(前 BHP 철강), 알코아, 필킹톤(호주 최대의 유리업체) 등과의 단체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화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노조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감각,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절실하다.

 

 

올해부터 발효된 미국-호주 간 FTA가 금속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호주의 철강제조업, 자동차산업, 자동차부품산업은 경쟁의 최전방에서 미-호주 FTA와 맞서고 있다. 또, 연방정부가 언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 가능성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철강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최근 WTO 협정과 호주관세법에 위배되는 저가의 철강들이 호주시장에 덤핑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또,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삼아 호주의 자동차업계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FTA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경쟁력 향상 방안과 산업 보호프로그램을 내놓지 않는 한 호주의 자동차업계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협약에서 양국 노조 대표자가 ‘FTA 시대에 걸맞는 노조의 위상 정립’을 천명한 바 있다. 자유무역협정의 확산 속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의 일차적 활동 목표가 조합원들의 일자리 보장과 임금·노동조건의 향상이라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국제화 시대에 노동조합이 경쟁적 경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이러한 원칙을 지킬 수가 없다.

 

각국 노조들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함께 행동함으로써 자유무역협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에 포함되는 주요한 활동내용은 △다국적 대기업과의 국제적 협정과 노동조건에 대한 협상 △대국민 선전 △이사회, 채권자,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적 캠페인 △자국의 법적 보호장치 방어를 위한 정치적 행동 △FTA와 WTO의 모든 협정을 포함한, 국제무역협정에 핵심 노동규범을 신설하는 일 등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부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제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FTA 시대를 대비하는 노동조합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FTA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기술 향상, 인프라 확충과 연구개발, 지속적 성장을 위한 대폭 투자가 그것이다.


지금 호주 경제는 노동력의 질적 저하와 기술력 결핍으로 고전하고 있다. 심지어 사용자들조차도 이것이 경제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인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는 기업주가 경제의 발전 시기마다 필요한 노동자의 교육훈련, 새로운 기술 확보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라 운송, 에너지 분야에서의 인프라 확충 실패는 수출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호주의 노동자 교육훈련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후발 경쟁국보다 뒤떨어진다.


기술력의 터득과 교육훈련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노동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평생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질적으로 우수하며 임금이 높은 ‘좋은 일자리’는 이러한 투자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호주의 노동자들이 낮은 기술과 저임금의 일자리로 내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 노조는 정부와 재계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양국 노조의 연대에 관한 재계의 반응은?
▷이번 협정은 상당히 새로운 것이어서 재계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몇몇 기업들은 이번 협약의 협정 범위를 살펴보면 꽤나 당황할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철강시장에 진출했고, 노조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블루스코프사와 같은 철강업체는 전미철강노조의 강력한 영향력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다국적 기업들은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면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 협정과 같은 국제 연대를 통해 이런 시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국과의 FTA 협상 시에도 한국 노동계와 연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AWU는 기꺼이 한국노동계와 서로 연대하며 협조하는 관계를 환영한다. 호주와 한국은 아주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며 주력산업에서도 공통된 영역이 많다.


한국의 노동계와 우리 연맹이 효과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FTA 시대를 대비해 양국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공동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 무역협정이 좀더 공정하게,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쟁하는 우리 호주노동조합연맹은 <참여와혁신>의 지면을 빌어 한국의 노동계에 연대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노조는 국제금속노련(IMF), 국제운송노련(ITWF)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노동조합과 국제적 연대를 다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노동자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우리 노동조합이 다시 한번 절감한 것은 우리의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