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좋아하세요?
술,좋아하세요?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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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환자들을 만나면 “술 너무 많이 먹지 마세요”라고 말하지만 저도 술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필름이 끊기기 일쑤였고, 아직도 기분이 좋으면 주량을 넘어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술과 여자를 빼면 인생에 무슨 낙이 있으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제가 여복이 별로 없어서 나름대로의 낙을 술에서 찾으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못 먹으면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술을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 먹는 사람도 간에서 술을 해독하는 능력이 못 먹는 사람의 한배 반을 넘 지 못한다고 하지만 술을 한 잔만 먹어도 쓰러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주 한 박스를 먹고는 가도 들고는 못 간다고 할 정도의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가족이 외식가면 맥주 한 병 시키고 온 가족이 얼큰하게 취해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하면 술을 잘 먹을 수 있을까요? 주위에 보면 선천적으로 잘 먹는 친구가 있고, 또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주량을 늘려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술을 잘 못 먹지만 적당한 요령을 피워 항상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주위에 눈치 빠른 선배나 상사라도 있으면 이런 방법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술을 잘 못드시는 분이 저에게 어떻게 하면 얼굴이 안 빨개지면서 술을 많이 먹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는데,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제가 먼저 그 방법을 사용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량을 늘리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대신 숙취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라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섭취한 알콜은 빨리 배설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땀을 뺀다거나 물을 많이 먹고 소변을 보거나, 따뜻한 음식으로 해장을 하고 대변을 보는 것이 숙취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숙취가 심하다고 해서 축 처져서 누워 있으면 술독은 더 오래가기 때문에 되도록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고, 운동을 하기 힘들더라도 가능한 많이 움직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알코올을 빨리 배설하는 방법으로 술을 먹고 구토(일명 오바이트)를 하시는 분이 있긴 하지만, 술을 깨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주 사용하면 습관성 구토가 될 수 있고 위산으로 기관지나 식도를 상해서 가끔 명치 부위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으니 아주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위에서 숙취해소 음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런 음료들이 혈중알콜농도를 낮추는데 효과가 있을까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호기심 천국에서 콩나물국, 갈아 만든 배, 동치미국물, 북어국 등을 먹고 술이 얼마나 빨리 깨는가를 실험했는데 거의 별 차이가 없더군요.


그러나 사실 숙취 후에 이런 것들을 먹어본 사람이면 혈중알콜농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숙취를 해소하는데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단지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어떤 것이 개인에게 더 잘 맞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 숙취를 해소하는 가장 유명한 처방으로 갈화해성탕, 대금음자라는 처방이 있는데 이 처방의 주요약재가 바로 칡입니다. 칡은 술독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술 먹은 뒤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 주는 아주 명약 중의 명약입니다.


만약 음주 후에 위장장애나 속쓰림 같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가 위산을 억제해 주고 위장기능을 튼튼하게 해 주어 불편한 속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고, 음주 후에 자주 구토가 난다면 홍시나 곶감을 다려서 먹으면 효과적입니다.


이외에 가장 쉽게 숙취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물입니다. 물은 음주로 인하여 빠져나간 몸의 수분을 보충시켜 주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숙취해소법이지만 갑자기 찬 물을 먹게 되면 위장을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따뜻한 물이나 약간 미지근한 물을 1.5리터 이상 먹게 되면 보다 빨리 숙취해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숙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말고도 술을 마실 때 몇 가지 금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매일 술을 마시거나,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거나, 여러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양의 술을 먹더라도 이런 음주 방식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남자의 정력도 감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심장병이나 위궤양이 있을 때 술을 마시게 되면 위산을 분비시켜 병을 악화시킬 수 있고, 몸에 염증이 있을 때는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음주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술과 같이 먹는 안주도 중요합니다. 남녀 사이에 궁합이 중요하듯이 술과 함께 하는 안주 또한 궁합이 중요합니다. 술과 궁합이 맞지 않는 안주는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강한 향신료를 쓴 것들은 좋지 않습니다. 돼지고기를 비롯한 지방육, 붉은 살 생선 및 버터나 겨자, 카레 따위를 안주로 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안주들은 간세포의 정상 활동을 저해하여 간을 더욱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안주는 아니지만 술과 둘도 없는 친구인 담배도 천생악필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배의 니코틴이 알콜의 분해능력을 방해하여 숙취를 더욱 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강법은 술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지 않은 적당한 음주는 대인관계에 있어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불안이나 초조, 불만이나 불평 등 각종 스트레스를 완충시키고 해소시키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