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되면 무조건 팔겠다고?
돈만 되면 무조건 팔겠다고?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6.02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스공사 구조개편과 사유화 중단하라

황재도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 지부장
정부는 지난 IMF 이후 에너지 산업 특히 천연가스산업에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 정부는 천연가스산업의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998년 가스공사 사유화 방침을 결정하고 이후 분할매각 방식의 천연가스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장기 LNG 도입계약 승계의 어려움과 구조개편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자 도입판매부문 규제 완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구조개편 방향을 전환했다.

 

 

폐해만 초래한 구조개편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부가 맹목적인 시장논리에 편승해 무리한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한 결과, 만성적인 천연가스 수급불안, 정책실패에 따른 약 20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 발생과 이로 인한 소비자 요금 인상 등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폐해만 초래됐다. 정부가 구조개편의 당위성으로 내세운 산업 효율의 증대와 소비자 후생 제고라는 주장은 허구와 대국민 기만이었음이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친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는 고유가 시대 도래와 국제 LNG 시장의 환경변화로 기존 구조개편 정책의 폐해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실패한 정책을 복원하여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과 가스공사 사유화를 완결하려는 기망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은 조정비용이 막대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비가역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면밀한 사전검토가 요구된다. 그러나 실질경쟁 가능성이 희박하고 해외자원개발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도입협상력 약화와 소비자 요금 인상만 초래하는 등 구조개편의 부작용이 너무도 명백해진 마당에 과거의 구조 개편 방식을 더욱 확대하려는 시도가 과연 한국 천연가스산업의 특수성과 유효경쟁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여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수급안정과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 핵심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선의 다변화와 해외 자원개발 등을 통한 수급안정은 에너지 산업의 핵심과제이다. 미국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이라크에서 벌이는 추악한 전쟁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중국이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같은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이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에너지원의 확보와 수급의 안정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에너지 산업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적 목표는 공급의 안정성과 에너지 도입원 다변화 등 수급안정과 모든 국민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 현실을 보면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관리 정책을 포기한 지 오래이며,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에너지 산업은 사유화를 통해 자본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 방식의 일환인 LNG 직도입 정책의 경우만 보더라도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 희생을 담보로 사적자본 특히 민간 재벌기업의 이윤 확대만 보장해 주는 특혜성 정책이다. 특히 2007년 GS의 직도입 실패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체 국민을 볼모로 사적자본의 손실을 공적 부문으로 전가하는 등 재벌 편향적인 제도임이 여실히 증명됐다. 

 

이처럼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자본은 천연가스산업 사유화를 통해 공공성을 훼손시켜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도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규제완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천연가스산업의 사유화를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그러나 에너지를 단순히 하나의 상품으로, 또한 에너지산업 정책을 여타의 산업 정책들과 동일한 성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국가주권과 국민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본과 재벌 편향적인 정부의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과 사유화 정책은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첫째, 맹목적인 시장경쟁원리에 천착하고 있는 천연가스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오일 메이저들의 국제 에너지 시장 과점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 도입주체를 단일화해야 한다. 유효경쟁 가능성이 없는 단순한 도입권 배분에 의한 경쟁체제 형성은 시장경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경쟁으로 이어져 도입협상력을 저하시키고 소비자 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따라서 구조개편 이후 부정적 효과만 야기 될 도입도매 부문은 현행 산업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불확실성이 내재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공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안전관리 규제완화조치 중단 및 안전관리 인력 확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는 등 천연가스산업 시설 유지보수 분야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보편적 서비스 기능 확대를 통해 에너지 기본권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빈곤층(기초수급대상자 및 차상위 계층)에 대한 동절기 무상 의무 공급 및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요금감면제도 현실화 등 지원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
압축적 경제성장 시기에 간과되었던 통합과 사회적 효율의 향상을 위해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기업의 수익을 공공기금·사회기금화 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이윤추구기제를 대신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공기업 경영평가에 공공성 지표를 확대 반영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