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체용(經史體用)과 역사쌓기
경사체용(經史體用)과 역사쌓기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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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배우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정구복 학국학대학원장

모든 인간은 크고 작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작게는 가족으로부터 직장, 지역사회, 각종 친목 단체, 그리고 국가, 인류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구성원이 행복을 느끼고 즐거우려면 그 공동체가 잘 굴러가야 하며, 공동체가 잘 운영되고 발전하려면 구성원 모두의 중지와 힘이 합쳐져야 한다.


공동체 대표자의 역할은 화합

공동체에는 이를 이끌어가도록 대표자가 있다. 대표자는 그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화합하여 모든 힘을 합칠 수 있는가를 우선 생각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어떻게 굴러 왔는가를 분석하여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전망을 가지고 이끌어 가야 한다.

한 공동체의 대표는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정확히 파악·수용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그 공동체의 주인이라는 철저한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모두 마음속에 감싸 안아야 한다.


대표자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기본 원리를 정도(正道)라고 한다. 정도의 원리는 공동체마다 구체적으로는 약간씩 다르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되는 것은 각 종교의 경전의 뜻이라 할 수 있다. 종교 중 수 천년 전에 생겨 지금까지 신앙되고 있는 것은 시대를 뛰어 넘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성향을 띠었기 때문이다.


즉 유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덕목과 자기가 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다 하라는 충(忠)과 자기 처지를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서(恕)의 개념, 불교의 6바라밀의 정신(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기독교의 사랑과 용서, 화해의 정신이 그것이다. 이들 정신은 가장 바르고 언제나 변함없다는 뜻에서 경(經)이라 할 수 있고, 모든 행동의 가장 기본이라는 점에서 본체(本體)의 체(體)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의 체용론

이런 경전의 정신을 실제로 적용해 온 사례는 역사이다. 세종대왕은 경사를 체용(體用)론으로 풀이한 바 있다. 역사는 다양한 조건 속에서 경전의 원리를 실현한 구체적 사례라는 것이다. 역사를 통하여 현실에 적용할 방법(실용 實用)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과거의 역사는 한 개인의 경험을 확장시켜 주는 가장 좋은 길이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처음 당하는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인간이 자기가 직접 체험한 경험만으로는 살아가기에 부족하다. 언제나 새로운 일에 부닥치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의 경험을 확장하는 길은 직접 체험과 선인들의 경험을 배우고 취하여 자신의 간접 경험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받는 교육이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온 기본지식을 자기 체험으로 삼는 과정이다.

 

고전은 역사적 산물


교육이라 함은 보통 학교교육만으로 알고 있고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가 끝나는 것으로 흔히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을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이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인생의 공부는 독서와 대화, 사색, 신앙 활동 등을 통해서 확장된다.

독서의 대상은 고전이다. 고전은 고전 그대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난 한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선택하고 재해석한 고전의 내용을 읽을 필요가 있다.  고전은 역사적 산물의 일부이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는 과정은 역사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는 개인만이 아니라 단체도 마찬가지였다. 긴 역사를 가진 공동체는 그를 발전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쌓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계획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경우 1948년 건국으로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쌓여온 것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만들어 온 것이다. 그 이전부터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왔다.


우리나라의 불행한 사실은 역대 대통령 중 칭찬 받는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음의 대통령에 의하여 전 대통령을 깎아 내린 것도 한 이유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상황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의 과정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좋던 나쁘던 간에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과거의 역사가 쌓여서 된 것이다. 과거의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이는 당시의 역사적 사건으로 인정해야 한다. 

 

관용과 화해, 협력, 정진의 정신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구성원은 이전의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법제와 통치제도는 오랜 역사의 경험을 모두 집어치우고 미국식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국가를 경영해온 경험이 전무한 신생국가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는 나라를 경영하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버림으로써 그 기반은 뒤흔들릴 정도로 약해졌다. 거기에 세계적으로 부는 바람은 우리의 역사를 뿌리로부터 뒤흔들었다. 이제는 우리의 풍부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들 자신의 경험으로 살릴 필요가 절실하다.

고려의 태조와 조선의 세종대왕의 정치적 경험 중 그들이 모든 국민을 가슴 안에 품으려고 노력한 예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 국가와 문화를 발전시켜온 위대한 왕의 통치술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 농업중심의 국가였다. 그 결과 오랜 동안 약소국가의 설움을 받아왔다. 이제 우리는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것을 국가 발전의 제1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경제적으로 좌절한다면 19세기말 약소국가로서 당한 국제적 수모를 앞으로 더욱 처절하게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전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도록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각종 종교의 교리대로 관용과 화해, 협력, 정진의 정신이 필요하다. 온 국민은 자신들의 이익에 앞서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여야 한다. 국가가 부강해지면 그 열매의 몫은 온 국민이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월드컵 경기장과 시내에서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던 전 국민의 함성을 역사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하도록 전 국민이 힘을 합치고 예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내일의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올 해에도 벽돌 한 장을 쌓는다는 정신을 가지고 경사체용의 공부를 열심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