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재해’의 그림자
보이지 않는 ‘재해’의 그림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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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40여만 명 화학물질 노출
국제 기준 제시…노동자 건강도 ‘세계화’ 돼야

 

산재 승인 통계 기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연간 100여 명이 화학물질에 의해 직업병이 발생(진폐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이후 다소 증가추세를 보여 오던 직업병 발생 수는 지난해 200명을 초과했고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 폐암으로 사망, 유기용제에 의한 급성 중독 사망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화학물질 취급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직업병 발생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년 화학물질 노출에 의해 특수건강진단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40여만 명이며 직업병 유소견자(D1) 수는 46명(2005년 기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의 성장만큼 ‘재해’도 늘어

 

‘이황화탄소 중독’, ‘수은 중독’, ‘망간 중독에 의한 파킨슨 증후군’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 ‘앉은뱅이병 집단발병’ 등 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 역사는 우리 사회가 이룩한 성장만큼이나 단기간에 많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1970~80년대의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재해에 대해 중화학공업을 토대로 한 산업발전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직업병’은 노동자가 임금을 대가로 선택한 희생으로 치부해 버릴 정도로 그 의식이 낮았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에 세계 최초로 ‘2-브로모프로판’에 의한 생식 독성(생리중단 및 무정자증)까지 발생하여 직업병 문제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의 단면까지 그대로 보여주게 됐다. 화학물질을 제조·생산하는 기술은 짧은 기간 내에 세계 일류 수준이 되었지만 그 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영향에 대한 유해성 정보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직업병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점차 세분화되는 산업 구조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고령화, 여성의 취업 확대, 외국인 근로자의 수직적 증가 등 새로운 변수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 또한 IMF 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근무 강도가 높아진데다 과거와 비교한다면 개선된 작업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직업병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물질의 국제적 기준

 

산업은 지속 발전하며 이에 따라 화학물질 또한 함께 증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만여 종, 미국 및 유럽연합 등에서는 약 10만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한미 FTA 등 국경을 초월한 산업의 세계화 추세가 이제 ‘생존’의 문제로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으며 화학물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 간 화학물질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GHS(화학물질 분류·표시에 대한 세계조화시스템)가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연합(UN)에서는 ‘06년 2월 지속가능한 화학물질관리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제적·지역적·국가적 차원의 포괄적 전략인 ‘국제적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전략적 접근(SAICM)’을 채택하고, 유해·위험성이 높은 물질의 사용 저감 및 대체물질 개발, 화학물질 유해·위험성 정보 생산, GHS 이행, 기술적 협력과 국제적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회원국간 화학물질관리의 국제적 조화 및 정보공유를 통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며 회원국의 SAICM 이행을 주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화학물질 분류 및 경고 표시에 대한 국제적 통일 기준인 GHS의 도입과 시행에 의해 화학물질관리체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 분류와 정보전달체계를 국제적 기준으로 만든 GHS 체계의 전면 시행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안전한 일터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석면과 관련된 재해 사례를 통해 보듯 하나의 화학 물질이 전 세계에 통용되면서도 나라마다 위험도의 기준이 다르다면 상대적으로 화학물질관리체계가 없는 곳의 노동자들은 심각한 재해에 노출될 수 있다.

 

비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세계화’만이 시급한 것이 아니다. 작업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소중한 생명을 생각한다면, 화학물질 유해·위험성 정보의 공동 생산과 공유, 유해·위험성의 적정한 평가 및 확인 등 ‘안전’의 국제 기준 도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