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동시간단축 정부 지원대책 촉구
한국노총, 노동시간단축 정부 지원대책 촉구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5.11 08:45
  • 수정 2018.05.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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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기법 개정 취지 ‘노동자 삶의 질 개선’ 살려야 ”
한국노총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간단축법 시행에 따른 정부의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한국노총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간단축법 시행에 따른 정부의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려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한국노총은 노동시간이 줄어 여가시간이 늘어나도 실질임금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동시간 단축 따른 정부 지원 시급

이날 한국노총은 정부가 검토 중인 지원 대책에 대해 “획일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500인 이상 사업장은 제외되고 있다”며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결재부서처럼 행세해 정부의 지원 대책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납부한 고용보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고용기금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과 노동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지만, 현행보다 지원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이후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개정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노동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노동시간이 주 52시간 이내로 줄어들 경우 월 평균 약 38만 원 이상의 임금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 특성 맞춤 지원대책 나와야

제조업과 자동차운수업, 건설업의 임금손실액은 평균액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제조업 현장은 대부분 시급제 임금구조다. 시급제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곧 임금 저하”라며 “월급제에서는 노동시간이 줄어도 일정부분 임금이 보전된다. 시급제 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청 불공정 거래로 원청과 하청의 수익률이 두 배 이상 차이난다. 이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장 중소사업장이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확보해 주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동존중 사회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노동단축이 사회 양극화를 더 벌려서는 안 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양극화 해소에 일조하기 위해 정부가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인 자동차운송업종이 최근 무제한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다행스럽지만,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손실이 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버스노동자들은 일터를 떠나고 신규 인력충원도 불가능하다”며 “현재 자동차운송업 임금에서 기본급의 비중은 약 50~55%이고, 나머지는 연장노동에 따른 수당 등이다. 월 최저 40만 원에서 최대 120만까지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7월 버스 운행에 차질을 줘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 정부가 지원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오는 24일 열리는 자동차노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논의를 거쳐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근본적으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버스노동자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버스준공영제 도입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건설업의 특성상 기업 규모 순이 아닌 공사금액 순으로 적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앞서 2008년 도입된 주 5일 근무제의 경우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기업별이 아닌 현장규모별 적용을 부칙으로 정한 바 있다.

진병준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은 ‘건설일용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 폐기도 촉구했다.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은 새벽에 일을 시작해 밤늦도록 일하면서도 연장, 야간, 주휴, 연차 등 어떤 수당도 받지 못하고 하루치 노임을 받아왔다”며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건설노동자도 각종 수당을 받도록 해 노동시간을 줄여도 임금이 보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이 성공적으로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 노사의 협력과 함께 정부 지원역할이 중요성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도록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일자리연대협약’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측의 일방적인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연장노동 포함 주52시간제의 전면적 조기도입 ▲실노동시간 단축 및 교대제 개편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설치 ▲노동시간 상한제 및 적정인력 확보 ▲생활수준 저하 없는 적정임금 확보 ▲포괄임금제 남용 등 위법한 노동시간제 철폐 ▲연속적인 연차 휴가권 및 휴일 휴식권 보장 등의 지침을 산하조직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