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따른 제도·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
4차산업혁명 따른 제도·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5.15 13:54
  • 수정 2018.05.15 0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신(新)노동질서 토론회, 사회적대화 통한 협의 강조

 

1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과 신(新)노동질서’에 대한 토론회가 (사)노사공포럼 주최로 열렸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1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과 신(新)노동질서’에 대한 토론회가 (사)노사공포럼 주최로 열렸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표현되는 기술 발전의 흐름에 따라 일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제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과 신 노동질서’에 대한 토론회가 (사)노사공포럼 주최로 열렸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4차 산업혁명과 노동시장’, ‘4차 산업혁명과 노동법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의 노동시장은 기술적인 기반이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디지털 노동세계”라며 “그 미래는 기술의 발전 수준이나 단순한 경제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노동자의 협력과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사회시스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와 노동형태, 직업·직무, 직업훈련, 노동시간, 임금 등 노동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4차 산업혁명을 반영한 인력 수급 자료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취업자 수가 줄지만, 2027년부터 경제성장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가 더 커져 일자리의 총량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노동의 핵심은 노동을 세분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일종의 아웃소싱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문제가 된 특수고용 종사자들이, ‘디지털 특수고용 종사자’들로 대폭 늘어나 유사한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과 노동과정의 디지털화는 직무의 내용과 수준을 바꾸기 때문에 일에 필요한 역량을 변화시킨다. 조직 내에서 협력적 상호작용을 하는 능력과 분업에 따른 전문성, 문제 해결을 위한 판단력에 대한 요구는 커질 것”이며 “노동시간을 단축할 여지는 많아지지만, 실제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관계라는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활용은 거시경제의 성장과 사회 발전을 위해 촉진돼야 하지만, 노동자를 기술혁신이 야기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기술적 가능성을 실현할 기회를 공정하게 주기 위한 사회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 ▲직업훈련의 재편 ▲개별·집단 노사관계 개편 ▲시·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를 위한 법적 보호체계 구축 ▲(노동자성을 전제로 한)기존 사회보장 사각지대 해소와 법적 보호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그동안 4차 산업혁명 관련 논의의 대부분은 기술과 경제논리에 터를 잡고, 노동의 관점을 배제해왔다”며 “디지털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노동자들에게 소득 향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의 형태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만큼 사회적 아젠다로 다룰 ‘디지털 코포라티즘’, 즉 사회적 대화와 협약을 통한 노동세계의 디지털화해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근로기준법은 산업화 시대를 전제로,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근로자 보호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은 강행규정”이라며 “경계 없는 노동의 시대라는 새로운 변화에 맞게 노동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장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사용자에 대한 ‘인적 종속성’을 중시한 현행 근로기준법의 보호체계에서 현실과 근로자의 요구는 무시되거나 위법행위가 된다”며 “노동법의 개혁과제를 규제 또는 규제완화라는 이분법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고, 노사의 자율적 결정 권한과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노동계와 경영계, 학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산업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대응문제의 세부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조와 노동자를 배제는 있어선 안 된다. 사람 중심의 노동존중 디지털 산업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법제연구실 실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외부 논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노사가 스스로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단계적으로 접근,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 사회적인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현재의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논의도 미래와 연결된 문제라는 측면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작년 9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고, 같은해 12월 국회에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 올해 4월 노사정위원회 대표자회의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오는 6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