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노동자 “가짜 휴게시간 그만!”
사회서비스노동자 “가짜 휴게시간 그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5.15 13:39
  • 수정 2018.05.1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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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 실태조사·인력배치 개선·근기법 감독강화 등 촉구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이 15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엉터리 대응 복지부,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이 15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엉터리 대응 복지부,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사회복지업이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제59조의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을 근거로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정부부처를 규탄했다. 노동현장의 실태는커녕 근기법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15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은 근기법 개정이 아니라 근기법 위반 관행이 만연한 현장이다. 정부는 근기법 위반 실태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서진숙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장은 “특례업종이고 아니고는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사회복지사, 간병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근로계약서에 명시한 휴게시간은 지켜지지 않았고, 휴게시간을 빌미로 임금이 깎여왔다”며 “정부가 또다시 아무런 대책 없이 민간시장이 알아서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업종의 경우 법으로 정한 주간 최대 연장근로 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다. 단 이 때도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은 특례업종이었을 때도 노사 간 합의 없이 현장에서 휴게시간 특례 적용을 받았다. 이번 근기법 개정 때문에 사회서비스업종이 특례업종인줄 처음 알았다는 반응마저 있었다”며 “사용자들의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보장은 근기법 개정과 상관 없이 원래부터 있었던 기본적이고 명확한 법률적 의무였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봄이 필요한 아동, 어르신,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업의 특성상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일하는 중에 쉴 수 없는 현장상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추진위원장은 “얼마 전 어린이집으로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넣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고, 보건복지부관계자는 교사들에게 ‘낮잠시간에 돌아가면서 쉬라’고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린이집 교사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잠들고 깨어나는 아이들을 일일이 재우고 돌보며, 짬짬이 부모들에게 보낼 알림장을 쓴다. 오후 수업준비, 일지, 관찰일지를 씁니다. 낮잠시간에도 교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 점심식사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 글에 4만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고 전하며 “가짜 휴게시간은 사라져야 한다. 어린이집 점심 식사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0일 정부는 개정 근기법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활동지원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4시간 당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방침을 각 기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윤남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충북지회장은 “사실상 장애인과 떨어져 휴게를 취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책 없이 무조건 쉬라는 것은 그냥 휴게시간만큼의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쉴 수 있도록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2인 근무제를 도입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65일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사회복지사, 24시간 격일제 또는 12시간 맞교대, 3교대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요양시설 노동자들도 현실에서 휴게시간보장 받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이들은 정부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보장을 빙자한 ‘무급노동 강요’ 지침 철회 ▲사회서비스제공기관 운영·업무 지침 전면 재검토와 시정 ▲사회서비스 노동현장 근기법 위반 실태 점검 ▲근기법 준수 감독 강화 등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에는 노조의 보육협의회·보육지부(준), 돌봄지부, 사회복지지부, 재가요양지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