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효과 의견 분분 ‘고용 감소 vs 소비 확충’
최저임금 효과 의견 분분 ‘고용 감소 vs 소비 확충’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5.29 02:26
  • 수정 2018.05.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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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 “소득 증대 정책에 투자 증대 등 경제 정책도 동반되어야”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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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분분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의 고용 부담이 커지면 되레 경제 위축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이들과 소득 증가로 인한 내수 활성화, 생활 소득 보장 등의 이유로 인상에 찬성하는 이들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25일 서울대금융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의 소득·고용효과’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와 소득주도성장의 실효 등을 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다양한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 축소 효과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으나 그 실증이 연구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점, 2018년 인상에 따른 효과 분석이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더욱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7년까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데이터를 이용,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를 추정하고자 했다며 그간의 매해 데이터를 볼 때 임금인상 적용근로자 비율이 높을수록 실질임금 상승률은 높아지고, 고용 증가율은 낮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 적용근로자 비중이 1% 상승할 때마다 고용 증가율이 추정 방법에 따라 0.4%p에서 2.2%p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임금 기준 2018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즉 최저임금 영향근로자의 수는 11.2%로 12.3%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2007년의 영향근로자 비중인 6.7%보다는 높은 수치다.

또한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소멸뿐 아니라 고용 창출을 억제하기도 한다”며 “소규모 자영업체의 진입과 퇴출을 통한 고용 창출 및 소멸 효과가 큰 만큼 근로자 수뿐만 아니라 사업체 자료를 이용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다양한 보수 언론에서는 지난 1월 1일부터 아무런 실증 데이터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며 “이번 연구 결과도 2018년의 실질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결과가 아닌 만큼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발표된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분석 결과는 2018년 인상에 따른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이전 데이터에 따른 추정 분석이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현재 국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

또한 김 이사장은 “일자리 수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는데, 고용이 증가해도 노동시간이 감소해 일자리 수는 변함이 없거나 감소할 수 있으므로 고용된 근로자 수와 노동시간을 나눠 분석해야 제대로 분석 가능할 것”이라는 비판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내생성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계량경제학에서 내생성 문제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여, 현상을 왜곡 해석하는 것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 중요한 다른 변수를 빠트리거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 등 다양한 변수 통제 하에 실험 및 검증을 하기 어려운 사회과학에서 이야기 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고용률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국, 전 직종 단일 기준의 현 최저임금 제도 분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구 수준의 빈곤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서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무딘 수단이라는 점, 극빈곤층 구제에만 효과를 본다는 점 등 최저임금 인상 정책 자체에 대한 한계점 역시 제시됐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노동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가구 빈곤 구제 목적으로는 매우 무디고 성긴 도구”라며 “빈곤 가구 가운데 취업자 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할 때 다른 정책 수단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강진 리츠메이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 최저임금 적용이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과 최저임금 인상률이 밀접하게 연동이 되어 나타난다”며 “정부가 이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분배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소득주도성장론을 편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영세자영업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양자들 사이의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은 우려할 만 하다”며 “기능적 소득 분배와 수요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강조하는 성장론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근로장려세제, 고용보험 강화, 노조 결성 촉진 등 다른 효과적 정책 수단 역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사회를 맡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처음에는 인권의 제고를 목표로 이야기됐는데 지금 사회에서는 그런 차원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다만 앞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소비 수요 늘리기 정책과 더불어 투자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 정책도 동반되어야 경기 침체와 양극화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