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 무산 불씨된 ‘최저임금법 개정안’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 무산 불씨된 ‘최저임금법 개정안’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5.29 02:26
  • 수정 2018.06.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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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노총 최저임금 개정안 폐기 총력 투쟁 선언
한국노총은 28일 오전 11시 ‘제419차 회원조합 대표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개악'이라고 규탄하며 조직력을 동원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한국노총은 28일 오전 11시 ‘제419차 회원조합 대표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개악'이라고 규탄하며 조직력을 동원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된 최저임금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회적 대화를 위한 새로운 노·사·정위원회 구성을 무산시키는 불씨는 물론, 노정 관계 파탄의 신호탄이 됐다.

28일 오후 2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한국노총이 “저임금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역할을 사라지게 하는 개악”이라며 사회적 대화 기구 전반에 대한 불참을 선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제419차 회원조합 대표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역할을 사라지게 하는 개악”이라며 조직력을 동원해 총력투쟁에 나설 뜻을 전했다.

이들이 결의한 내용은 ▲한국노총 출신 최저임금위원의 최저임금위원회 전원 사퇴 ▲모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불참 ▲한국노총 조직력 총동원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 투쟁 지속적인 전개 ▲최저임금법 개정안(제6조2, 최저임금 산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추진 등이다.

다만 “최저임금법개악안 폐기를 최우선 목표로 더불어민주당을 항의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면서도, 이후 나오는 정부 여당의 후속조치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정해 나가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보다 강경한 투쟁으로는 ▲노동존중사회 정책연대 파기 선언 ▲정치방침 철회 ▲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각종 사회적대화기구 불참 선언 등을 언급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 여당을 향해 “이번 개악안은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대선공약 피기이자,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폐기”라며 “최저임금 대상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만 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려면,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을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갑질과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과다한 임대료 경감 등 보다 실질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적 대화 참여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개악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 임금 보전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 나오지 않을 때 불참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의 다양한 임금 항목 중 기본급만이 비교 대상이다. 그런데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식비·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수당 중 각각 최저임금 기준 월환산액(157만 3,770원)의 25%, 7% 초과하는 부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 인상으로 반영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일정 수준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연봉 2,40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 중에도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반박 계산자료를 제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안으로 꼽히는 노사정대화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 1기 출범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1999년과 2015년 합의사항에 대한 정부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탈퇴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삼겠다”며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어렵사리 구성됐다. 지난 4월말 이들은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노정관계를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