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우리 정신이요 생명이다
말은 우리 정신이요 생명이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7.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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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과 무관심 속에 한글학회 100돌 맞아

▲ 한글학회 자료실. 비좁은 공간에 많은 자료가 정리도 덜 된 채 쌓여 있다.   ⓒ 박석모 기자

올해는 우리말글을 가다듬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한글학회가 100돌 되는 해다. 100돌 기념행사 준비에 한창인 한글학회를 찾아 김승곤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말은 우리 정신이요 생명”이라며 우리말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이 흐트러지면 정신도, 행동도 흐트러져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 김승곤 회장에게 한글의 현재를 물었다.


- 100돌을 기념해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가?

"8월 29~30일 이틀간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한글학회 100돌과 우리 말글 연구’를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캐나다의 Ross King 교수, 일본의 Noma Hideki 교수, 중국의 Wang Dan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함께한다. 이 외에 8월 30일 오후에 100돌 기념식을 치르는 한편, <한글학회 100년사>를 내고, 열린 음악회, 홍보대사 모임, 전시회, 무용 발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100주년 기념우표도 발행할 예정이다."

-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국립국어원에서 2천만 원을 지원한다고 하고, 국민은행에서는 약 8천만 원 정도 되는 <100년사> 발행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술진흥재단에서도 학술대회 예산 2천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계획하고 있는 행사 비용으로 4억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3억 원 정도 지원될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부족한 예산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있는 사무실은 공간이 좁아서 자료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들을 모셔다가 연구를 하려해도 공간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념관을 지어 공간도 넓히고 제대로 연구도 해보려고 한다. 각 기업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 한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 있어서 민족이 만들어졌고, 민족이 있었기에 나라가 형성됐다. 당연히 우리 글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 글자가 없어서 한자를 쓰다 보니 철학도 문학작품도 우리 것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문화가 꽃필 수 없었다. 남의 나라 문자로는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훈민정음을 만든 후에도 지배층은 한자를 사용했다. 그때 쓰던 고유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1910년 합방 후에는 강제로 일본말을 쓰게 해서 우리말이 또 사라졌다. 해방이 된 후에는 일본말 자리를 영어가 차지했다. 뿌리 깊은 사대의식이다. 외국 말을 써야 유식한 것처럼 생각하다보니 우리말을 모른다. 통치용어부터 법, 신문방송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우리말이 없다. 순수한 우리말이 죽어가고 있고 한국정신이 없다.

말은 우리 정신이요 생명이다. 말이 흐트러지면 정신이 흐트러지고 행동이 바르지 않게 된다. 지금 사회가 어지러운 것도 말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흐트러진 국민정신을 바로잡고 우리말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다음이다. ‘세계화’를 주장하는데, 과거를 무조건 버리는 것이 세계화는 아니다. 전통과 예법과 풍속을 살리고 외국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개선하면서 우리 것을 꽃피우는 것이 세계화다. 우리말 바로잡기 운동부터 해야 한다."

- 영어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한창인데?

"우리만 단독으로 살 수는 없다.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말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자기 나라 말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학문도 문화도 발전할 수 없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살려 쓰면서 외국어도 교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