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시동 건 현대자동차
광주형 일자리 시동 건 현대자동차
  • 김민경 기자,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6.01 18:41
  • 수정 2018.06.29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노사민정 지역상생모델 될까?

현대차노조 “임금 하향평준화” 반발 … 향후 추진 과정 주목

ⓒ 참여와혁신
ⓒ 참여와혁신

현대자동차가 국내 투자의향을 내비쳤다. 성사된다면 자동차업체의 국내 투자는 22년 만이다. 1996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준공 이후 투자가 예상되는 지역은 ‘광주’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라는 평가다.

1일 광주광역시는 자동차 전용 산업단지(산단)로 조성 중인 빛그린 산단에 현대차가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완성차기업 투자, 다른 기업 참여 ‘유인’

현대차는 ‘사업 참여 의향서’를 통해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를 기반으로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에 광주시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 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투자자 중 한 일원으로 사업 타당성 및 투자 여부 등 검토를 위해 협의를 제안한다”고 명시했다.

제안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경제성을 갖춘 신규 생산 차종을 개발하고, 위탁해 생산할 차종의 시장수요를 고려해 생산규모를 합리적으로 논의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사업 타당성을 비롯한 제반사항을 검토해 투자 여부와 투자 규모, 생산 품목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광주시를 주체로 하는 독립 신설법인에 지역 사회와 공공기관, 다수 기업들이 공동 투자 시 일정 지분에 참여해 완성차를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내용”이라며 “국내 최대 완성차 메이커가 여러 투자자 중 처음으로 신설 법인의 사업 참여 검토 의향을 밝힌 만큼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완성차 생산법인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현대차의 사업 참여 의향을 관계부서와의 회의를 통해 정확하게 검토하는 한편 대응단을 꾸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친환경차와 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될 빛그린 산단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한 시책을 지난 2014년부터 추진 중이다. 그동안 ▲자동차 전용산단인 빛그린 국가산단 조성 ▲친환경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3,030억 원 R&D 예산 투입 ▲노사민정 협력 기반 광주형일자리 모델(적정임금, 유연한 인력운영 도입, 산단 내 각 사업장 별 생상노사발전협의회 구성 등) 실현을 위해 다방면으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같은 광주시의 도전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역 노사민정의 간절한 고민 속에서 나왔다. 핵심은 사회적 대화와 연대를 기반으로 지역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빛그린 산단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광주형 일자리를 현실화 하는 것이 도전의 성공을 가늠할 관건이었다. 현대차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동안 실체가 무엇이냐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잇따라 나오는 이유다.

박해광 ‘광주시 더나은일자리 위원회 실무위원장(전남대 교수)’은 “그동안 내수 투자를 거의 하지 않던 현대차가 최종적으로 투자 형태와 규모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지역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생산에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며 “완성차 공장이 지분 투자를 하면 다른 (부품)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참여와혁신
ⓒ 참여와혁신

남은 과제, 광주형 일자리 둘러싼 오해와 갈등

남은 건 광주형 일자리 실현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간접적 노사와 이해당사자들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그간 광주형일자리 모델은 그 의미와 배경보다 ‘반값 일자리’라는 점이 부각됐다.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평균연봉이 8,000만 원 정도인 상황에서 광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논의 중인 적정임금이 4,000만 원 수준이라고 알려지면서다.

현대차가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음은 다시금 확인됐다. 현대차의 투자 의향서 제출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하부영, 이하 현대차지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자동차의 투자의향서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광주시 자동차 공장으로 인해 기존 완성차 공장의 물량이 빠져나가면 기존 현대자동차 공장의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하부영 지부장은 지난 3월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주 트럭공장과 4공장 스타렉스 공장은 물량이 부족하여 공피치(라인에 제품 없이 빈 벨트로 흘러가는 것)와 휴가로 생산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미 현대자동차 안에서도 고용 불안은 시작됐으며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물량을 확보해달라는 조합원들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의 적정임금 4,000만 원을 두고 “광주형 일자리가 정규직의 임금수준을 하향평준화하고 후퇴시키는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지부는 “정규직 임금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며 현대자동차의 경영위기를 가속화 시키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에 대해 반대한다”며 “경영위기와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는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를 강행할 경우에 2018년 임금투쟁과 연계하여 총력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밝혔다.

이런 노조의 반발에 대해 박해광 실무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기본적으로 노사정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자는 논의에서 시작해 시범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이를 계속해서 물량이 줄거나 임금이 삭감되는 차원으로, 동일업종의 동일임금을 해치는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박 실무위원장은 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모델에 대해 기존 노동자들의 우려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지향하는 적정임금은 단순히 낮아진다는 점만 봐선 안 된다. 해당 산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지역차원에서 교육이나 복지 등 임금 외적인 다양한 부분을 강화해 비용을 상쇄하고, 적정한 노동 시간을 정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적절한 균형 찾을 수 있길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광주시와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를 비롯해 향후 투자 의향을 밝히는 기업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려하는 지점들을 감안해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 3월 7일 ‘빛그린 산단 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선도적 실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시 이들은 ▲빛그린 산단에 적정임금이 실현되고 선진임금체계가 도입되도록 지원하고 협조함 ▲빛그린 산단에 입주하는 업체에 생산고용의 안정과 더불어 유연한 인력운영이 도모되는 방안 정착을 위한 적극 지원함 ▲노사상생 모델 구축 위한 상생노사발전협의회 구성하고 운영함 ▲빛그린 산단 입주기업들 내 노사분쟁 예방 중재하는 기능 적극적으로 수행함 등에 뜻을 모았다.

ⓒ 참여와혁신
ⓒ 참여와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