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노조, 산별노조 전환 투표 가결
대우조선노조, 산별노조 전환 투표 가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6.09 18:03
  • 수정 2018.06.11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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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찬성으로 가결… “조선 산업의 위기, 기업별노조 대응에 한계 느껴”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위원장 홍성태, 이하 대우조선노조)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산별노조로 거듭난다.

대우조선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산별전환 조합원 찬반 투표를 7일과 8일 이틀 동안 진행했다. 8일 대우조선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중 5,207명(88.5%)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3,714표(71.3%), 반대 1,463표(28%)로, 조합원 과반수 투표 참여,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산별전환 요건이 충족됐다.

대우조선노조는 앞서 2001년, 2003년, 2006년 세 차례 산별전환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이번 산별전환 조합원 찬반 투표는 네 번째 시도 만에 성공한 것으로, 현재 조선 산업의 침체와 인력 재편 등 자구계획안 이행으로 위협을 느낀 조합원들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일 대우조선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업별노조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조합원들의 선택은 산별노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정서가 강하게 확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교육, 선전전 등 대우조선노조 산별전환을 위한 활동을 이어온 금속노조는 환영을 뜻을 전했다. 금속노조는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대우조선노조 동지들의 합류를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맞잡은 연대의 손 굳세게 쥐고 구조조정의 파도에 맞서 함께 싸우고 함께 전진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이번 결의는 산별전환 여부만을 결정했으며 전환 시기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대우조선노조의 집단가입신청이 접수된 이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소속 지부 편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우조선노조 산별전환으로 올해 대우조선해양 노사 임단협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 5월 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기본급 4.11% 인상 ▲임금체계 제도 개편 ▲단체협약 갱신 ▲사내하청 처우 개선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제시한 반면, 회사는 ▲임금 동결 및 10% 반납 ▲복지 혜택 축소를 제시하면서 노사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이어져온 임금 동결과 고통분담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성일 대우조선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2년은 회사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통분담을 함께 했지만, 최근 유가 상승과 주력 선종 선박 발주 증가 등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며 “물가는 올라가고 있는데 임금이 올라가지 않아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는 내년까지는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수주 소식이 들리면서 외형적으로는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2014년~2016년 사이에 수주 물량이 없어 내년에 다시 일감이 줄고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노조가 적어도 내년까지 고통분담을 해준다면 이후 회사 정상화 토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사 양측 주장에서 교집합을 찾을 수 없어 올해도 교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우조선노조 산별전환 투표가 가결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조는 산별전환을 통해 개별교섭의 한계를 극복할 것을 밝혔으며, 회사는 이후 금속노조의 방침을 따르게 되는 노조와의 노사 갈등, 이로 인한 경영정상화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