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통보 후 철회 해프닝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통보 후 철회 해프닝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15 17:26
  • 수정 2018.06.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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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명 일괄 해고 통보 후 기자회견 직전 해고 철회 공문 보내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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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통보를 받아 노동자들이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내 해고가 철회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이하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14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지난 11일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집단해고를 통보하는 공문을 받았다며 그간의 노조 활동에 따른 사 측의 탄압이 의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인력파견업체 측이 해고 철회 통보를 보내면서 집단해고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집단해고 위기를 겪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의 노동자들은 인력파견업체 ‘이케이맨파워’ 소속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의 기내 청소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수보조 업무를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에 도급으로 맡기고 한국공항은 기내청소, 화물, 셔틀 등 다양한 업무를 각 노동자 파견업체에 다시 도급 위탁하는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이케이맨파워는 한국공항의 도급 업무 가운데 기내 청소 업무를 맡아 2010년부터 매년 도급계약을 갱신하며 운영해왔다.

노조는 매년 갱신되던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것은 노조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파업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김태일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결국 한국공항과 이케이맨파워, 대한항공 세 회사가 머리 짜내서 만든 방법일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지면 상처가 굉장히 크고 치유가 쉽지 않겠지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용역업체가 해고 철회 공문을 보내면서 해고는 다행히 없던 일이 됐다. 갑작스러운 해고 철회에 대해 이케이맨파워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담당자 부재로 응답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김 지부장은 “지난 파업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일도 있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가기는 어렵단 판단을 대한항공이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파업이나 큰 충돌 없이 사태가 일단락됐으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사 측의 3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분 착복을 고발하고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결성 8개월 만에 진행된 2주간의 파업 끝에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분이 기본급에 반영되는 임금 인상안 합의를 만들었다.

노동자 380여 명이 하루 평균 130여 대의 항공기 청소 업무를 하면서 오물 제거, 시트 교체, 신문 및 책자 비치, 바닥 진공 청소 등의 작업을 20~30분 이내에 마쳐야 하거나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의심되는 청소용 화학물질을 다루는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한 것이 알려져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파업을 통해 2018년 최저임금은 보장받게 됐지만 체불임금 문제와 산업 보건 문제는 현안으로 남았다. 김 지부장은 “오는 7월 12일 지난 3년간의 임금체불에 대한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이 예고되어 있다”며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으로부터 체불임금확인서를 받았지만 이걸 사측이 못받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약 10억 7천만 원의 최저임금 인상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아 지난 3년간 체불된 임금이 10억 7천만 원에 달해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이후 사측의 소송 제기로 인천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오는 19일 있을 사 측과의 교섭에서 지난해부터 요구했던 산업안전보건 관련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김 지부장은 “유해 물질 등 산업 안전 문제를 당장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10여 년간을 일하면서 입은 피해에 대한 규명과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이는 용역업체가 책임질 수가 없고 대한항공이 제대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항공기 기내 청소 화학물질에 대한 재수사 및 향후 대책 마련은 물론, 지난 시간 열악한 노동 조건 하에서의 피해 보상 문제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김 지부장의 주장.

한편 김 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화제가 됐던 공항공사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간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본과 권력의 억압 하에 착취당했다”며 “이제는 분배 정의 등 정당한 노동에 따른 보상을 이야기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오는 7월 18일 릴레이 집회를 통해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 공항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결집을 촉구할 예정이다.

김 지부장은 “그간 우리는 비행기 스케줄에 맞춰 살았지만 이제는 비행기가 우리 스케줄에 맞추라 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고용을 늘리고 복지 혜택도 늘려 우리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