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중심에서 ‘어떻게’ 중심으로
‘무엇을’ 중심에서 ‘어떻게’ 중심으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6.15 18:32
  • 수정 2018.06.1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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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기업 교육훈련의 이모저모

[커버스토리] 기업 교육훈련의 오늘 ②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 “정해진 답은 없는 거 같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직전의 방법을 완전히 뒤바꿔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일선에서 기업의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이들이 말하는 소회다. 기업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드러낸다. 일반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구분하긴 했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해마다, 시기마다 명멸하는 것은 일선 담당자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지원 넘어선 비즈니스 파트너로 부상

기업의 교육훈련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듣기 위해 만나본 A기업의 경우, 구성원들의 교육훈련을 전담하는 사내 조직을 두 가지 부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었다. 한 부서가 지금까지 익히 알려진 전통적인 의미의 교육훈련을 주관하는 곳이라면, 다른 한 부서는 좀 더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운영한다.

“여러 가지 관점과 층위에서 이야기될 수 있는 지점이 있지만, 우선 한 가지는 기존의 HRD 담당 부서처럼 스태프(지원) 부서가 현장 사업부서들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겠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자면, 기존에는 교육훈련 담당자가 구성원들의 사업역량이나 개발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어떻게 교육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면, 구체적인 프로젝트 단위로 구상부터 성과에 이르기까지 교육훈련 담당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맥락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는 사업 참여자(교육 참여자)는 물론이고, 교육 담당자의 성과로도 측정된다.

이와 같은 방식의 실험은 교육훈련의 본질을 찾아가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산물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라 할 지라도 내부 인력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서 외부 전문가나 기관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또한 빠르게 전문 기술이 발달하고 거기에 발 맞춰야 하는 산업에서는 종종 사내벤처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통상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제도의 운영은 전략이나 혁신, PI 등의 부서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기업의 경우 사내벤처 제도 등이 구성원들의 역량이나 사업가 정신을 키우는 데 맥이 닿아 있다고 판단하여 교육훈련 부서에서 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가 가능한 것은 A기업이 인력을 조직 내부에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조직도 차원에서 보면, 임원 단위까지만 세팅이 되어 있고 그 아래 팀 단위 인력은 연중 어느 때고 이합집산이 가능하다. 팀장 역시 언제든지 바뀐다. 팀장의 개념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관리자 역할이라기 보다,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리더의 개념이다.

발품 팔아 현장 인터뷰, 촘촘한 피드백

생산직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B기업의 경우, A기업의 사례처럼 내용이나 방법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대두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보다 촘촘하고 세밀한 피드백 과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수료 후 참여자들에게 간단한 설문 등의 방법으로 만족도나 성취도를 측정하려고 한다. 운 좋게도 참여자들의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불참자가 속출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최근에는 현장의 니즈 분석을 보다 철저하게 추진하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설문조사 역시 진행하며, 교육훈련 담당자들이 보다 현장에 밀착하여 참여자나 중간관리자들과 충분한 대면 인터뷰를 통해 보다 정성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에 힘을 기울인다. 이와 같은 피드백을 기초 프로그램에 더하는(add) 방식으로 작동한다.

B기업에서 이러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은 교육훈련 담당자들의 역량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을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외주로 진행하고 단순히 만족도만 체크하는 수준이었다면, 담당자들이 훈련된 지금은 분석과 설계가 가능하다. 새로 설계한 프로그램은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운영을 거치고 개선할 점을 보완해 확대 시행하기도 한다.

교육훈련 담당자들이 부러 발품을 팔아 현장의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는 등 피드백 과정을 강조하게 된 계기는 정확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성취를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직무역량과 관련한 내용은 정량적으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그 외 내용은 단순 호불호를 제외하고는 간단한 설문을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얻기 어렵다.

참여, 교육훈련의 성패 좌우한다

상이한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활용 모습이 크게 다르긴 하지만, 두 기업 담당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결국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성패는 ‘참여’가 가름짓는다는 맥락의 이야기였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성과를 평가하는 건 불변의 기준이 있는 거잖아요. 이용하는 고객들의 평가가 곧 성과입니다. 교육훈련 담당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현장의 직원들이 평가하는 것이 곧 성과이지요.”

실제로 평가의 측정을 정량적으로 할 것인가, 정성적으로 할 것인가는 확실치 않다. 두 방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평가를 해봐도 아쉬운 점이 나타난다. 다만 큰 추세는 교육훈련 프로그램들의 고객인 직원들로부터 인정 받는 게 강화되는 방향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상급자의 구미나 평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급자의 칭찬보다도 교육에 참여한 이들의 평가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평가가 나오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설사 상이한 내용과 절차의 프로그램이라도 두 기업 모두 성격은 비슷하다.

“강제성을 띤 교육은 아무래도 인기가 없죠. 특히 내용면에서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예전 이야기만 반복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일이 있는 이들이니까 애써 시간을 뺐는데 구태의연한 얘기를 하면 좋아할 리 없죠.”

결국 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참여자들의 수준이나 기호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담당자들의 업무가 과중해지는 원인이다. 하지만 워낙 교육 만족도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니 도리가 없다.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수혜성을 띄고 있는 프로그램인 경우, 가령 직무역량 향상과 관련한 장기 교육이나 해외연수, 어학, MBA 등의 과정은 당연히 대상자 선별 과정도 치열하고 만족도도 높다.

현업에서 바로 적용해야 할 새로운 기술이나 역량과 관련한 교육훈련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나오곤 하는데,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전사적으로 운영된다기 보다는 소규모로 신속하게 적용한다.

변화의 물결, 교육훈련도 바뀌어야 산다

변화는 단순하게 기술이나 필요역량의 차원에서만 도래하지 않는다. 기술의 변화는 대중들의 삶의 모습을 바꾸고, 이는 기업의 구성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는다. 교육훈련 담당자들이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도 그러하다.

과거에는 생산직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의 경우, 숙박을 하며 이뤄지는 집체교육의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성향이 변화하면서 이런 집체교육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잘 모르는 동료들과 어울리고 친해지며, 선후배 간 친목을 다지거나 교류하는 문화는 인기가 없다.

오히려 선호되는 방식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온라인/모바일 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장의 분위기를 읽어야 하는 교육훈련 담당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와 같은 선호도 변화는 과거처럼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못 견뎌 하는 최근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기업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란 한 마디로 ‘제너럴 매니저’에 가까웠다.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팀장을 시키면 구성원 인솔을 잘 하고. 위 아래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며, 업무적으로 막혔을 때 잘 뚫고, 부서 간 협상에도 능숙하고.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구성원이 변하는 것처럼 이러한 인재상의 패러다임도 변화한다. 지금은 전문성, 어떤 일을 하는 데 누가 가장 뛰어난지가 새로운 인재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어떤 사람을 뽑았을 땐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을 본 거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라고 뽑은 건 아니잖아요. 가령 능력은 출중한데 바로 위 상사와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성과가 저조한 사람이 있다면, 과연 이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본인이 차라리 리더를 했더라면 갈등이 생길 이유도 없고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거 잖아요?”

기업의 교육훈련과 관련해 ‘외주’는 드문 일이 아니다. 외부 전문가나 전문기관 등에 의뢰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교육하도록 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단순한 ‘외주’를 넘어 교육훈련 분야의 외부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강화되고 있다. 어쩌면 경쟁 상대인 동종 유사 기업과도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고 오픈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나 첨단 기술과 밀접한 기업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 세미나, 강연 등을 주최하고 학계나 관련 기업 등 폭 넓게 참가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자사의 핵심 기술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홍보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채용과는 달리 교육훈련과 같은 분야는 경쟁적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많은 기업들의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