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불공정 거래,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원·하청 불공정 거래,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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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노동사회 위한 활동 펼쳐나갈 것”

지난 5월 15일 여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노련) 2018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김만재 위원장이 97.5%의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재신임해준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5월 15일을 20만 금속노련 조합원시대를 여는 첫날로 선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무노조 사업장을 적극 조직화하여 2020년 20만 금속시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흘 뒤, 서울 여의도 금속노련 사무실에서 만난 김만재 위원장은 “조직 확대, 공정한 노동사회, 제조업 위기 돌파 문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활동을 힘 있게 전개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20만 조직화로 희망을”

3선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먼저 금속노련 전체 대의원들의 지지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대의원들의 지지를 모아 현장과 함께 열심히 소통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노동이 언제 편한 날이 있었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희망과 기대도 있었지만 여전히 재벌 중심의 노동정책이 만연되어 있지 않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 확대, 공정한 노동사회, 제조업 위기 돌파 문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활동을 힘 있게 전개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지난달 15일 개최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련 20만 조직화를 대의원들과 함께 결의했다.

대의원들과 함께 2020년까지 20만 조직화를 목표로 할 것과 2018년을 조직 확대의 원년으로 삼을 것을 결의한 것이다. 금속노련 모든 지역본부에서 일반노조를 건설하고 그 안에 노조에 가입하기 어려운 비정규직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를 끌어안는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포항지역의 포스코가 있고, 포스코 내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대기업만 살찌우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

지난 4월 금속노련 자동차업종 노조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원·하청 불공정 거래 현황과 피해사례를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나?

공정한 노동사회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청이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결정하거나, 납기일 단축 요구, 경영간섭, 생산라인 및 기술 탈취 등의 횡포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냈다가는 물량 계약을 끊어버리니, 하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불공정한 계약 조건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그 고통이 어디로 가겠나?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다시피 문제의 중심에 있는 대기업과 원청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나서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 갑질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불공정거래의 핵심인 제조업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공정 사례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인지 조사가 필요하다. 김상조 위원장에게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문제점을 전달했고 김상조 위원장 역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과연 어디까지 그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금속노련에서는 올해 ‘자동차산업 원·하청거래의 실태와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연구 사업을 진행해 불공정거래 실태를 연구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조업의 위기, 돌파구를 찾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2대 지침 폐기,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등의 성과는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타임 오프 문제나 제조업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정부 정책은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 외형적인 선언은 이어나가고 있는데 정책결정 과정에서 또 다른 적폐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외형적으로는 노동존중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대 노총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들이 숱하게 자행되고 있지 않나. 특히, 양대 노총을 1,900만 노동자 중에 200만 밖에 안 되는 조직으로 지칭하는 등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 수위와 노동계를 대하는 태도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참여정부의 노정관계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노정 갈등이 적폐 세력에게만 이익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난달 30일 한국노총 제조부문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한국노총 제조연대) 확대출범식이 개최됐다. 기존 5개 제조부문 산별연맹이 모여 있던 한국노총 제조연대에 광산노련과 식품산업노련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완전체를 이루게 됐다. 이번 한국노총 제조연대 확대출범식의 배경은 무엇인가?

제조업은 한 나라의 주춧돌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제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 내수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제조업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 정부주도의 일방적 구조조정, 무분별한 아웃소싱, 원·하청 불공정 거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등으로 한국 제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산업공동화 문제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해외로 진출해버리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발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각 산별이 따로따로 제조업의 위기를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제조업 위기에 맞서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하면서 확대출범식을 개최하게 됐다. 한국노총 규약 상 업종위원회를 가동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제조부문이 선도적으로 업종위원회를 가동하게 됐다. 기존 한국노총 제조연대에는 고무산업노련, 금속노련, 섬유·유통노련, 출판노련, 화학노련이 함께하고 있었고, 이번에 광산노련과 식품산업노련이 추가로 참여하게 됐다.

큰 틀에서는 위기의 제조업을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노총 제조연대가 함께 국가 제조업 정책 마련에 적극 개입해 노동 중심 산업 정책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또한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4차 산업혁명 등 제조업 현안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다.

제조업의 위기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제조업 위기 돌파는 어떻게 보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다시 제조업’을 외치는 이 국면에서 노사정이 참여하는 제조업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 제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양대 노총 제조연대가 주도하여 지난해 9월 발의한 제조산업특별법에도 ▲제조산업 발전전략과 기본 정책 수립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대규모 구조조정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기구 구성 등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제조산업특별법 입법이 지지부진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제조산업특별법의 핵심 취지는 산업 정책과 노동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고,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양대 노총 제조연대가 함께 만들어 가자는 것이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는 입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여당이 되면서 부담을 느끼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 제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 구조조정 문제 등 제조업 현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노동을 외면한 결정”

지난달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먼저 최저임금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저임금 논의가 처음부터 끝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국회로 떠넘겨진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기존 통상임금에 해당했던 매월 지급받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넣는 것은 정부가 재계의 소원수리를 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문제에 앞서 노동계의, 나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대화도 없었고, 소통도 없었다. 결국 노동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들로 개악된 것이다. 이는 곧 현장에서 갈등과 혼란, 노사 분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국회가 노동을 외면한 결정을 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