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연대 ‘갑질’ 근절 게릴라 캠페인 진행
대한항공 직원연대 ‘갑질’ 근절 게릴라 캠페인 진행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18 09:05
  • 수정 2018.06.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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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전 사무장 “공포심 이겨내고 보다 현명하게 나설 것”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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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근절을 위해 다시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이하 직원연대)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갑질’ 근절 문화캠페인을 진행하고 시민들에 서명을 호소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근절을 위해 관련자 전원의 범죄 행위 처벌과 경영 퇴진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4번의 집회, 3번의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날도 10여 명의 직원들이 대한항공의 직원연대 운동을 상징하는 푸른 리본이 인쇄된 스티커, 배지 등을 시민에 나눠주며 대한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6월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 진행된 직원들의 호소에 다수의 시민이 서명에 동참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등 큰 관심을 표시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시민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범죄 행위 및 갑질에 크게 공분했고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느낄 정도라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여러 가지로 활동하기가 굉장히 힘들겠지만 이것이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나아가서 열매 맺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이날도 가면을 쓰고 선전에 나섰다. 그간 직원들은 사 측의 집회 사찰 등으로 인해 신원이 드러나 사내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모든 활동에 가면을 쓰고 참가해왔다. 자신을 10년 이상 경력의 직원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직원연대가 집회를 열면 매번 같은 사람들이 양복 입고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린다”며 “그런 식으로 보고가 되면 회사에서 승진 누락 등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일상에서 상사를 통해서 압박이 내려오는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연대 활동이 시작되면서 대한항공이 직원들의 충성도를 파악하여 관리하는 ‘블랙리스트’를 운용했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충성도가 낮거나 회사에 비판적인 직원을 ‘안티’로 규정하고 승진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해왔다는 것.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그간 너무 오랫동안 사 측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기에 공포심이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결국엔 누구라도 연대하지 않고서는 큰 일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그것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사 측의 탄압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다 큰 규모의 본격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최근에는 지방선거, 북미 정상회담 등 중앙에서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조 씨 일가의 범법 행위와 ‘갑질’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내부를 정비하고 본격적인 조 씨 일가 퇴진 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사무장은 “그간 직원연대를 음해하는 왜곡된 시선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정 작용이 일어나서 우리 직원들도 보다 현명하게 보고 나갈 것”이라며 “집회만 한다고 될 게 아니고 사법부 등 다양하게 회사에 압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서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시민들에 서명 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시민들에 서명 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