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노조 “초등돌봄교실 확대, 노동조건 개선 없이는 어려워”
학비노조 “초등돌봄교실 확대, 노동조건 개선 없이는 어려워”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27 08:38
  • 수정 2018.07.11 0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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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전담사에 일방적 희생 강요로 무임금 노동 일상화돼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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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돌봄전담사들이 전일제 노동 확충을 통한 온종일 돌봄교실 운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는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에서 보육을 담당하는 초등돌봄전담사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통한 양질의 보육 서비스 제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폭우 속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초등돌봄교실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확대만이 아이들 교육을 위한 길”이라며 “여성 노동자들의 쪼개기식 단시간 돌봄을 통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초등돌봄교실은 방과 후 보호자 없이 시간을 보내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학교가 끝나는 시간부터 집에 가는 시간까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공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임기 내 초등돌봄 대상을 20만 명 늘린 53만 명으로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등학생에 대한 방과 후 돌봄 공백 상황이 심각한 만큼 보육 지원을 통해 학부모의 일, 육아 병행을 돕겠다는 게 정부 정책의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정작 돌봄을 담당할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양적 확대만 외치는 차원에서 제대로 된 정책 취지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체 돌봄 전담사 중 82%가 주 20시간 등 시간제 노동자, 25%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제 노동자다. 경우에 따라 하루 2.8시간, 주 14시간을 일하면서도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고, 놀이 활동을 하고, 일지 등 행정 업무,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귀가 시간에 맞춘 귀가 지도까지 해야 한다.

한 돌봄전담사는 “하루 3시간도 안 되는 시간의 노동으로 이 모든 돌봄 노동을 할 수가 없어 수당 없는 초과 근무는 일상이 됐다”며 “여름방학엔 상황이 더 심각해 아이들이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교실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이 걱정돼 일찍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단시간 노동자 고용을 통해서 제대로 보육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제약에 따른 단시간 노동 체계가 구축됐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의 특성상 전담사들이 자발적 희생과 무임금 노동에 내몰리게 됐다는 것.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의한 무기계약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초단시간 근로 유지로 생활과 노동의 불안정은 여전한 상황. 현재 정부 정책 기조가 돌봄 교실의 양적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노동력 확충과 고용안정을 통한 안정적 운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초등 돌봄교실을 3500여 개 늘리고 지원 대상을 3~6학년의 아동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에서 충분한 재정 투입 없이는 돌봄 교실의 양적 확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돌봄 전담사 8시간 전일제 보장을 통한 노동 강도 조정, 인력 확충이 해답이란 입장.

현장 발언에 나선 서울 지역의 한 돌봄전담사는 “현재 정부가 5시 이후의 돌봄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시간제 노동으로 인한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며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돌봄 서비스 노동자들을 살펴보는 것은 필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