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소년의 비극적 죽음,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15살 소년의 비극적 죽음,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7.02 17:35
  • 수정 2018.07.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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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 여전히 반복되는 비극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30년 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로 전 국민은 기대와 기쁨으로 들떠 있었지만, 15세 소년이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이 소년은 1973년생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상경해 공장에 취업했지만 두달 만에 병을 얻었다. 소년의 이름은 문송면이었다. 문 군은 88년 7월 2일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시기 원진레이온에서는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는 국내 최대 직업병 사건이 일어났다.

7월 2일,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앞에는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원회, 민중공동행동,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모여 문송면  군과 원진 노동자 사망 30주기를 추모하고, 반올림 삼성 앞 농성 1,0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재해, 산재사망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로 OECD 국가 평균 3배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2,400명이 넘게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지난 2016년 핸드폰 부품 하청공장에서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19세 청년 노동자는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이자 故 황유미양 아버지는 “화학약품을 다루는 노동자들은 관련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학생들에게 병들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노동환경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국은 OECD 국가 경제 규모 세계 11위이지만,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청년들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살 권리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함미정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건 건강권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노동자는 도구가 아니며 사람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시 한다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고 노동의 고귀함과 삶의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건설 노동자와 같은 취약한 노동자들이 산재 직업병에 집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추모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비극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직업병 예방은 노동손실을 줄이는 일임 동시에 사회적 손실과 경제적 손실을 절감하는 공익적 과제”라며 “노동자에게만 맡겨 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나서서 산재직업병 추방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명안전법 헌법에 명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소년 노동자 등 소수 노동자 건강권 ▲화학물질 알권리 완전 보장 ▲위험의 외주화 금지 ▲과로사 OUT ▲감정노동 등 정신건강 관리를 주요 의제로 삼았다.

오는 7월 4일 저녁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30주기 추모와 삼성포위의 날’을 진행하며 삼성이 직업병 문제해결에 나설 것과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7월을 추모 기간으로 설정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사진전과 토론회 등을 계획했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오는 7월 4일 '삼성 포위의 날'을 예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기자회견을 끝내고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오는 7월 4일 '삼성 포위의 날'을 예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