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사, 간호 인력 수급 문제놓고 공동 협의
보건의료 노사, 간호 인력 수급 문제놓고 공동 협의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12 10:01
  • 수정 2018.07.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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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통해 보건의료 정책 중요성 사회에 알려야“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보건의료계 노사 간 공동 정책 협의가 열렸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는 11일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2018년 1차 보건의료산업 노사 공동 정책협의를 진행했다. 노사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정책 협의는 간호사의 노동 처우 개선을 통한 인력 수급 방안을 주제로 노사 간 정책 제언 및 보건복지부의 향후 대책 설명, 노사정간 전체 토론 등으로 꾸려졌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09년까지 진행됐던 산별교섭 부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립대, 사립대 병원이 불참하는 등 사 측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오늘 같은 정책 협의 자리에서만큼은 노사 모두가 보건의료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며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노사를 떠나 우리 모두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현장을 만들자는 것은 동의할 것”이라며 “정부, 공급자, 기업, 전문가 등 여러 가지 관점 차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가 국민의 시각과 관점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노사의 정책 제안에 앞서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의 “간호인력 처우개선 종합대책 이행과제 및 보건의료산업 일자리 정책”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곽 과장은 “그동안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있어 올 3월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며 “크게 신규 간호사의 이직을 막고 경력 간호사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 간호대학 정원 확대를 넘어서 병원 내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주된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고령사회 도래,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지역사회, 보건소, 방문간호 등 간호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간호간병서비스 병상 수를 2017년 기준 2만 3천 가구에서 2022년 10만 병상까지, 방문간호 가구 수를 110만 가구에서 2022년 373만 가구로 늘릴 것을 목표로 잡고 간호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의 약 53.8% 수준으로 지속적인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거나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신규 간호 인력 배출 확대 정책으로 전체 간호사 수는 2008년 24만 7천 명 수준에서 2017년 37만 5천 명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간호대학 입학 정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면허 보유자 대비 의료기관 종사 간호사 비율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점점 낮아져 간호 인력의 비의료 기관으로의 이직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교대, 야간 근무 등 현장 노동 강도의 문제에 더해, ‘태움’ 문화 등 인권 침해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간호 인력을 산업 내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

곽 과장은 인력 대책은 크게 두 갈래로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건전한 병원 내 조직문화 조성을 유도하는 한편, 간호대학 정원 확대, 경력 간호사 재취업 활성화를 통해 간호 인력 자체를 확충하는 것이라 밝혔다.

적정 처우 보장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간호 수가 체계 개선이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기됐다. 올 4월부터 적용된 간호 수가 체계 개선은 건강보험 간호관리료의 간호사 인력 산정 기준을 병상 수에서 환자 수로 변경한 것으로, 빈 병상이 많은 지방 중소 병원에서는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로 수가 기준을 변경할 경우 등급 상향, 수가 인상이 이어져 수익이 늘어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늘어난 수익분 70% 이상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토록 해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

보건복지부의 전망으로 향후 5년간 6천억 원 정도의 병원 수익이 늘어나 그 수익분의 70% 이상을 간호사 충원, 근무 환경 개선 등에 사용토록 해 간호 인력 대책의 일환으로 삼는다는 게 곽 과장의 설명이다.

야간 수당 지원 정책, 야간전담간호사 활용, 야간근무 가이드라인 제정 등 야간근무 부담 완화 및 보상강화 정책도 제시됐다. 3교대 상 불규칙한 야간 근무와 이에 따른 재정 확충 역시 쉽지 않다는 점에서 관련 지원이 선행되어 당장의 근무 여건 제고를 통해 후행될 구조적 개혁의 시간을 번다는 게 정책의 주된 취지다.

태움, 성폭력 등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처분 근거를 마련하고 의료기관 평가인증지표에 인권침해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부가 감시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한편 신규 인력 증원 및 경력 인력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는 간호대학 입학 정원 확대 지속, 학사 편입제도 확대, 경력 간호사 확보 수준을 확인하는 인증평가 지표 마련 등이 제시됐다.

노사 간 정책 제언 시간에는 현장에서 토로하는 다양한 보건 의료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국립대 병원 대표로 참석한 박영미 부산대병원 간호부장은 “결국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신규 이탈을 예방하는 게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전부”라며 “경력간호사가 나가는 대표적 이유는 야간 근무이고 현장에서는 야간 전담 두 명만 구하면 상황에서 그 두 명도 안 구해질 정도로 야간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밝혔다. 야간 근무의 어려움이 나이를 더할수록 커지고 야간 근무가 현장 인력 수급 어려움의 핵심이자 노동 강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증언.

이어 박 부장은 “신규 간호사들은 오리엔테이션 기간 제일 많이 나간다”며 “이는 교육 전담 간호사가 없어 생기는 간호 교육의 기능의 부족으로 충분한 중앙 교육 후에 부서로 차출되면 어느 정도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재호 아주대병원 행정부원장은 “3교대나 야간 근무를 해본 적 없는 신규 간호사들이 갑자기 일을 하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 한다”며 “교육 제도 개선과 교육을 위한 예비 인력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 중소병원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김봉구 서울녹색병원장은 “간호사 수급 문제는 간호사 인력 문제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경영과도 연관이 되는 문제”라며 “부끄럽지만 중소병원에서는 경력 3~5년 차가 되면 대학병원을 목표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고 진로를 아예 바꾸어 공무원 쪽으로 가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중소 병원이 느끼는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대규모, 대도시 종합병원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

이어 김 원장은 “지역을 커버하는 응급실 등 민간 중소병원이 가진 공공성이 있다”며 “간호사를 밤에 대기시키는 콜 당직을 시켜도 병원이 벌어들이는 돈은 없지만 의료기관 공공성을 가지고 유지한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선 신천연합병원장은 “병상등급 대비 간호사 수로 수가를 계산하던 시절 간호등급은 5등급이었고 민간 중소병원의 80%는 아마 7등급도 안 될 것”이라며 “더불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지원 확대로 간호사들이 대도시 대규모 병원으로 쏠리면서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사 수급이 세 배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간병인 대신 간호사와 병원이 환자의 간병을 맡는 제도로 전문인력이 환자를 맡아 간병해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서비스 시행 후 수도권, 대형, 공공병원의 인력 확충이 기존 지방, 중소, 민간병원의 인력을 빨아들여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형배 공주의료원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저희 병원에 밤에 한 번 와보시면 왜 간호사가 이직할 수밖에 없는지 바로 이해가 되실 것”이라며 “지방의료원에는 노인들이 많은데 노인들이 어떤 간병과 수발을 원하는지 보시고 우리 어르신 세대가 품격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5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은 2차 정책 협의를 열고 의료기관 인증 문제를 협의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노조는 이후 1차, 2차 협의 내용을 종합하여 노사 실무팀을 꾸리고 정책 특성별로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