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 혹서기 노동 환경 매우 취약해
학교 급식실 노동자, 혹서기 노동 환경 매우 취약해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12 13:16
  • 수정 2018.07.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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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본부 “본격 더위 시작되기 전 안전 매뉴얼 마련해야”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여름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12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대구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급식 노동자 2 명이 고온의 급식실에서 열탈진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학교 급식실 내 혹서기 산업 안전 기준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장은 “더위가 시작되니 부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탈진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에어컨, 환풍 시설 점검을 해달라고 각 시도 교육청에 요청했지만 올해에도 급식실 노동자가 탈진하는 사고가 벌어졌다”며 “우리는 학교에서 일하는 유령이고 싶지 않고 인간다운 대접을 제대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6월 말 대구에서 열탈진 사고가 발생한 것은 그만큼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급식실 노동자 복장을 그대로 입고 참석했다. 유증기와 수증기로 가득한 급식실 안이 혹서기 폭염으로 기온이 올라갈 때도 급식실 노동자들은 모자와 조리복, 앞치마, 마스크, 장화에 고무장갑까지 낀 상태에서 튀김 등 고온의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부 지시로 발간된 ‘학교 급식 안전 관리 매뉴얼’은 화상, 감전, 미끄러짐 등 산업재해 관련 안전 지침을 담고 있으나 폭염 관련한 지침은 없다. 특히 식중독 예방을 위한 온도 및 습도 관리 지침 등 위생 관리 지침은 마련되어 있지만 작업 환경에 맞는 온도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적정 온도 관리나 고온에 맞서는 노동자에 대한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김영애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환기, 기온 등을 시설을 갖추고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들이 노동자 중심으로 되어 있지 않다”며 “조리실 문 쪽 온도는 20도라고 치더라도 튀김을 하거나 전을 부칠 때 작업자 바로 앞 온도는 40~50도까지 올라가는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열이 발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업자는 열탈진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학교 급식실은 1 명이 100 명 이상의 식사를 책임지고 일부 지역은 150 명당 1 명이 배치되는 등 단체 급식 업종 중 가장 배치 인원이 적은 편이라며 노동강도가 높고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부족한 인력 배치가 폭염의 위험을 가중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리복, 앞치마, 모자, 마스크,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9시부터 12시 급식 시간 전까지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마저 부족해 중간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 하는 일이 잦아 전 부치기, 튀김 등 고온 작업의 위험성은 커진다는 것.

노조는 장마 이후 혹서기에 들어서면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건강권이 더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학교 급식실 안전 기준과 작업환경 기준 제시 ▲폭염 대비 급식노동자 안전 대책 매뉴얼 수립 ▲학생과 노동자에 모두 안전한 혹서기 권장메뉴 선정 ▲배기시설과 냉방 시설 전면 점검으로 쾌적한 급식실 환경 조성 ▲안전장비 및 대체인력 확보, 배치 기준 개선 등을 교육부와 각 교육청에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