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심의 대상이라고?
산업안전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심의 대상이라고?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7.13 16:38
  • 수정 2018.07.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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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법예고 후 5개월, “생명안전 원칙 우선!” 심의 촉구
민주노총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비롯한 생명안전시민넷,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촉구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민주노총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비롯한 생명안전시민넷,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촉구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10만 원짜리 펜스 하나가 설치되지 않아서 20대 청년이 일하다가 용광로에 빠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법이 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하나”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비롯한 생명안전시민넷,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산안법 개정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지난 2월 9일 입법 예고했다. 위험 수준별 도급의 금지오 도급제한 제도 구축,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외에도 원청‧발주자(건설)‧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배달앱 사업주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산안법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들은 “산안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된 후 5개월째 국회로 이송되지도 못하고 있다”며 “경총과 사업주 단체들이 사업장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규제 강화’로 주장, 반발하면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신속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매년 2,400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구의역사고를 당한 19살 김 군과 같은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사망과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 개정은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또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삼성 반도체 직업병 등 화학물질로 수많은 노동자가 피해를 입고 있지만, 기업들은 영업 비밀을 앞세운 독성‧화학물질 정보 제공 거부도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터의 안전은 노동자의 생명권이고, 소비자와 지역주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돼있다”며 “규제개혁위원회는 산안법 개정안을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생명안전의 관점에서 신속히 통과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규제개혁위원회가 사회적 약자의 생명 안전을 위해서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개혁이라는 말은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개악이 될 것”이라며 “도급 금지, 원청의 책임 강화 내용은 후퇴해선 안 되고, 오히려 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생명안전시민넷 상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경용 신부도 “산안법 개정안은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도록 제도를 운영하라는 기준을 만드는 법”이라며 “이를 더 이상 규제라고 농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다혜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규제개혁위원장으로 있는 김지형 전 대법관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박 변호사는 “2년 전 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구의역사고진상규명위원회를 마무리하면서 ‘신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외주화를 비용절감을 통한 생존전략이라고 평가하지만, 과연 경제논리와 인권의 가치가 경합할 때 우리 사회가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런데 김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규제개혁위원회는 산안법 개정안을 국회 발의조차 못하게 붙들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미 우리 법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사업주의 경영의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며 “기업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옳지 않을뿐더러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억지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 자연재해대책법, 토양환경보존법 등 다수의 법을 언급했다.

오는 13일 규제개혁위원회의 산안법 개정안 심의가 예정돼 있다. 중요 규제로 심의 대상에 오른 것은 ‘수은, 도금 등과 같은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금지’와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영업비밀 관련 규정’ 등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 조성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밝히고,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