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정규직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3개 노조 갈등
SH공사 정규직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3개 노조 갈등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13 18:07
  • 수정 2018.07.13 16: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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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자격 논란으로 내홍 끝에 1개 노조 없이 전환 합의
ⓒ 서울주택도시공사
ⓒ 서울주택도시공사

최근 비정규직 임대주택관리직원 38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서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노조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SH공사는 비정규직 임대주택관리직원 노조 중 ‘교섭대표노조’이자 제3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통합노동조합’과의 협상 끝에 임대주택관리직원 384명을 7월 1 일부로 신설 직군인 ‘주거복지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비정규직 노조이자 제2노조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고 나섰다. 2노조는 임대주택관리직원들을 신설 직군이 아니라 기존 ‘일반직’으로 통합 전환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속된 2노조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이자 제1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의 반발로 합의문에 정규직 전환에 따른 제반 비용으로 기존 정규직 총 인건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노조는 지방 공기업의 총인건비 제약을 고려할 때 기존 정규직과 신설 주거복지직 간의 임금 격차가 쉬이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비정규직 다수 노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배제됐다“

전환 과정에서부터 전환 결과에 이르기까지 세 개 노조 가운데 가장 많은 당사자가 소속된 노조의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게 2노조 주장이다. 공사 내 비정규직 노조는 2노조, 3노조 두 곳으로, 공사와 합의를 이끌어낸 3노조 소속 전환 대상 비정규직은 134명인데 반해 2노조 소속 전환 대상 비정규직은 232 명이다. 배제된 2노조에 현재 훨씬 더 많은 당사자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과거 시점의 조합원 수로 얻은 교섭대표권을 이야기하며 2노조를 배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 2노조 측은 “원래 정규직 전환 등 인사 문제는 단체협상을 다루는 교섭대표권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항”이라며 “당사자들 다수의 의견 반영을 통해서 전환이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합의에 참여한 3노조 측은 “2노조가 내놓은 안에 1노조가 극심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정규직 전환이 기한없이 늦어지는 등 어려워질 우려가 있었다”며 “1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조합 사무실에 까지 와서 격렬히 항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3노조 측은 “1노조 반대가 심하니 우리는 차선책으로 별도 직군으로 정규직이 되도록 요구했던 것”이라며 “호봉, 진급 체계 개편과 정원 내 편입은 나름 의미가 있는 정규직 전환”이란 주장을 폈다. 3노조는 정규직 전환 시 호봉급간 격차를 기존 정규직과 같도록 재획정하는 것도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이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임대주택관리직원들의 호봉급 간격은 정규직 호봉급 간격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 전환 합의 참여 노조, “정규직 노조 반대 심해 차선책 선택한 것“

다만 2노조는 정규직 전환에 따라 임대주택관리직원들이 정원 내 정규직인 ‘주거복지직’이 되어 호봉 간격이 늘어나더라도 전환 시 호봉을 자신의 현재 호봉급에 맞게 재설정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는 정규직이 되어도 당장은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현재 20년 경력으로 20호봉급 80만 원을 받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새로운 호봉체계에서의 같은 금액인 80만 원 수준에 맞춰 13호봉급을 받도록 호봉이 조정된다.

관련 논란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에 있어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서울시 지침이 있었지만 ‘정규직 전환’이 그들에게 불이익인 것은 아니”라며 “직제상 공사 정원 외에 있는 무기계약직을 정원 내로 편입하는 것은 고용안정 보장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전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1노조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사실 더 중요했다”며 “2노조도 간담회나 통합심의위원회에서 각 노조 대표 노무사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도저히 줄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존 무기직 직급 체계(9급 갑, 을~7급 갑, 을)를 기존 정규직 1~6급 체계 아래로 연결되는 7급~8급 형태에 편입시키는 안을 내놓았던 2노조와, 별도 직군으로의 1~6급 신설을 주장했던 3노조, 직제를 통일하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현 직급 유지를 주장했던 정규직 1노조 사이에서 공사가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

결국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로 인해 내부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내홍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아 상대적으로 조직력과 교섭력이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권이 협소하게 적용되는 모양새다. SH공사의 정규직 전환 사실과 비교하면 관련한 내홍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졌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알려진 바보다 과장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공사 측, “각 노조 입장차 줄이기 어려워“

공사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사례를 보더라도 7급 내 통합으로 인해 헌법 소원 제기로까지 문제가 커지는데 공사 입장에서는 1노조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부담감이 컸다”며 “최근 신입사원들은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는 등 기존 정규직들은 정규직 전환이 ‘무임승차’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정규직 자격’ 논란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

애초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가 전환 과정에서 퇴색되고 그에 따른 사회 합의와 대전제가 흔들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급 체계에 통합하는 전환 방식을 택했지만 비정규직들이 공채 시험 없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에 반감을 품은 노동자들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가운데 일부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 행복추구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이 정규직으로 누리는 혜택을 공채 등의 공식적 절차 없이 누리는 것은 정규직의 지금까지의 노력에 수반하는 권리 침해라는 논리다. 당초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과 달리 헌재가 위헌 여부를 본격 심리하기로 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정책의 근본적 함의에 대한 우리 사회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도 커졌다.

SH공사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전환 결정이 내려진 임대주택관리직 무기직 중 본사 근무 인원을 산하 센터로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소속과 업무 내용을 이전보다 뚜렷하게 구분해 별도 직군 설정에 따른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 (무기직 노동자들이) 별도 직군으로 가야 한다는 건 명확했고 이걸 무시하다 보면 조직 내부가 무너지고 갈등 비용으로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소지가 크다”며 “내부 분란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