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주의, ‘유리천장’ 늘린다
금융권 성과주의, ‘유리천장’ 늘린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7.16 17:05
  • 수정 2018.07.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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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부터 경력개발-승진까지 배제되는 여성 인력

무한경쟁이 일상화된 금융산업 현장에서 과도한 성과주의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양하다. 채용에서부터 경력개발, 승진에 이르기까지 여성인력들이 배제되고 있는 ‘유리천장’ 문제 역시 성과주의 문화의 폐해로 지목된다.

한국노총은 17일 오후 이용득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권 성차별 채용 비리를 통해 본 남녀고용차별 개선과제’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우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조직문화가 만드는 유리벽”이란 표현으로 금융권 여성직원들이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2017년 9월 기준 국내 5대 은행 직급별 여성비율 현황을 보면 금융권 여성 인력들의 ‘유리천장’ 현실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여성 인력들은 관리자급인 부지점장(부부장), 지점장(부장) 승진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최 부위원장은 “각 은행 영업점에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지점장이 되기 위해선 은행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역량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여성 인력들은 이러한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령 현장 영업점에서 여성 인력들에게 기업금융 등의 업무 기회는 여간해서 주어지지 않는다. 예금이나 고객관리 등의 업무는 그에 반해 여성들에게 주로 돌아가고 있다. 차장으로 승진한 한 여성 직원은 기업여신 업무를 희망하며, 야근까지도 다 감수하겠다고 말했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다름 아니라, 개별 영업점 단위로 성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실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관리자들이 ‘해오던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존까지 남성 직원들이 주로 도맡아 오던 업무는 여성 인력들에게도 폭 넓은 기회로 돌아가지 않는다. 금융권 여성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유리벽에 갇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와 같은 현실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음에도 이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노조는 ▲지원자 성비 공개 ▲여성임원 할당제 ▲하위직군 정규직들의 폐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법적근거 마련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