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필수유지업무', 항공재벌 '갑질' 낳아"
"비합리적 '필수유지업무', 항공재벌 '갑질' 낳아"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20 08:31
  • 수정 2018.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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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수업의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 요구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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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항공사 조종사노조와 한국공항공사노조가 항공운송사업의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한국공항공사노조는 1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항공운수사업에 대한 필수유지업 지정이 항공산업 종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와 항공안전의 후퇴, 항공재벌의 '갑질'을 초래했다며 즉각적인 폐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에 따라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권리 등 기본 노동권을 제한하는 법으로 2006년 말 제정 이후 지나친 범위 설정으로 인해 국내 노동계를 비롯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철도, 도시철도, 수도, 전기, 가스, 의료사업 등에 이어 항공운수사업도 공익사업으로 포함되어 대통령령에 의해 필수유지업무로 제정되어 있어 지난 10여 년간 항공운수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노동권은 제한된 범위에서 행사될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결국 불필요한 쟁의권 제한으로 항공운수 사업장에서의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노동시장 수요자인 항공사들에 주도권이 넘어가 노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사회적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갑질' 및 범죄 행위 역시 파업권 제약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견제 등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불거진 것으로, 오너 일가의 개인 소유에 지나지 않는 항공운수업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충분히 위헌적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김성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국내 항공사가 9개에 가까이 수십 개의 항공사가 드나드는 공항이 많아 어느 항공사 하나가 '올스톱'한다고 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공익 때문이라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데 결국 음성적으로 일부 사기업에 혜택을 준 꼴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제는 항공운수 산업이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독과점 체제가 아닌 만큼 항공운수업 자체에 대한 노동권 제한 논리가 빈약하다는 것.

항공운수사업의 범위가 공항 노동자에까지 확장되어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제시하는 국제사회 표준에 비추어 볼 때도 항공 분야의 쟁의권 제한은 항공교통 관제 정도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그 괴리가 큰 편이다.

노조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항공 사업 전반을 필수공익 사업으로 지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불어 민간항공과 공항 운영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사례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편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2006년 '직권 중재 제도'에 대한 반성으로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 시작한 것인데 직권중재제도 당시 대상도 아니었던 항공운수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정한 것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국민 생명 안전과 인간으로서의 최소 생활이 어려운 위협을 받는 경우에만 쟁의권을 제한해야 하는데 항공사가 파업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인간적 생활에 대한 제한이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노동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파업을 중지시켰던 '직권 중재 제도'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한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항공운수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법 취지를 고려할 때 잘못된 패착 가운데 하나였다는 지적.

우 변호사는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의 자체 운송네트워크 경쟁력, 대체 노선이 충분한 항공네트워크의 특성 등으로 파업 영향에 대한 대처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앞으로는 공익과 쟁의권이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동자에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