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제2기 사회적 대화’로의 온전한 진입이 관건
광주형 일자리, ‘제2기 사회적 대화’로의 온전한 진입이 관건
  • 참여와혁신
  • 승인 2018.07.20 11:59
  • 수정 2018.07.23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약 110여 일 동안 사회적 대화를 통해 새롭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바꾸는 법률 개정까지 도모했지만, 바로 그 날 최저임금법 개정 사태는 노동계로 하여금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존중사회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포용성장을 이루겠다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의 사회적 대화는 잠시 먹구름이 드리워진 듯하다. 향후 사회적 대화의 미래는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사회적 대화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사회적 대화의 심화는 노동과 자본을 대표하는 조직체들이 정책형성 및 실행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들어감을 의미한다. 그 과정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책의 성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계는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라고 하는 목표를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핸들링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그나마 효과적으로 부여 받을 수 있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정부 관료도, 의회의 국민대표도 아닌 이익단체가 그러한 기회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상당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대화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낯설고 미약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화의 기회가 정부와 이익단체들의 결단과 의지에 따라 폭넓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적절하게 구성해서 정해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해 내는 관행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게 없다.

양극화의 해소와 일자리의 창출이라고 하는 두 가지의 과제야말로 사회적 대화의 중요한 목표점들이다. 둘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둘의 상호관계는 매우 밀접해, 동시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크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종합적으로 담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가 4년전 광주에서 태동을 했다. 바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양극화 해소, 지방정부, 그리고 사회적 대화, 이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즉, 일자리를 만들되, 양극화 해소라고 하는 목표성 혹은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하고, 지방정부가 과거와 다르게 키를 쥐고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추구해야 할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를 빼 놓지 않는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에서 참 이루고 활성화시키기 어려운 것들만 나열해 놓은 듯싶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침잠해 가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생각해 보면, 기존의 제도와 정책 그리고 그것을 주도해 왔던 행위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들에 의한 새로운 방법론이 필수불가결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기획은 그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러한 시대의 필요에 부응하려는 참신하고 기특한 시도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연계시키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을 겨냥 새로운 투자요건 마련 전략을 구축했다. 그것은 핵심적으로 노동시장과 생산물시장에서의 거래질서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에 초점이 두어져 있고, 이를 4대 전략의제라고 하는 방안으로 정식화시켜 사회협약을 체결하고 그것을 조례화시켰다. 4대 전략의제란 바로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원하청관계 개선, 그리고 노사책임경영 등이다. 4개 의제들의 정합성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변화들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에서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실 적정임금과 적정노동시간은 한 쌍이며, 여기에 추가로 이른바 사회임금(social wage)의 원리의 증대를 통해 사실상 적정임금을 연대임금적 성격으로 자리매김해 보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원하청관계 개선은 자동차산업의 수직계열화된 구조 속에서 하청의 일자리가 체계적으로 악화되어온 저간의 구조적 상황을 새로운 교섭원리의 구축을 통해 개선해 보자는 뜻을 담고 있으며, 대중소기업간의 공정한 거래관계를 실현해 나간다고 하는 뜻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공정성과 연대성이라고 하는 원리의 실현을 노사의 대사회적 책임 및 상호간의 책임성의 증대와 투명하고 대등한 소통관행의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 간다는 취지에서 노사책임경영을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이러한 원리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일단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주체들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해 간다는 취지에서 광주시는 1차적으로 제1단계의 사회적 대화 라운드를 구축해 왔다. 이른바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어 본위원회와 실무위원회로 나누어 2층 구조의 사회적 대화를 전개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16년 여름에 출범한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는 지난 2년간 광주형 일자리의 컨트롤 타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무위원회만 약 20 차례 이상 개최되었다. 형애화된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친목도모의 장 이상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또 저 유명한 서울시의 노동존중 특별시 플랜이 단단하고 화려함에도 사회적 대화의 측면에서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던 것에 비하면, 광주에서의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의 지속은 매우 괄목할 만한 시도였다. 지난 2년간 광주시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셈이다.

집권초기 2년간 내용을 준비하면서 개혁방안들을 구축했다면, 그것을 4대 전략의제로 정립시킨 것도, 그렇게 정립된 안을 사회협약으로 구현해 낸 것도 그리고 그 힘을 받아 조례가 만들어진 것도 모두 다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의 틀이 나름 책임감 있고 착실하게 유지되고 그 안에서의 사회적 대화가 의미 있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