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화, 내게 맞는 업무 방식 찾기로 이어져
공간의 변화, 내게 맞는 업무 방식 찾기로 이어져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7.20 11:59
  • 수정 2018.07.2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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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과 소통 강화 그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중”

[커버스토리] 일터혁신을 찾아서 ⑦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의 수다

익숙하면 편하다. 환경에 한 번 적응한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변화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당장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6년 사옥 이전을 앞두고 업무환경을 이전보다 유연하게 바꾸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크리에이팅 더 뉴(Creating the New,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를 가능케 하는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각 부서 직원 대표들과 노조, 회사는 TFT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1년 넘게 진행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더 크게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그 때의 낯설었던 변화에 대해 말한다.

경력도 업무도 제각각 3인 3색 아디다스人

정미란(22년차, 이하 정) SCM팀 부장이에요. SCM팀은 아디다스 제품 생산과 구매 그리고 제품이 소비자에게 배송될 때까지 일련의 흐름을 관리하는 부서인데요. SCM 안에서도 판매시점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제품이 발송되기까지의 과정을 관리하는 일을 해요. 아디다스에는 22년 동안 있었어요.

이상협(8년차, 이하 이) 영업부 멀티브랜드 부서에서 일합니다. 회사에는 아디다스 제품만 판매하는 모노브랜드 채널이 있고, 다른 스포츠 브랜드까지 같이 판매하는 멀티브랜드 채널들이 있는데요. 멀티브랜드 채널 중에서 제이디 스포츠라는 구획을 담당하고 있어요. 고객들에게 각 시즌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제품이 매장에서 잘 팔리도록 적절한 제품을 공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력은 8년 정도 됐어요.

손정식(10년차, 이하 손) 브랜드 아디다스팀에는 축구팀, 트레이닝팀 등 카테고리별로 비즈니스 유닛(사업 단위)이 있는데요. ‘BU FOOTBALL팀’에서 상품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어요. 본사에서 제안해주는 축구화, 용품, 의류 등 한국에서 향후 세 시즌동안 런칭할 제품들의 가격을 측정해요. 영업부 소속에서 4년 전에 브랜드 팀으로 옮겼고 10년 차 입니다.

한글과 영어직책을 함께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영어 직책 분류에 따르면 정 부장님은 매니저급이고 두 분은 직원급이군요. 회사의 어느 공간을 많이 이용하시나요?

업무할 때는 주로 창가 쪽에 앉아요. 업무 외적으로는 안마 의자가 있어 편하게 쉴 수 있는 릴렉스룸에 피로를 풀기 위해 자주 갑니다.

휴게공간인 여기 하프타임(HALF TIME)을 좋아해요. 아침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 기분이 다운될 땐 커피를 한 잔 사서 창가 쪽에 앉아요. 사람들 출근하는 움직임도 보고, 뷰가 좋잖아요.

우려했던 불편함 적응기 거치면서 장점 보여

세 분 모두 지금과 이전의 사옥을 다 경험하셨는데, 어떠신가요?

회사 이전을 준비하는 TFT에서 활동을 했어요. 기존 업무공간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전형적인 사무실 형태였는데요. 가장 막연했던 부분은 파티션(칸막이)을 쳐놨던 임원과 부서장들만의 공간을 없애고, 모든 직원이 원하는 곳에 앉도록 한 점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죠. 그런 콘셉트가 과연 우리에게, 하는 업무에 맞을까하는.

초기에는 직원들이 애를 먹었어요. 늦게 출근하면 매니저 옆에 앉고 싶지 않은데, 그 쪽 자리밖에 없어서 앉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요. 특히 저처럼 오퍼레이션 쪽 일을 하면 봐야하는 서류가 굉장히 많아요. 책상에 서류를 쌓아놓고 일했는데, 아침저녁마다 매번 옮길 순 없으니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죠.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어요. 굳이 서류를 책상 위에 쌓아놓고 일할 필요는 없잖아요. 몇 주 동안 보지 않는 서류를 습관적으로 책상 위에 두기도 했더라고요. 작지만 업무하는 방식이 바뀐 거죠. 막상 이동하면서 지내보니까 또 일이 잘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정말 짐을 많이 버렸어요.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필요하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쌓아놨던 것들인데, 실제론 필요 없는 것들이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서류도 파일로 보관을 해요. 디지털시대 흐름에 맞게 같이 변한 것 같아요.

왜 개인마다 업무하게 좋게 책상 위 환경을 세팅하잖아요. 정해진 자기 자리가 없어지면서 이런 부분을 점점 간소화하는 거죠.

지금의 업무공간이 좋은 점은 그날 기분에 따라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거예요. 기분이 좋은 날엔 창가 근처에 앉고, 조용하게 일하고 싶을 땐 도서관 자리를 찾아요. 또 다른 부서와 업무를 해야 할 땐 그쪽 팀원들과 항상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요. 몰랐던 직원들과도 열린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됐죠.

공개된 투명한 회의실도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했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회사가 회의시간에 직원들이 뭐하는지 감시하려고 하나. 회의 중에도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 거예요. 서로 민망해 했죠. 그런데 어색하고 불편했던 부분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는 기간을 거치면서 지금은 그렇지 않아 졌어요.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이 부각됐어요.

회사를 둘러봐서 아시겠지만 하프타임(HALF TIME)뿐만 아니라 공간들이 굉장히 다양해요. 회의의 성격에 따라 그때그때 이용하는 공간도 달라요. 스크린에 숫자를 띄워서 다 같이 봐야할 경우 회의실을 잡고,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통해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할 땐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에서 회의하죠.

직원들이 자율적인 분위기를 더 원했던 것 같아요. 뜻하지 않게 매니저 옆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웃음)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된다는 장점이 커서 직원들이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은 그 사람의 인기도가 보였어요. 어느 부서장 옆에는 항상 자리가 비어있는 거예요. 아, 저분은 조금 인기가 없구나. (일동 웃음).

손정식 아디다스코리아 차장
손정식 아디다스코리아 차장

공간의 변화가 가져온 자율성과 소통 강화

사옥을 옮긴 후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나요?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요, 해당 기간에 맞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건데요. 취합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해야할 점과, 향후에 개선해야할 점들을 꼽아요.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수시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도 있고요. 회사를 이전한 직후 새집증후군에 대해 직원들이 우려하니까 각 구역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고, 예전엔 딱딱한 마루였던 이 공간 바닥도 지금은 폭신한 잔디밭처럼 만들었어요. 직원들에게 더 편한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이런 공간이 실제로 구성원이나 업무,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어졌나요?

이전에는 각자만의 공간에 있으니까 구성원들 간의 교류가 적었어요. 물론 지금도 늘 같은 자리 않는 분들도 있지만, 자리를 바꾸면서 관련이 없었던 부서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일을 알게 돼요. 조금씩이라도 귀동냥하게 됐다고 할까요. 자기가 맡은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돼요.

이전에는 같은 부서여도 업무 분장에 따라 또 자리를 구분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요. 그게 제일 좋죠. 타부서의 사람과 긴밀하게 일을 해야 할 경우, 회의실을 잡지 않아도 하루 종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어요.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죠.

부서장들이 오픈된 자리에 앉으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거리감도 줄어들었어요. 임원들의 방은 따로 있지만, 요즘은 직원들과 같은 공간으로 나와서 일을 해요. 앞서 불투명했던 벽을 투명하게 바꾸고 직원들이 편하게 찾도록 오픈 도어 시간을 정하기도 했고요. 1차적으로 업무 공간을 바꾼 후 구성원들도 조직문화도 계속 변화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입사할 당시만 해도 9시쯤 되면 파티션 안에 있던 부장님들이 일어나서 출근 안 한 직원을 체크를 하고 안 온 사람에게 항상 전화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사무실 이전과 비슷한 시기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출퇴근에 대한 크게 구속과 압박도 많이 없어졌어요. 자신이 맡은 일만 잘 끝내면 돼요.

1996년 회사 이름이 제우교역일 때 막내로 들어왔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지금과 비교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출근하면 선배들 차를 준비하는 전형적인 한국회사였어요. 유니폼을 입던 시절이죠. 그러던 중 외국인 회사로 바뀌면서 인사팀에서 수직적인 문화를 평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했어요. 구성원들의 마인드가 바뀌어가는 과도기가 있었고요.

유연한 업무공간이 준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오픈된 것은 공간이지만, 이전보다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내가 맡은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하게 된 거잖아요. 작게는 책상 관리에서부터 회의 방식, 업무 처리까지.

이상협 아디다스코리아 과장
이상협 아디다스코리아 과장

아디다스코리아는 아직도 변화 중

회의 문화도 좀 달라졌나요?

여기 (근속연수가) 21년, 10년, 8년인데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조직문화가 점점 바뀐 것 같아요.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정말 하나도 모르는 소리하고 있구나’라는 분위기였어요,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고 보시는 거죠. 회사 리더들의 사고가 개방적이 되면서 회의 주제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개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제한은 없어요.

그런데 또 직장생활을 굉장히 오래하신 분들은 큰 그룹 회의에서 말을 잘 안 해요. 세대 간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을 잘해요. 어떨 땐 굳이 저런 말은 안 해도 되는데 싶을 정도로 할 때도 있고. 이런 부분까지 매니저들이 잘 받아들여야 하죠.

8년 전과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그냥 잘 몰라서 의견을 표시 못 했던 거죠. 한국적인 회의 문화는 아직 남아 있어요.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의사결정이 되는 부분도 있고요. 자유롭게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기보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맞아요.

시대의 흐름인 것도 있어요. 2차, 3차까지 가는 경우도 개인적인 사정을 말하면 보내주는 달라진 회식문화처럼요. 이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금요일 회식은 없잖아요. 개인적인 부분이 삶에서 중요하고, 당연한 업무시간 후엔 터치하지 않죠.

팀장이 고정된 자리에 앉은 팀원들에게 ‘오늘 회식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절반 이상이 ‘예’라고 하면 ‘아니오’라고 답하기 사실 되게 부담스럽거든요. 이런 반강제적인 상황들이 지금은 없어졌다고 봐요. 이전에 비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도 생기고,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팀원들끼리 시간을 조율하면서 계획된 회식을 하게 돼요.

공간을 바꾼다고 어떤 변화가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었어요. 직원 개개인의 삶의 패턴을 고려하고 창의성을 돋우기 위해 유연한 공간을 만들어도, 실제로 어떤 결과물로 나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서류를 줄이려고 하면서 이메일로 승인을 받거나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했어요. 회사의 변화와 구성원 스스로의 마인드가 바뀐 것이 맞아져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불필요한 절차와 과정보다 실용성 위주로 업무를 하게 된 거죠.

서로를 존중해주는 문화도 더 생긴 것 같아요. 업무피크시간에는 암묵적으로 서로 업무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거요. 작은 예지만, 어떤 직원이 이어폰을 끼는 것은 집중해서 업무를 한다는 하나의 시그널이에요. 부서와 직원들 간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이때는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직접 묻기보다는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요.

직원이랑 매니저 간에 벽이 허물어지면서 서로 더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파티션이라는 것이 별거 아닌데, 특별한 일이나 보고할 게 없으면 안 가게 만들죠. 지금은 매니저와 똑같은 자리, 열린 공간에서 새로운 의견도 거리낌 없이 많이 내고 창의성도 같이 늘어나는 효과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봐요.

변화에 적응하며 찾아가는 나만의 업무스타일

유연한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도 찾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사하고 나서는 다들 되게 바빴어요. 여러 곳에 앉아보려고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많은 노력들을 한 거죠. 시간이 지나니까 그 움직임이 작아지는 건 있어요. 이는 각자 자기한테 맞는 업무공간과 방식들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환경에 대한 적응도 빨라져요. 어디든 내 자리가 되기 때문에 변화에 금방 익숙할 수 있게 돼요. 변화와 움직임에 대해 다른 회사 직원들보다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의 마인드셋이 더 잘돼있는 것이죠. 어디서든 나만의 방식을 찾기 빨라진 거예요. 업무를 하는 데 적극성도 생기고요.

또 이와 함께 실시한 유동적인 업무시간선택제(8시~5시, 9시~6시, 10시~7시 등)로 직원들은 업무와 삶의 균형도 맞춰갈 수 있게 됐어요.

지금 환경에서 좀 더 개선됐으면 하는 점도 있을 텐데요.

공간을 설계하면서 백오피스라는 공간을 지정해놨어요. 예를 들어 파이낸스 관련 업무의 경우 결재권자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그분을 찾아다녀야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잖아요. 인사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이런 부서의 공간까지 완전히 오픈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물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죠. 1년 반이라는 적응기간을 거치면서 직원들이 좀 더 자유로운 변화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정미란 아디다스코리아 부장
정미란 아디다스코리아 부장

 

2017년 아디다스코리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업무 공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이전과 달리 구성원들 간의 소그룹 미팅이 활성화됐고, 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대화의 내용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날 회사에서 마주친 직원 중에는 내근 중심의 업무에 회사가 시도하는 변화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변화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하나 같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공통된 답변을 한 질문이 있었으니, 바로 “이전의 사무실 공간으로 돌아간다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