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구조요청’ 언제든 응답한다!
노동자들의 ‘구조요청’ 언제든 응답한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7.20 11:59
  • 수정 2018.07.2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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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전문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첫돌을 맞다

[인터뷰] 유재원 '메이데이'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메이데이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법률사무소 이름에 대해 유재원 대표변호사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 둔다.

대중들이 흔히 떠올리는 의미는 국제 무선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다. 전신에서 SOS에 해당하는 이 단어를 다급하게 외치는 장면을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메이데이가 주로 맡고 있는 산재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분야의 활동 폭을 염두에 둔다면 노동절을 뜻하는 ‘메이 데이’가 떠오를 것이다. 앞서의 메이데이는 붙여 쓰는 것이고, 후자는 띄어 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답답함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유재원 대표변호사는 오늘도 구조 요청을 보내는 이들이 있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설립 일년이 지났는데 소회는 어떤가?

작년 개업하면서 막상 현실에 나오니까 만만치 않다. 근로자 쪽의 사건을 한다는 게 확실히 파이는 1/100 밖에 안 되는 거 같다.

사실 소송에만 운명을 걸기엔 너무 불안한 게 있다. 소송이란 게 사건이 정식으로 들어와야 하고, 또 승소해야 하잖나. 늘 승소하면 좋겠지만 근로복지공단 산재 승소율이 20%가 안 된다. 사건 자체가 이기기도 어렵고, 또 도 아니면 모이다. 승인 아니면 불승인이지, 20%만 해주라는 것도 없지 않나.

그러다보면 고정수입이 있어야 사무실 운영이 되고 할 텐데, 그래서 좀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2년 정도 더 버텨보려고 한다. 아직 방향 전환할 타이밍은 아닌 거 같고, 오히려 이 방향으로 조금씩 더 키워보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법무법인들이 기업의 자문을 맡고 있다. 비슷하게 우리도 노동조합들의 자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자문에 비해 규모가 작은 건 사실이다. 기업에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비용이 책정되겠지만, 노조는 그렇게 받으면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자문을 허술하게 할 순 없다. 보고서도 두껍게 정리하고 그런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했던 덕분에 노조들에서 고마워하는 거 같고,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느끼기에 노동조합도 세련되고 치밀함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확실히 ‘사측’에 비하면 역량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사측에선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인력을 붙여 놓으니까.

산재 사건들을 비롯해 최근 맡고 있는 노동분야 사건들의 추세는 어떤가?

산재는 정말 별의별 사건을 다 해본 거 같다.

질문처럼 사건에도 뭔가 유행이나 추세가 분명 있는 거 같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쪽이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 더 나아가서 자살사건 등. 그 외에는 차별시정 건이 많은 거 같다. 해고 같은 사건은 이제 지나간 이슈인 거 같다.

산재도 이제 전문적으로 분류가 다양하게 된다. 진폐환자만 해도 예전엔 진폐로 끝났는데, COPD도 있고 레이노드도 있고. 변병증 일어나는. 어깨탈골 충격증후군도 있고. 산재라는 것도 계속 분파되는 거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은?

처음 승소한 거는 집배원의 뇌경색 사건이다. 지병도 좀 있었고, 고혈압 증세도 있었다. 담배도 좀 피우셨고. 이전 2016년 런던 올림픽 할 때 날이 엄청나게 더웠다. 7월 말부터 8월 17일까지 30일간 열대야 현상을 기록했고, 밤 기온이 27도더라. 그 분이 아침부터 6~7시 새벽배달 한번 하고 돌아와서, 다시 국에서 물량 받아서 하루 종일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녔다.

당시 본인 관할 구역이 40km였다. 그 물량이면 서울 같으면 서여의도의 한 섹터 밖에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에선 말 그대로 옮겨 다녀야 한다. 뜨거운 날씨에 헬멧 쓰고, 점심도 거르고. 그러다보니 피가 끈적끈적해져서 뇌경색이 온 거다.

그때 타이밍이 좋았던 게 제가 방송 출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에서 집배원들 요새, 2017년에만 17명이 죽었다. 그런 얘기를 하니까 방송도 나왔고.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나왔다. 이슈라는 게 확실히 분위기를 탈 필요가 있더라.

그동안 언론에 나온 것만 보니까 이건 고혈압도 있었던 데다가 담배도 피웠으니 안 된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나중에는 이슈화되다보니 집배원들이 살인기업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덕분에 승소를 했다. 소음성 난청 같은 경우도 그렇고, 이런 경우들이 아무래도 보람이 있었다.

지면서도 의미 있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1심에서 진 케이스인데, 뇌경색을 오래 앓았는데 의료사고가 났던 이대목동병원이었다. 약재를 갑자기 바꾼다. 그러다 발작증세가 있어서 죽은 거다. 그런데 뇌경색이랑 심장마비를 바로 연결할 순 없다. 중간에 무슨 과정이 있었다는 건데, 그걸 우리는 변경한 약재에 있었다는 거였고. 1심은 졌는데 2심 단계에서 우리가 맡았다. 승패는 반반이라고 본다. 어렵지만 재미는 있다.

노동 전문 법률사무소를 열게 된 계기가 있나?

이제는 변호사가 모든 분야를 다 잘한다는 건 착오인 거 같다. 특히나 전공, 스페셜리티가 필요하다. 우리는 최대한 몸을 가볍고 날렵하게 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변호사는 저 포함 4명이 있고, 노무사 1명에 직원 2명. 모두가 40대 이하다. 젊은 변호사들이 새로 배워보자, 새롭게 한 번 해 보자는 느낌도 있고.

우연한 계기로 동기가 유발되는 것 같다. 노동을 꼭 해야지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다보면 그렇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지금 자본이 노동을 다 이기고 있다.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 성취, 한 단계씩 올라가는, 그런 거는 자본이 느낄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쾌락인 거 같다.

앞으로도 노동이 좀 더 의미 있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욕심이라면 욕심이랄까,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어려운 사건들을 극적으로 해낼 때 공감도 커질 거 같다. 단지 대형 로펌에 대항하기 위한 회사가 된다기 보다는, 사람이 힘이 된다는, 지식근로자들이 모여서 의미 있는 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