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공무원 인력난·승진차별 해소해야
우본 공무원 인력난·승진차별 해소해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7.20 11:59
  • 수정 2018.07.20 10: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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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에 치우친 우본 인력 지원 대책 문제

 

 

[인터뷰] 이철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공무원 노조 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 공무원 노조는 국가공무원 노동조합 중 최대 규모의 조직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6급 이하 행정 기술직 공무원들이 가입대상이고, 전국 9개 지역본부와 4개 직할본부, 250여 개 우체국 지부로 구성돼 있다. 후원회원인 준조합원까지 포함하면 약 7,000여 명이 모여 있다.

지난해 우체국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에서는 집배원 인력 충원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직렬의 인원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우본 공무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달 1일 임기를 시작한 이철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 공무원 노조(이하 우본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우본 공무원의 이중 삼중 고충

지난 5월 말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소감은?

우체국은 현업이 중심인 조직으로, ‘국민 가장 가까이 있는 정부 기관’으로 불린다. 그러나 노조 사무실이 세종 정부종합청사에 있다 보니 현장과의 호흡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선거 기간 전국을 돌면서 그 한계를 절감했다. 앞으로 선거 때와 같은 일상으로 임기를 보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임원 선거에 나선 계기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에는 7개의 노조가 있다. 우리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노조들은 모두 노동3권을 인정받는다. 노조마다 현안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본공무원노조는 연금개악을 포함해 공무원원으로서 겪어야 하는 문제와 함께, 스스로 벌어들인 돈으로 운영해야하는 특별회계라는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인력난·승진차별, 우편·예금·보험 등 각종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감내해야하는 감정노동 등 어려움이 이중 삼중으로 중첩돼 있다.

지난해 ‘인력난, 승진차별, 갑질 조직문화, 경영평가(각종사업 및 감정노동 등에 대한 평가)해소’라는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회견과 집회를 하며 투쟁했다. 이 같은 활동은 노조 설립 후 거의 처음 하는 것이었다. 향후 지속적으로 우본공무원들의 실태를 알리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고자 위원장 후보로 나섰다.

불공정한 인력지원·승진에 분노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로부터 들었던 요구는?

백성은 가난한 것에 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말이 있다. 논어의 계씨편에 나오는 말인데, 지금 우본 공무원들에게 들어맞는 말이다.

우본 직원의 사망사고는 집배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4만2,000명 모두의 문제다. 실제로 201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우본 내 사망사고 건수를 보면, 집배원 46명 뿐만 아니라 우정직 비집배원 38 명, 행정기술직공무원 37명으로 직렬과 직군의 구분 없이 높게 나타난다. 비율로만 봤을 때는 공무원들의 사망비율이 집배원들보다 더 높다.

그러나 지금 우본의 사망사고 감소와 인력 충원 대책은 집배원들에게만 집중돼 있다. 집배원들의 경우 하는 일의 특성으로 문제 상황에 대한 사회적 여론 환기가 잘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원과에서 일하던 우리 노조 50대 여성 지부장 한 분이 사망했다. 금융팀장으로 일하다가 서무장으로 옮겨 각종 행정 정책을 수립하고 일선의 지원 업무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우본의 불균형적인 인력대책에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현장의 인력부족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이 있다. 행정기술직공무원들은 인체에 비유하면 체격이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있어 하는 심장 또는 위장 같은 장기 역할을 한다. 금융업무를 하는 영업과 소속된 이들은 창구를 줄이는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일선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창구 업무와 함께 해당 업무의 비대면 지원업무까지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우정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공무원 정원을 과하게 줄이면서 노동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배원들에 비해 사회적 관심도가 낮은 탓에 인력 지원 대책이 미흡하다. 반면 집배원들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안전과 방호 등을 맡은 인력이 빠지면서, 이들의 업무까지 조합원들이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현장의 불만이 크다.

또한 우체국은 공직사회를 포함해 민간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요인력산출기준’이라는 지표를 통해 기계적으로 인력을 통제한다. 물론 정원은 직제 안에서 별개의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22명이 일하고 있는 A우체국의 소요인력산출이 20명이라고 나오면, 2명이 휴직을 들어가도 채워지지 않는다. 우체국 업무에는 당장 드러나지 않는 지원업무가 많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기계적 소요인력산출을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 내 승진차별 문제도 있다고 들었다.

같은 우본 공무원이라도 본부와 지방우정청, 우체국 등 일하는 기관에 따라 승진하는 기간의 차이가 크다. 심하게는 승진근속연수가 3배~4배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우본으로부터 받은 관련 자료를 분석해 “우체국은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기관인데 왜 그렇게 현저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는가”라며 “본부에서 일하는 이들은 우수하고, 현장의 근무자들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자체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3개의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기업형태의 정부조직이다. 그렇다면 일선 현장에서 수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그 누구보다 존중을 받아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그분들이 오히려 차별 받고 있다. 특별회계라는 특성상 자체 수입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증원 또한 요구된다. 노조를 설립한지 12년이 됐는데,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체국 공공성 강화·일반회계 전출이 답

근본적으로 특별회계라는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우체국은 우편이라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정부기관이지만, 특별회계로 운영되면서 수익을 내기 위한 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우본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약 80%가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라는 점이다. 우편사업은 계속해서 적자가 나고 있다. 예금과 보험에서 이를 충당하기 어렵다. 우편적자에 따른 경영효율화는 우본의 공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200여 개의 우체국이 없어지고,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제 우체국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인 관서가 확대되고 정원이 1,023명 줄었다. 업무의 위탁이 증가하면서 비정규직이 증원되고 있다. 우체국의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도 힘들어진다.

일반회계에서 전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회계를 전혀 받지 않는 우본은 공공적인 업무를 한다.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일반회계를 받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우정사업 특례법을 바꿔야하지만, 일반회계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가 결단을 내려야하는 부분도 있다.

우본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을 고민해 왔는데?

우본도 수익사업을 많이 한다. 임대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앙우체국 건물 거의 임대를 하고 있다.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정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큰 흐름을 못 만들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성을 가지는 정부기관이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고민스럽다. 노조가 굳이 경영에 까지 신경을 써야하는가라고 볼 수 있겠지만, 경영이라는 것을 사측에게만 맡겨놔서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우본처럼 2년 단위로 장이 계속 바뀌면, 누가 중장기적으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경영을 하겠는가.

현재 우본 사업이 사양산업적인 측면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라는 영역에서 금융, 보험 등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정부조직은 우본이 거의 유일하다.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등 기존의 금융기관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메꿀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금융의 트렌드를 이끌며 사회경제를 위한 공적 자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아이디어 차원의 담론이지만 노조가 어느 정도로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말 취임한 강성주 본부장은 어떻게 보시나?

사실 우리 조합원들은 불만이 많다. 현장과 소통을 하려고 하는 부분은 높이 평가하만, 특정 직렬(집배원)에 치우친 행보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공무원들은 법률적 노동3권을 제약받는다. 때문에 노조 활동 방식이나 투쟁 전술에 있어서 간부들이 지레 포기해버리는 부분들이 있다. 이대로 10년 정도 지나면 사측은 참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가 어느 시기에 어떤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로 문제제기를 할 것인지 거의 매뉴얼화 된 부분이 있는데, 이를 뛰어넘고 싶다.

그 기준점은 어제다. 어제를 뛰어 넘고 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 추진하는 위원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장군이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은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다”는 말을 남겼다. 투쟁일변도로 노조를 이끌겠다는 것은 아니다. 늘 해왔던 방식의 구태의연한 것은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