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윤활유 될 ‘2030특별위원회’
공무원노조 윤활유 될 ‘2030특별위원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7.20 11:59
  • 수정 2018.07.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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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업 기틀 다져, 젊은 간부 양성 목적

 

 

[인터뷰] 김수진 전국공무원노조 2030특별위원장

올해 3월 말 전국공무원노조가 9년 만에 노조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해직자들의 복직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노동절에도 노조는 결의대회를 열고, 해직자의 원직복직을 비롯한 완전한 노동3권, 정치 기본권 보장 등의 현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무대에 오른 많은 이들 중 눈에 띄는 사람은 김수진 2030특별위원장이었다. 당시 김 특별위원장은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선배님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의 현장에 섰던 선배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 조합원들이 선배님들의 원직복직을 위해 앞장 서겠다"고 전했다.

청년 조합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왜 공무원을 선택했나?

광주 서구청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병원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지만, 환자가 아프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역보건에 관심을 뒀다. 그러던 중 간호직 공무원에 대해 알게 됐다. 퇴사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26살에 공직사회에 들어왔다. 현재 임용된 지 13년 차다.

2030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가 청년사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2030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특별위원장직을 제안 받았다. 노조 광주지역본부 서구지부 사무국장을 막 시작한 시기였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사업이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하고 싶어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에 직을 맡았다. 올해 나이 39세다(웃음).

지난 5월 20일 열린 공무원노조 중앙위원회에서 기구 신설을 위한 규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무원노조의 미래는 청년에게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별위원장을 제안을 받은 이유가 있었을 텐데?

특별히 노조 활동에 열성적인 편은 아니었다. 노조 평조합원과 대의원을 거쳐 2014년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했다. 노조 행사가 있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제의가 있으면 참여하는 정도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올해 3월부터 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더라.

2014년 운영위원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쯤 됐을 때, 구청 무기명 게시판에 구정 비판 글이 올라왔다. 글 쓴 직원을 추적해서 알아내라는 구청장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이후 성과급 자율배분, 구청장 사퇴, 관제데모 규탄 등 민선 6기 4년을 구청장과 투쟁해왔다.

일련 과정에서 구청 측은 6급 중견 간부들을 부추겨 2노조를 만들었다. 조합원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의외로 젊은 신규 조합원들은 구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노조를 지지했다. 청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청년 사업에 대한 막연한 필요성을 느끼던 때, 광주지역본부 차원에서 6개 지부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청년 캠프’를 기획했다.

청년 조합원들 참여, 노조 기반 다진다

청년 캠프에서는 무엇을 했나?

청년 조합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사전 설문조사를 토대로 ‘서울 속 근현대사 탐방’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단순한 탐방이 아닌 퀘스트(질문) 형식의 미션수행, 노동에 대한 교육, 광화문 광장 텐트촌 방문, 소녀상 지킴이와의 만남, 자기소원 말하기 등 청년의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에 노동과 역사를 덧입혔다.

청년 캠프는 1박2일간 진행했는데, 때마침 서울에서 ‘박근혜 적폐청산, 공무원노조 간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청년 캠프 참가자들이 선배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밤새 율동을 연습해서 결의대회 무대에 올랐다. 청년들의 응원이 각 지부 간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 같다.

이후 노조에서 전국단위 청년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됐고, 이때 성과와 가능성이 본격적인 청년 사업을 위한 조직화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2030특별위원회가 해온 활동은?

전국을 순회하며 본부장님과 지부장님들을 만났다. 청년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선 다들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청년들이 따로 조직되지 않았을 뿐 자체적으로 청년 사업을 잘해나가고 있는 곳도 있었다. 여러 사례를 수집해서 잘 되는 곳의 우수사례는 전파하고,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청년 사업이 잘되고 있는 사례라면?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다. 청년 조합원들이 어떤 의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거나 집회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잘된 곳을 보면 청년들이 나서면 선배들도 같이 움직인다. 문제가 잇따르는 구의원의 퇴진 운동, (부산의) 노동자상 건립 등이 실제로 제안됐다. 젊은 조합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노조의 기반이 탄탄해진다.

 

세대 갈등 아닌 세대 간 문화 차이

청년 조합원들이 말하는 공무원 사회는?

우선 임용이 되면 많은 업무량에 놀란다. 공무원은 철밥통에 무사안일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성세대들의 회식문화나 조직문화를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 술 권하는 회식이나 하라면 하라는 식의 상명하복 업무에 대해 불편해 한다. 그렇지만 이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기피하는 것이지 조직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다. 무한 경쟁을 겪어온 청년세대에겐 단체로 행동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청년사업을 하면서 청년 조합원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지만, 조금 마시고도 열심히 잘 놀고 해야 할 것도 다 한다는 것을 느꼈다.

공무원 조직 내 세대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공무원조직이라고 해서 특별히 세대갈등이 심하다고 보지 않는다.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조직이나 있다. 각 세대가 겪어 온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성세대는 청년세대가 알아서 자신들의 문화에 맞춰 편입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의 조직문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꿔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청년세대도 기성세대의 문화 중 옳은 것은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공무원노조 정신 이어갈 2030간부 양성

세대별로 노조에 대한 인식·참여율·활동방향 등에 대한 차이가 있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13년 전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당시만 해도 직원의 99%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이때 ‘그래서 내가 왜 가입해야 되나?’라는 질문은 감히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선배 조합원들은 민주화를 겪은 세대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삶 속에서 체득했기 때문에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반면 요즘 청년들은 99%가 가입을 했다고 해서 당연히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노조의 역할과 역사, 해왔던 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노동자로의 인식을 가지게 된 뒤라야 가입을 한다. 자라온 시대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매년 공무원 시험 합격자 연령을 보면 20~30대가 전체 합격자의 95%를 차지한다. 향후 공무원 정년퇴직 인원은 연간 9,00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자리에 2030 청년들이 들어오고 있다. 청년들이 공직사회의 주류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현재 공무원노조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약 40%이다.

공무원노조 선배들의 활동, 방식 중 이어갈 부분과 바꿨으면 하는 부분이라면?

선배들이 노조를 운영해온 원칙과 방향은 계승해야한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의 가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지금도 사법 적폐에 맞서 농성중이다. 선배들이 세운 옳은 가치는 따라야 한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방법은 청년들이 좀 더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모색해야 한다. 노조에서 집회를 열면 보통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투쟁가’를 부르면서 선배들은 자연스럽게 팔뚝을 흔든다. 처음엔 개인적으로도 되게 어색해 했던 부분이다. 지금의 신규 조합원들도 그렇다. 그래서 청년 조합원이 모이는 활동을 할 때는 노래 악보를 다 나눠준다. 그래도 일명 ‘팔뚝질’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익숙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굳이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가라는 점에선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대체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지금 당장은 그 대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방법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2030특별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주요 활동(사업)이 있다면?

2030특별위원회를 조직한 첫 해이다. 본부지부별로 위원회가 최대한 많이 만들어지도록 돕고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각 단위마다 청년 위원회가 구성되면, 논의나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 조합원들이 참여하게 되고 당연히 그들의 의사가 반영될 것이다.

또 공무원노조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문제 전반에 대해 연대 투쟁할 수 있도록 2030특별위원회가 앞장서 동참하겠다. 이를 위해 청년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개악 저지 등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정서에 맞는 참여방법을 함께 찾겠다.

마지막으로 각 지부나 본부에 다수의 청년 간부를 배출하는 것이다. 올해 청년 사업의 조직화를 기점으로 수 년 내에 모든 지부에 2030 간부가 활동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이는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부와 지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