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코리아는 왜 공간을 바꿨을까
아디다스코리아는 왜 공간을 바꿨을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7.20 11:42
  • 수정 2018.07.2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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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가치 실현이 가능한 공간을 위한 새로운 시도

[커버스토리] 일터혁신을 찾아서 ④ 아디다스코리아는 왜 공간을 바꿨을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공간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우리는 아디다스코리아보다 한 발 앞서 업무 공간을 혁신한 사례들을 여럿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글로벌 기업 구글이 그렇고, 페이스북이 그렇다.

이처럼 아디다스코리아가 선도적으로 업무 공간 변화를 이끈 사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아디다스코리아를 주목하고, 아디다스코리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아디다스코리아 구성원들은 우리가 사무실하면 쉽게 떠올리는 ‘칸막이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지난 관습을 뒤로하고 과감히 변화를 선택했다.

혁신을 위한 혁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왜 공간이었을까?

공간을 바꾸고 어느덧 시간은 2년이 흘렀다. 결과적으로 아디다스코리아는 새로운 업무 공간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차츰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 나갔다. 지금부터는 앞서 보여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글로벌 아디다스는 5년마다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발표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아디다스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전략은 ‘크리에이팅 더 뉴(Creating the New,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로, 이를 위한 핵심 가치로 창의성(Creativity), 협력(Collaboration), 자신감(Confidence)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세 가지는 아디다스 구성원들에게 ‘3C’로 불리며, 분기별 직원 성과리뷰에 적용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황혜진 아디다스코리아 조직노사문화/인사(Culture/Employee relations) 부장은 “3C를 구성원 평가에 반영할 경우, 어떻게 3C를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지를 리뷰하는 것”이라며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시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업무 과정에서 협력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6년 7월 사옥 이전을 앞두고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창의성을 발휘하세요. 협력하세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직원들이 3C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3C를 실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회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의 결과, 업무 공간을 ‘뒤엎기’로 결정했다. 정성원 사내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s) 부장은 “동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리프레쉬할 수 있는 휴식 공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업무만을 위한 딱딱한 칸막이 사무실에서 3C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자연스럽게 창의성, 협력,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민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은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180도 바꿔놓았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내 자리’가 없으니 부서별로 모여 앉지 않는다. 공간을 바꾼 아디다스코리아가 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은 딱 한 가지다.

“자신의 업무 패턴과 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매일매일 찾아가서 일을 할 것”

정 부장은 “직원들에게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줬다”며 “예를 들어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도서관 같은 공간, 휴식이 필요할 때는 카페 공간, 다른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는 열린 공간에서 일을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제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은 출근하면 자신의 짐을 개인 사물함에 넣고 업무에 필요한 물건만 챙겨 그날그날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핵심 가치가 있다면 그 핵심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노사가 원 팀(One Team)

지난 2014년 아디다스코리아는 영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처음 도입했다. 영업부 직원들은 사무실에 자신의 자리를 없애는 대신 태블릿 PC를 이용해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은 영업부의 모바일 오피스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모바일 오피스를 시도하면서 오랜 시간 영업부에 남아있던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인 문화로 개선됐고 개인에게 업무의 자율성이 부여되면서 서로 간의 신뢰가 형성됐다”고 평가한다.

영업부 모바일 오피스 도입은 이후 전체 업무 공간 바꾸기의 시발점이 됐다. 처음에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직원들도 영업부의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에 ‘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아디다스코리아는 곧바로 노동조합 대표자를 포함해 각 부서에서 한 명씩 차출된 직원들로 만들어진 태스크포스팀(TFT, Task Force Team)을 꾸렸다. TFT 구성원들은 각 부서별 의견과 요구사항을 회사에 전달했다.

부서별 업무 특성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신명철 아디다스코리아노조 사무국장은 “외근이 주인 부서와 내근이 주인 부서와의 의견 차이가 존재했다”고 답했다. 신 사무국장은 “영업부나 리테일(Retail)처럼 외근을 많이 하는 부서와 달리 내근이 주인 파이낸스(Finance)나 HR에서는 업무공간을 바꾸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황 부장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공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Mindset)을 바꾸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TFT 운영, 설문조사 실시 등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2015년 가을에 구성된 TFT는 약 1년 정도 운영이 됐으며, 약 1년의 고민이 지금의 공간으로 탄생하게 됐다.

· 사용 후에는 책상을 깨끗하게 치워주세요.

· 자리를 맡아 놓기 위해 개인 소지품을 남겨두지 마세요.

새로 바뀐 공간을 위한 에티켓 캠페인이 시작됐다. 황 부장은 “처음에는 바뀐 공간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이 본인의 물건을 자리에 놓고 퇴근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도 여전히 개인 소지품을 남겨두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캠페인을 통해 기본적인 에티켓 지키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디다스코리아의 행보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노사가 한 팀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신 사무국장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누군가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노동조합에서 했다”며 “공간을 바꾸는 과정에서 노사 간 협업도 많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노동조합이 단순하게 임금만 요구하는 수준이 아닌, 회사와 함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원팀(One Team)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간을 넘어 삶의 변화까지

공간을 바꾸기 전, 그리고 공간을 바꾸고 6개월이 지난 시점, 아디다스코리아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두 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두 번의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굳이 미팅 룸을 예약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긴밀한 협업이 가능한 소그룹 미팅이 활성화 되었다는 답변과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새로운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 만나는 비중이 늘어났다는 답변이 증가했다. 또한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편을 더욱 선호한다는 답변도 늘어났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직원은 업무 공간이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어휴, 너무 답답하죠”라는 답변을 즉각 내놓기도 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변화와 혁신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크리에이팅 더 뉴’를 가능케 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신선하고 다양한 관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을 밝혔다. 이를 위해 매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람들에게 아디다스코리아를 직장으로 추천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답변을 모아 스스로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아낸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스포츠를 통해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가치를 내세운다. 그 가치를 직원들에게도 적용하고, 업무를 뛰어넘어 직원들의 삶에도 반영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팅 더 뉴’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디다스코리아의 공간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직원들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아디다스코리아 직원들의 수다>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