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추구하지만 이직 잦은 현대인
안정성 추구하지만 이직 잦은 현대인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7.21 09:11
  • 수정 2018.07.2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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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의미 찾는 개인 VS 평가·성과 집중하는 조직

2018년 한국사회의 화두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이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교체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모두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작 노동은 생계를 이어기가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하고 싶지 않은 것 또는 감추고 싶은 것이 돼 버렸다.

일은 삶이다. 생활의 기반이자 타인과의 연결이며, 나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노동자에게 삶의 질 향상을, 조직엔 높은 성과를 동시에 가져다줄 일터혁신을 말해야 한다. 일터혁신은 단순히 관심을 둬야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한국의 일터혁신 현주소를 진단하고, 일터혁신을 추진 중인 사업장의 사례를 소개, 일터혁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아본다.


[커버스토리] 일터혁신을 찾아서_일에 대한 인식 변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화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자는 세상이 천국이요, 일을 의무로 생각하는 자는 세상이 지옥이다”는 말을 남겼다. 당신은 지금 천국과 지옥 어디서 살고 있는가.

‘조직’ 중심에서 ‘나’로 인식의 변화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힘들다. 2년여 동안 구직활동을 했다는 대학교 4학년 정 모 학생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끝없이 고독해지더라”고 말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는 1,800개의 자소서를 썼고, 소위 입사전문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찾아가 첨삭을 받으며 200여 차례나 자소서를 수정했다.

일자리를 찾는다고 모든 고민이 해결되진 않는다. 금융권에서 일한지 3년차, 올해 서른이 된 이 모 씨는 “회사와 권태기”라며 “요즘은 하루하루 정말 가만히 일 한다”고 말했다. 취업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쳐 힘들게 업무에 익숙해졌지만, 더 이상 일을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쌓였던 회사생활의 피로감이 무기력증으로 이어졌다. 이 씨의 삶은 삭막해졌다.

사람마다 일에 대한 생각과 일의 의미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 동시에 시대흐름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공통된 인식도 관찰된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일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이 컸다. 임금수준이 일의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998년 실시한 조사를 보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갖는 이유를 자신의 가족, 경제적인 자립, 노후대책 등의 순으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었고, 이를 위한 희생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

최근 이 같은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조직과 나를 동일시하던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나’를 찾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신조어인 샐리던트에서부터 퇴사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퇴사학교까지 생겨났다. 국가의 정책 차원에 머물렀던 일과 가정의 양립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줄임말)’이라는 사회적 요구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 절반이 첫 직장 2년 만에 퇴사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퇴사하는 이들이 많다. 2017년 1월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절반가량이 첫 직장을 2년 내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321명이 참여한 해당 조사에서 첫 직장을 퇴사했다고 답한 1,250명(94.6%) 중 2년차 미만이 47.7%에 달했다. 3년 미만으로 기간을 늘릴 경우 퇴적한 누적비율은 62.2%에 달했다.

구체적인 퇴사 시기는 입사 후 1~2년 미만이 2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3년 미만(14.5%), , 6개월~1년 미만(13.7%), 4~5년 미만(10.6%) 순이었다. 이밖에도 3~4년 미만이 9.1%, 6개월 미만이 8.3%로 집계됐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퇴사한 이유는 ‘업무 스트레스’(16.7%)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어 연봉에 대한 불만(13.3%), 공부를 더하고 싶어서(12.4%), 경력관리(12.2%), 상사·동료에 대한 불만(11.5%), 기대했던 일은 배우지 못하고 잡무만 하는 것 같아서(11.4%) 등의 답변이 나왔다.

아울러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퇴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요즘 퇴사 욕구를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6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매우 그렇다'가 35.1%, '대체로 그렇다' 28.4%였다.

퇴사를 생각하는 이유는 '낮은 연봉'(52.1%)과 '낮은 직무 만족도'(30.2%)가 주였다. 이어 과다한 업무량(28.6%), 불편한 상사 및 동료관계(24.1%), 해당 업무의 적성 문제(21.9%) 등의 순이었다.

최근 10년 동안 안정적인 직업과 일의 중요성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6년과 2014년 조사한 ‘한국인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자료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서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돈을 벌 필요가 없어도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인식은 59.5%에서 60.9%로, ‘가능하다면 한 직장에서 평생 동안 일하고 싶다’는 인식은 51.6%에서 61.1%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퇴사와 잦은 이직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과 직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해 적응을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요소와 함께, 지금 현재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인식을 고려해 ‘일하는 사람 스스로가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인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