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저성장 기조, '창의·혁신 일자리' 열쇠 될까?
숨막히는 저성장 기조, '창의·혁신 일자리' 열쇠 될까?
  • 유문선 기자
  • 승인 2018.07.21 09:11
  • 수정 2018.07.29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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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 닳은 클리셰 '창의·혁신'...공허한 메아리는 이제 그만할 때

4차 산업혁명을 알리는 소리 없는 포성 중의 하나가 바로 ‘고용 없는 성장’이다.

요즘 같은 항구적·구조적 실업의 연장선에서 경기의 호황과 불황은 고용과 관계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실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창의와 혁신으로 만드는 일자리』 토론회가 오늘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유문선 기자 msyoo@laborplus.co.kr

청년 실업률이 10%를 오르내리고 자동차·조선 산업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건설업의 회복세는 더디다. 성장세 둔화로 정부는 목표 성장률을 0.1% 내려 잡았다. 불경기가 일상화되어 ‘여름은 덥다’라는 말처럼 평범하게 들리는 지금, 우리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들어섰다.

‘창의와 혁신’은 현 시대에 꼭 필요한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변화를 강조하는 말로 수십 차례 쓰이다보니 정작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융·복합 기술이 일터를 위협하는 현재, 창의든 혁신이든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기에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실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창의와 혁신으로 만드는 일자리』 토론회가 오늘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창의와 혁신으로 만드는 일자리인 ‘창직’을 주제로 한 오늘 자리에는 정계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다. 기관에서는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이 자리했으며 학계에서는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가 토론회의 기조 강연자로 참여했다. 기업 측은 조미진 현대자동차 전무가, 청년 창직가로는 이정욱 위플레이 대표가 각각 발표자로 참여했다. 노동계에서는 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이 종합토론자로 나섰다. 이들 참여자 외에도 기관의 과장급 실무자들과 민간 연구자 등이 참여해 토론회에 의미를 더했다.

기조발언에 나선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창의성만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창의적이어도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혁신’이라는 뜻은 창의성에 행동적인 능력을 포함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조 교수는 “에디슨, 아이슈타인 같은 위대한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를 내는 우리들의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 조 교수의 ‘우리들의 창의성’ 개념은 인식 전환과 비슷하다. 그는 해당 창의성의 예로 ‘스타벅스’로 인한 카페 개념의 변화, ‘스크린 골프’로 인한 필드-실내의 개념 변화의 예시를 들었다.

또한 조대연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역량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흔히 새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이라면 거창한 능력을 생각하지만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들 그걸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그 기술을 혼자 가지고 어떻게 하려는 것보다는 공유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두 번째 발언에 나선 조미진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전무는 ‘마음’의 중요성이 기업 영속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타인과 관계를 통해 자발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런 환경을 통해 집단지성이 발현된다며 관계적 능력 및 집단지성 활용능력에 역점을 두고 설명했다.

전무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60년 간 효율성에 최대 가치를 두고 노력해왔기에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양한 관점이나 생각이 불필요했던 과거의 기업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이제 성원 개개인의 한 방향 정렬이 어렵다. 문제 해결도 한 사람이나 한 부문에서 (노력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스킬이나 지식의 단순 전달보다 동기 부여를 통해 개인의 목표를 기업의 목표와 일치시키는 ‘마인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정욱 위플레이 대표가 토론회 도중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이정욱 위플레이 대표가 토론회 도중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세 번째 주제인 ‘내가 만드는 나의 일자리’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이정욱 위플레이 대표가 발표를 진행했다. 이정욱 대표는 스스로를 이색 스포츠 마케터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사연을 차례로 설명했다.

어릴 적 이 대표는 경북 상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자라다보니 따로 장난감이랄 것이 없었는데 어느 날 tv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외국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 후 그는 그 아저씨를 만나고 싶어 종이비행기를 접게 되었다.

그는 2009년 한강변에서 열리는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대회에 그 남자가 온다는 말을 들은 그는 대회에 참여했지만 아깝게 2등을 기록해 세계대회 참가를 못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29살이 되던 2015년에 동일한 두 번째 대회를 참여했고 결국 1위로 참여했다. 세계 대회를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이 대표는 굉장히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종이비행기도 과학적인 지식과 신체적인 능력이 결합된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대표는 “꿈이 밥 먹여주냐는 말에 밥이 꿈 먹여주냐고 되묻고 싶었다”며 덕업일치 즉, 덕후와 업이 만나 조화를 이룬 자신의 삶에 자신을 갖고 산다고 이야기 한다. 어릴 적 tv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외국 사람을 보고 그를 만나고 싶어 시작한 '종이비행기 날리기'가 후에 자신의 직업이 되었고 회사까지 세우게 된  청년 창직가 이정욱, 그는 이제 이색 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하는 꿈을 꾸고 있다.

한편 이정욱 씨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업자등록 시 직종 구분이 "(기관의) 관리 편의성만 강하고 현장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 것이다. 

끝으로 이정욱 대표는 '창의와 혁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첫 번째로 직업의 세분화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 나라 직업이 처음부터 너무 복합화 되어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일자리 자체가 많다기 보다 그 직업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은 것이라며 직업을 세분화하면 직업량이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그는 직업 수 자체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직'은 새로운 사업 가능성과 직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기존보다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