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가 선택하는 네덜란드 ‘세대협약’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자가 선택하는 네덜란드 ‘세대협약’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7.24 18:10
  • 수정 2018.07.24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민주노총 주관,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토론회 열려

유럽의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사례 소개
레이 델슨 교수, 네덜란드의 ‘세대협약(Generation Pacts)’ 소개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흔히 노동운동의 역사를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말한다. 한국 노동계는 한국(2,071시간)이 OECD 국가별 연간 노동시간 통계에서 멕시코(2,348시간) 다음으로 높은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오랜 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해왔다.

이제 노동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사회는 일자리 창출, 저출산 문제 해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고,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재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올해, 주당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이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민주노총은 23일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2018 서울 세계대회에서 ‘성공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조의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유럽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노동시간 단축과 노조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고령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청년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세대협약’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사례가 소개됐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레이 델슨(Lei Delsen)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 교수는 ‘유럽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주제로 네덜란드에서 시행되고 있는 ‘세대협약(Generation Pacts)’을 소개했다.

세대협약이란 ▲고령 노동자(57세 이상)가 건강하게 오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청년층(35세 미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개인맞춤형 협약’을 말한다.

레이 델슨 교수는 “네덜란드에서는 35세 미만 청년층 50% 정도가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고령 노동자의 경우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고령 노동자의 임금을 절감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민간 부문에서 세대협약을 실시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Tata Steel’을 소개했다. ‘Tata Steel’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퇴직을 5년 이하 남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세대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중량 작업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는 50%의 작업과 기존임금의 90%를 수령하고, 고임금 노동자는 77% 작업과 기존임금의 90%를 수령한다. 이를 통해 절감한 임금은 추가 일자리 창출에 사용된다. 세대협약의 핵심은 고령 노동자가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며, ‘Tata Steel’ 외에도 네덜란드 지방정부에서 진행 중인 세대협약은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네덜란드 지방정부의 세대협약>
퇴직 연령 이전 최대 10년부터 가능
(선택지1) 80% 노동 90% 임금, 연금 납입 100%
(선택지2) 70% 노동 85% 임금, 연금 납입 100%
(선택지3) 60% 노동 80% 임금, 연금 납입 100%
2017년과 2018년에 청년층 일자리 2,000개 창출

레이 델슨 교수는 “건강과, 일과 가정의 양립은 지갑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는 요그 호프만 독일 금속노조 위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서 “전체가 아닌 개인별 노동시간 단축, 일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이 일과 삶의 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인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전체 노동시간 단축으로 까지 우리가 논의를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해외 국가들의 노동시간 단축 경험을 나누고,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시사점을 얻는 토론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