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투쟁, 왜 이렇게 끝까지 한스럽고 슬퍼야 할까”
“13년 투쟁, 왜 이렇게 끝까지 한스럽고 슬퍼야 할까”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25 15:50
  • 수정 2018.07.25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직하는 KTX 해고 승무원, 고 노회찬 원내대표 기리며 투쟁 다짐
ⓒ 7월 24일 공공운수노조의 촛불문화제에서 현장발언에 나선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 7월 24일 공공운수노조의 촛불문화제에서 현장발언에 나선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13년 가까운 투쟁을 하면서 우리의 투쟁은 왜 이렇게 한스럽고 아프고 끝까지 슬플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지막까지 죽음과 가까이 한 투쟁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되어 12년 넘는 시간을 투쟁해온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이 복직 결정에 이어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촛불문화제 자리에서 긴 투쟁의 소회를 밝혔다. 김 지부장은 긴 투쟁을 끝맺는 복직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도 곧이어 알려진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별세 소식에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는 21일 오전 KTX 해고 승무원의 복직에 합의했다.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경력직 특별채용의 형태로 복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양승태 전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나온 뒤에도 그간의 해고 승무원 복직 협의에 난항이 있었다. 지난했던 상황 끝에 노사가 월초부터 공사와 별도 특채 형식으로 복직하는 데 의견 일치를 보면서 협의가 급물살을 탔고 9일부터 5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마침내 21일 복직 합의에 도달했다. 합의 타결 이후 열린 해단식에 많은 이들이 축하의 말을 전했고 조합원들 역시 기자회견에서 기쁨의 눈물로 화답했다.

지난 24일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공공기관 공공성 강화 촛불 문화제 자리에 참석한 김 지부장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현장 발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긴 시간 투쟁에 함께 연대해주신 여러분에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이 편하지가 못하다”며 “조금 전 고 노회찬 의원 분향소에 다녀오면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지부장은 “KTX 승무원의 복직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가신 노 의원과, 자신의 첫 월급의 절반을 KTX 해고 승무원 투쟁기금으로 남기고 간 고 이한빛 PD, 끝까지 함께하리라고 믿었던, 세 살 난 딸을 두고 떠난 우리 조합원이 있었다”며 “복직은 이뤘지만 끝까지 어쩌면 이리도 죽음과도 가깝고, 슬플 수밖에 없는 투쟁인지 모르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23일 불법 정치자금 관련으로 투신한 것으로 알려진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공적 발언은 KTX 승무원의 복직 축하 메시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이전에 보여줬던 노동자 존중의 정신, 고강도 노동과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문제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의 연대 정신, 대법원이 내린 KTX 해고 승무원에 대한 코레일 직원 불인정 판결에 가족들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해고 승무원에 대한 마음의 빚까지 그동안 KTX승무지부의 투쟁 안팎에서 떨칠 수 없었던 죽음의 그림자가 복직이 결정되는 순간까지 이어지면서 승무원들은 복직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짐을 선뜻 내려놓기 어려웠다는 것.

특히 고 이한빛 PD는 대법원의 근로자 지위 불인정 판결로 인해 KTX 해고 승무원들이 4년간의 임금과 소송비 반환의 명목으로 1인당 8,640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월급의 상당량을 투쟁기금으로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부장은 “지금까지 우리를 지지해주고 함께 해준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런 결과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기쁜 소식을 통해 다른 장기 투쟁 사업장들,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려고 하시는 모든 분들에 희망을 주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투쟁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 역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노사가 승무원으로의 복직이 아니라 공사 본사 사무영업(역무) 분야 6급으로의 특별채용 형태에 합의했기 때문에 공사로 돌아가더라도 바로 승무 업무를 맡을 수 없다. 다만 노사는 향후 근무경력 분야 희망에 따라 전환 배치가 시행될 수 있다는 조항을 통해 승무 업무 복귀의 길을 열어 뒀다.

현재 공사는 KTX 승무 업무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했고 공사 내에는 여성 승무원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승무원의 승객 생명 안전 업무에 대한 노사 간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공사 직접고용 협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지부장은 “복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 양승태 사법 농단으로 인한 피해자 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가 처벌받는 그 날까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투쟁 현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 철도노조
ⓒ 철도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