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축구로 다시 만난 남북노동자
3년 만에 축구로 다시 만난 남북노동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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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축구대회, 상암벌에서 열려...올해도 조선직총 팀 압승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남북 노동자들의 손으로 한반도기가 내걸렸다. 통일을 향한 북남 노동자들의 열정은 한여름 폭염보다 뜨거웠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11일 오후 열렸다. 64명의 북측 선수단과 대표단은 10일 오전 도라산 CIQ를 통해 입경하여, 환영식과 만찬, 양대노총 방문, 남북 노동자 3단체 공동 기자회견,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본 행사인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한국노총-조선직총 건설로동자, 민주노총-조선직총 경공업로동자 경기로 나눠 치러졌다.

홍광효 조선직총 통일부위원장,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서종수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 이날 경기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주영길 조선직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대회사와 이창복 615 남측위원회 상임의장, 양철식 615 북측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첫 번째 경기인 한국노총과 조선직총 건설로동자 사이의 경기는 전반전에서 조선직총이 2골을 넣으며 앞서가게 되었다. 북측 공격수들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빠른 움직임과 마지막 순간의 확실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후반 들어 한국노총은 전반 출전 선수 대부분을 교체하며 반전을 꾀했다. 후반전 초반 왼쪽 측면에서 빠른 돌파와 함께 유효 슈팅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나, 초반의 기세가 꺾이자 역습으로 다시 한 골을 허용했다.

무더운 날씨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지쳐가고, 후반전도 소강 상태로 흐를 즈음 다시 한국노총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고 골키퍼는 이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계속해서 오른쪽을 공략했고 드디어 첫 골의 기쁨을 맛봤다.

양 팀 선수들은 결과와 무관하게 가벼운 충돌에도 서로 손을 맞잡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경기 중 근육에 경련을 일으킨 북측 선수들이 벤치로 이동하자 응원단 모두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후 양 팀은 추가 득점 없이 1:3으로 첫 번째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남북의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고, 북측 선수들은 응원석의 관중을 향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두 번째 경기는 민주노총과 조선직총 경공업로동자 사이에 치러졌다.

북측 선수들은 킥오프 휘슬과 함께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미처 수비진이 갖춰지기 전 벼락 같은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최전방 공격수가 머리로 떨군 공을 쇄도하던 공격진이 득점으로 연결한 것.

기습적인 선제골을 허용한 민주노총도 대세를 정비하고 공격진 4명의 선수를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섰지만, 북측 선수들의 안정적인 수비와 볼 돌리기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선직총 선수들은 공을 탈취할 때는 조밀하게 둘러싸고 공격 시에는 빠른 속도와 기량으로 몰아 부쳤다. 민주노총 선수들은 공격 기회를 엿보았으나, 북측 선수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중거리 슛을 때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공격 작업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민주노총 선수들은 몸을 내던져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박수를 받았다. 공격수의 강한 크로스를 머리로 틀어막아 그라운드를 뒹굴던 선수는 고개를 흔들며 재빨리 다시 일어났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양 팀 선수는 서로를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훈훈한 화합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럽기 때문인지 조선직총 선수들은 두 경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실수를 범하면 멋쩍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든지, 좋은 기회를 놓쳤을 때 아쉬워하는 모습은 남과 북 선수들이 매한가지였다.

전반전 절치부심하던 민주노총은 패널티박스 앞에서 강한 중거리 슛을 날렸고 골키퍼가 이를 다소 불안정하게 막으며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쇄도한 공격수보다 골키퍼가 한 발 빨리 공을 부여잡았다. 남의 최전방 선수와 북의 최후방 선수가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조선직총 선수들은 파상 공세를 이어나갔지만 민주노총 수비수들이 라인을 지키며 오프사이드 함정으로 번번이 이를 막아냈다. 전반전을 한 점만 내줬던 것은 이들의 성과였다.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한 장면은 전반전에서 민주노총의 가장 좋은 공격 전개 중 하나였다.

조선직총은 이후 한 점을 더 추가하며 0: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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