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8,350원 힘겨운 결정 과정
시급 8,350원 힘겨운 결정 과정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8.16 09:58
  • 수정 2018.08.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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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폭 및 산입범위 확대 등 논란에 불 붙다

[커버스토리] 최저임금으로 보는 한국사회 쟁점

2019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정해졌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 역시 논란의 연속이었다. 전년 대비 10.9% 인상 수준이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첨예한 대립 가운데, 공익위원들의 손을 빌어(?) 간신히 결정되었다. 시한이 임박해 마라톤 회의를 계속하거나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결정 과정에 대한 항의로 노-사 최임위원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경우도 있다. 올해의 논의 역시 사용자위원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퇴장 속에 결정됐다.

소득주도 성장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 두 번째 최저임금 논의는 인상수준과 함께 산입범위 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한 법 개정 과정이 논란이었다. 과연 어떤 내용들이 거론되었나?

최저임금제도는 노사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최저임금법 제1조에 그 목적이 드러나 있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 :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88년 제도 도입...그동안 재심의는 없었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 1986년 12월 31일, 시행은 1988년 1월 1일부터다.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 선원법에 의한 선원 및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의 소유자를 제외하고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된 것은 지난 2000년 11월부터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임위는 장관의 심의 요청에 따라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20일 이내 그 이유를 밝혀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은 10일 이상이다. 이때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된 안이 최저임금으로 결정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즉시 이를 고시해야 하며 이듬해 1월 1일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측으로부터 제기된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노, 사 양쪽으로부터 26차례의 이의 제기가 있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7월 14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영계는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의 제기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심의/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못 박았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고용 부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이의 제기 사유는 ▲합리적 사유 없이 업종별 구분을 적용하지 않은 점 ▲사업주 지불 능력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 ▲노동계에 ‘협상 배려분’을 주는 등 인상률 산출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 등이다.

이에 대해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위 결정이 항목별로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전체 결정이 합법적이고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췄는지 살펴봤다”며 “독립된 위원회인 최저임금위가 주어진 권한 내에서 적절한 절차로 내린 것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무산되자 이후 회의에 불참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 대해 “위원들이 표결을 거쳐 의결한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위원회가 결정한 항목별로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합법적 정당성을 갖고 움직여야 중립적인 위원회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쟁점에 대해 입장표명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안을 시급 8,350원(월 환산액 174만 5,150원)으로 의결했다. 그 과정에서 주요 쟁점과 의문점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최저임금의 결정 근거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8,350원은 전년 대비 10.9% 인상된 금액이다. 구체적인 결정 근거는 2018년도 임금인상률 전망치(3.8%),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1.0%), 소득분배 개선분(4.9%), 협상배려분(1.2%) 등이다.

 

유사근로자 임금 반영분 3.8%는 매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하는 금년도 임금인상 전망치이다. 소득분배 개선분은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반영이다.

 

산입범위 확대 보전분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이 통과되면서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들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합리적인 수준의 보전분을 반영한 것이다.

 

협상배려분 1.2%는?

 

최저임금이 노사 공익 협상 과정을 거쳐 정해짐에 따라 그 최종 결과가 객관적 지표(임금인상률, 소득분배 개선분 등)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차이를 협상배려분 또는 협상조정분이라고 한다.

 

협상조정분 또는 협상배려분이라 함은 관행적으로 최임위에서 활용해온 산출 근거 중 하나다. 노사공익 3자 협상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최종 의결된 인상률과 객관적 지표(유사근로자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개선율 등)로 설명되는 인상률과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통상 최종 인상률이 객관적 지표로 설명되는 인상률보다 큰 것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잉여(residual)의 개념으로 활용돼왔다. 노동계는 인상률을 올리려 하고 경영계는 낮추려 하고 공익은 이를 조정하는 협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소득분배 관련 기준을 ‘중위임금’에서 ‘평균임금’으로 바꾼 이유는?

 

OECD는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중위임금과 평균임금 두 가지 기준에 대비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OECD는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중위임금이 더 나은 기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격차가 크고 저임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위임금이 선진국보다 저임금 쪽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덜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채택키로 한 것이다.

 

2016년 기준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비교대상 27개국 중 중위임금 대비 약 50%(13위), 평균임금 대비 약 40%(16위)이다. 평균임금의 기준을 1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것은 OECD 통계가 풀타임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 것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일부 사업주의 불복종 투쟁에 대한 입장은?

 

최저임금은 한국에서 꼭 지켜야 하는 임금의 ‘하한선’이다. 설령 근로자와 서면으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면 불법이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를 어기다 적발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또는 지역고용노동청)의 단속이나 근로자의 신고로 최저임금을 어긴 사실이 확인된 사업주는 일단 시정 명령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준 임금을 즉시 지급하라는 명령이다.

 

사업주가 명령을 이행하면 형사처벌은 없다. 그러나 명령에 불응한 사업주는 형사 입건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최저임금의 예외 적용은?

 

최저임금은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국내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다만 가사근로자(가사도우미 등)나 친족사업체 종사자, 장애인 등은 고용부의 허가를 받을 경우 최저임금보다 적게 임금을 줘도 된다.

 

일반 기업의 수습사원도 입사 후 3개월까지는 최저임금의 90%만 주는 게 허용된다. 다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같은 단순노무직은 수습사원이라도 첫 달부터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