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년 3개월째…끝나지 않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文정부 1년 3개월째…끝나지 않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8.16 10:13
  • 수정 2018.08.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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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왜 문재인 정부와 전면전에 나섰나

[리포트] 2018년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과 문재인 정부 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다.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전교조 농성은 40일 차,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농성은 12일 차에 접어들었다. 전교조는 왜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전면전까지 불사하며 다시 길거리로 나왔나.

문재인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월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신정부 들어서면 우선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세대 노동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수백 개의 노동조합 설립을 돕고, 노동자들의 편에서 수많은 노동사건의 변론을 했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가 말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 ‘노동존중 사회’는 촛불을 든 시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문 대통령이 전교조에게 했던 약속은 국정과제에도 녹아났다. 100대 국정 과제의 5대 목표중 하나인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노동존중, 성평등을 포함한 차별 없는 공정사회’ 전략 아래 담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그것이다. 해당 항목에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협약 비준 추진이 명시돼 있다. 앞서 대선 후보시절 냈던 정책 공약집에도 이같은 내용은 동일하게 포함돼 있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제87호는 이미 147개 국가가 비준했다. 총 14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단체를 설립할 권리를 가지며, 관련 단체의 규약에서 정하지 않는 한 사전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 단체에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제2조) ▲노동자 단체는 그 규약을 작성할 권리를 가지며…당국은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과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제3조) ▲국내법은 이 협약에서 규정돼 있는 보호를 침해하는 형태로 적용돼선 안 된다(제8조) 등이다.

전교조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이나 국내법 개정 등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방식보다, 청와대가 이정 정부에서 전교조에 행정처분으로 내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국제협약은 일반적으로 비준 후 1년 내 실정법적 효력을 갖는다. 때문에 국제협약 비준 이전에 관련 입법절차를 마무리하고 충돌하는 국내법을 정리하는 등 정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에도 전교조는 청와대로부터 법 내 노조 지위 획득에 관한 일관된 약속을 받아왔다. 작년 9월 고용노동비서관은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시기에 직권취소 가능하다”고 두 번째 약속을 했다. 이어 같은 해 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교조 법외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이 압승한 뒤 청와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 6월 19일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은 취임 후 전교조와의 첫 면담 자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에 대해) 법률검토 후 청와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로 다음날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아침브리핑 자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난 정부가 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직권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 해고자 문제와 관련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전교조의 법 내 노조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취소 본안사건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받거나, 관련 노동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해고자 문제에 대한 판결이 나와 있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아울러 ILO 핵심협약과 상충하는 국내 교원 노조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부터 오류, 법외노조 해결 의지 없는 것”

전교조는 아연실색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전교조 관련 재판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법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직권취소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려는 주무 장관의 노력을 하루만에 물거품으로 만든 청와대의 태도에 분노하며, “행정부 장관들을 무시하고 매사를 독단적으로 처리해온 박근혜 청와대의 독선적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동법률단체들도 청와대 대변인의 사실괄계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노동위원회’를 비롯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각 노조 법률원 등은 청와대의 논리에 대한 반박 성명을 냈다. 이들은 “청와대는 기초적 사실관계부터 오인하고 있다. 사실관계 파악이 부족한데 직권취소 가부에 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며 “이후 대변인이 표현을 일부 정정했지만 기본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내린 것에 맞서 즉각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본안)’과 ‘효력집행정지소송(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 임시처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에 대한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교조가 2016년 상고장을 제출한 이래 2년 5개월째 본안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해고자 소송’이라고 지칭한 사건도 모두 하급심에 계류 중이다. 법외노조통보 이후 노조 전임자를 계속하는 교사에 대해 대규모 직권면직처분이 내려진 바는 있지만, 이 또한 해당 건에 대한 취소소송 대부분은 1심에, 일부는 항소심에 계류 중인 상태다. 가처분신청은 하지 않아 이와 관련해 나온 법원의 결정도 없는 상황이다.

또 노동법률단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청와대의 직권취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청와대가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행정법의 가장 기초적인 기본원리도 오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처분을 내린 행정청은 자신이 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위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언제든지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원이 판결로 처분을 취소할 수도 있지만 행정청이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으며, 두 가지 사이에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어느 쪽이든 먼저 처분을 취소하면 그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다른 쪽은 더 이상 처분을 취소할 실익이 없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법외노조 통보 자체의 논란

시민사회단체들과 종교계, 진보정당 등도 잇따라 전교조의 법외노조는 청와대가 직권으로 취소해야한다는 데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는 이미 여론이 박근혜 정부 당시 이루어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음에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던 2013년, 이미 14년 동안 법 내 노조로 활동하며 6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두고 있었다. 또한 전교조는 1989년 결성 이래 해직된 교사를 조합원에서 배제한 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전 정권에서 문제 삼지 않았던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었다. 다만 1999년 국회에서 의결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룰(이하 교원노조법)’은 제2조에서 조합원의 자격을 현직교원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조합원의 자격은 노조의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해야하는 문제라며, 관련 법 규정 폐지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수차례 한국 정부에 권고해왔다. 작년 9월 7일에도 가이 라이더 ILO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상관없이 해결되어야 할 국제 상식”이라며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국제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 본안사건에 대해 ‘법외노조’ 판결을 내렸다. 당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해직교사 몇 명이 조합원으로 있다고 몇 만 명이 속한 조합에게 법적 보호를 박탈(법외노조로) 한다면...몇 명의 국회의원이 형사처벌까지 받고 의원자격까지 박탈당한 새누리당부터 ‘법외정당’으로 처리하고 볼일이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변도 논평을 통해 “역사의 시계바늘을, 민주주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 판결”이라고 규탄하며,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행정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해고교원의 존재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산업직종별 노동조합에서 해고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판례는 교원의 노동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교원노조의 초기업단위 노조로서의 특성과 비례원칙 위배 소지를 지적하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전교조 본안소송과 법외노조통보 효력집행정지 소송은 모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행정처분 취소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직접 만나 확인하고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청와대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관련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교원노조법을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하려고 해도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의 법률 개정은 녹록치 않다. 혹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기존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개정법이 바로 소급되는 것도 아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법외노조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직무유기 선언을 한 것”이라며 “야당의 반대로 교원노조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시간끌기로 지난 국정농단 정권의 적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입법과 대법원 판결을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의 부당한 행위에서 시작된 현 상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하기 위해 직권취소로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법외노조 사태 해결을 위해 전교조는 지난해 97일간의 농성과 삼보일배, 삼천배 등을 했고, 올해도 38일째 농성과 10일째 위원장 단식, 조합원 삭발 투쟁 등 사생결단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때려죽이고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를 말려죽인다”며 전교조와 끝까지 연대해 온전한 노조할 권리를 쟁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