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사법거래 의혹으로 국면 전환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사법거래 의혹으로 국면 전환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8.16 10:19
  • 수정 2018.08.16 10: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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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왜 전교조 활동을 하나

[리포트] 2018년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②

민주주의 국가의 기초는 삼권분립에 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와 행정권을 가진 정부 그리고 사법권을 가진 법원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했던 당시 대법원과 청와대 간의 사법거래가 오갔을 것으로 의혹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문건이 공개됐다.

사법농단 시국토론회에 나선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은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그 민주적 정당성의 근거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다수가 보호하지 못하는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보루라는 점에 있다”며 “사법부의 신속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현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엄정한 진상규명이다”고 강조했다. 부적절한 거래 의혹이 불거진 판결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과 관련된 소송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거래 의혹, 새 국면 열리나

지난 5월 2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하 특별 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을 청와대와 거래하기 위한 주요하게 검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에 확인된 전교조 사건 검토 시기는 항소심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 효력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받아들여진) 이후 고용노동부장관이 불복해 재항고심이 진행 중일 때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대법원의 최대 현안은 상고법원을 입법 추진 → 이에 대해 BH(청와대)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지원이 절실한 상황임”이 적시돼 있고,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인용, 즉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다시 살리는 결정이 “양측에 윈윈(win-win)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검토하고 있다. 이때 양측은 대법원과 청와대를 뜻한다.

대법원은 효력집행정지 신청뿐만 아니라 후속조치로,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이하 본안)’에 대한 지침도 정했다. 앞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효력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가 다가오는 법원 정기 인사 시기에 “교체(법원장 발령) 가능성 높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함”, “대법원의 재항고 사건의 처리결과가 본안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특별조사단은 대법원이 ▲청와대의 입장을 분석한 후 상고법원의 입법 추진 등을 위해 재항고를 인용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 ▲그 결정시기는 통진당 위헌 정당해산심판 선고기일 이전에 해야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보고함 ▲대법원의 재항고 인용 결론이 후에 대법원의 본안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결론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함 등 지적하며 “실행 여부를 떠나 검토 그 자체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민변도 “현재의 전교조 법외노조 상태는 정부의 전교조 탄압에 사법부가 협력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설령 정부에서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하더라도 그 부당성을 부인할 수 없고, 마땅히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교조는 “2016년 초 공개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정부 주도로 전교조 법외노조가 노골적으로 추진된 정황이 있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는 행정부-사법부의 부당거래 혐의를 입증하는 범죄 증거”라고 주장했다.

교사들 전교조 활동 이유…“더불어 사는 삶, 참교육 하고파”

지난 6일 전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2,000여 명이 일시에 조퇴·연가를 소진해 청와대 앞에 모였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청와대가 직권으로 취소할 것을 촉구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교원노조법상 단체행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교원노조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파업인 셈이다. 가까운 수도권에서부터 충북, 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17개 전교조 지부 곳곳에서 간부와 조합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짧게는 1시간, 많게는 5시간이 걸리는 상경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왜 전교조 활동을 할까. 물론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조를 결성하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노조 활동 여건이 열악하다면 그 권리 행사를 스스로 택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사전 집회 시작 전 근처 공터에 둘러 앉은 조합원들에게 전교조 활동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교사 생활 20년 차인 권미령 충북지부 조합원은 “전교조는 공공성을 가져야하는 교사 조직이다.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만을 대변하는 노조가 아니라 교육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입시에 시달리며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제자들을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국 교육을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조직이 전교조”라고 답했다. 이어 “노동자가 노조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동안 국가에서 교사의 노동권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아 제약을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해왔다. 권리를 찾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2012년에 교사 생활을 시작한 구현모 충북지부 조합원도 “전교조 내에 다양한 공부 모임이 있는데, 선생님들이 모여 함께 연수를 듣고 수업 자료를 공유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대통령이 당선되면 법외노조를 철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려고 나왔다”고 밝혔다

김명동 경북지부 지부장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서 해직된 교사다. 50대 중반인 그는 포항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했다. 김명동 지부장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어서 전교조 활동을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들을 통제하고,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국민들의 권리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중심에 뒀던 권력자들은 전교조를 탄압해왔다”며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써야하는 집단은 교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교사가 양심을 지키며 행복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권리가 있는데, 현대 교육은 아직까지 경쟁에만 집중한다. 학생들에게 사귐과 어울림, 배려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부족하다”며 “전교조는 1989년 출범 당시부터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활동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통제와 감시에 단호하게 맞서고,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같은 지역에서 온 정희철 퇴직 교사는 “민족민주인간화 교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화 교육”이라며 “민족 정체성이 없고 민주화되지 않은 학교 현장에서 인간화 교육을 할 수 없다. 앞의 두 가지는 조건이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화 교육이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아는 협동하는 사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런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금까지 전교조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文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전교조 창설 멤버인 정 씨는 정년 후에도 전교조의 명예조합원으로 남았다. 그는 경북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과거, 사립학교 재단 구조와 운영, 비리 등을 척결하고자 나섰던 것이 전교조 활동의 시발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권이 전교조를 탄압하고, 보수 성향의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전교조에 선입견을 덧씌우는 보도를 하면서 현재 전교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날 전교조가 전국교사결의대회 사전집회를 열었던 시청 광장 근처의 한 70대 상인은 전교조를 향해 “종북세력, 점령군”이라며 “나라 꼬라지가 이래서 되겠는가”라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경 경기지부 조합원은 전교조에 대한 색깔론을 입히고 왜곡하는 사람들보다 더 걱정되는 지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바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것 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이들이다. 이영경 조합원은 “현 정부의 성공이 필요한 시점, 동력이 만들어져야하는 시점에 전교조가 너무 자기들의 주장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물론 전교조 내부에서도 이 같은 지점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합법노조였다가 비합법노조가 된 합리적이지 않았던 상황을 알리고, 원래 자리였던 법 내 노조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에 다수의 조합원들이 동의했고, 전국에서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안성혜 경남지부 조합원은 “청와대의 보폭이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전교조의 걸음 폭보다 너무 좁다”며 “전교조의 법외노조 사태를 해결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전교조 법외노조와 관련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우리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법의 판결을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안 조합원은 스스로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가 자기들이 지금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발밑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 지 걱정이 된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가는 것에 주저하거나 시기를 늦춰선 안 된다. 지난 정권의 잘못을 빠르게 바꿔내야 경제도 살리고 다른 부분에서 의미 있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외노조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 지속돼”

2013년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직후 교육부장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휴직 사유 소멸 통보 및 후속조치 이행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전교조의 노동조합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전교조가 단체교섭과 같은 노동조합으로서의 권한을 상실했음을 밝히며, 노조 전임자의 휴직허가 취소와 후속 조치 사항을 따르라는 내용이었다. 가장 먼저 전교조 본조와 각 지부는 사무실 임대료 지원금 52억 원 가량을 반환해야 했다.

법정으로 옮아간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관련 판결이 나올 때마다 노조 전임자 인정 여부 문제가 반복되면서 해직교사들이 양산됐다. 지난 2016년에만 33명이 직위해제 상태로 노조 전임 활동을 했다. 올해도 교육부가 노조 전임 신청 불허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10명이 추가로 직위 해제됐다. 현재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전교조 노조 전임자 인정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려 상이한 판단과 징계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교조는 해직에 따른 임금 등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손해비용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법외노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학교현장에서 조합원들은 일부 관리자들의 탄압을 받으며 심리적인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법외노조를 철회하지 않아, 전교조가 입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며 “현 정부는 이전 정부가 5년 전 자행했던 법외노조 통보라는 폭력행정을 스스로 직권취소함으로써 노동적대노조파괴라는 적폐를 청산해고, 교육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 단식 농성 10일을 넘긴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의 지난 활동은 정당했다”며 “19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며 죽어간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가서 죽어간 아이들이, 팽목항 맹골수도에서 죽어간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숨 쉬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취소를 위한 투쟁 말고도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여전히 암흑인 세상에서 전교조는 교육 개혁을 추동하는 정부의 파트너로서 참교육을 위해 끝까지 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공무원과 교원 등 하는 일의 특성상 노조법상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과거 특별 권력관계라고 하는 매우 특별한 이론을 기반으로 군사주의 문화 속에서 노동권을 제한해야한다고 한 이론이 있었다”면서도 “이제 노동3권은 모든사람들에게 기본권으로서 보장해야한다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흐름이다. 공무원과 교사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기본 정신은 이미 제정헌법에 천명돼 있고, 앞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한국사회도 필연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