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간 상반기, 마냥 낙관적일 수 없는 하반기
빠르게 지나간 상반기, 마냥 낙관적일 수 없는 하반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8.16 10:25
  • 수정 2018.08.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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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조선산업 상반기 진단과 하반기 전망

 

[리포트] 조선산업 상반기 진단과 하반기 전망

2018년에도 조선 산업은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수주 절벽을 벗어나 고무적인 수주 회복세를 보이는가 했더니 지난 2016년 수주 절벽 여파가 올해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정권이 바뀐 이후 정부도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 ‘조선산업 발전전략’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조선산업 살리기에 발을 맞추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올해야 말로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는 노조와 경영정상화 전까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회사의 줄다리기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일감 나누기, 유휴 인력 해결, 매각 등 해결해야 할 노사 과제는 산적해 있다.

수주회복에도 해뜰날은 아직

2018년 국내 수주는 2017년에 이어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주 회복은 2017년부터 예상했던 일이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이견은 없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조선해양·기자재산업 부연구위원은 국내 수주 회복의 주요 요인으로 후판 가격 상승과 LNG운반선의 시황 회복을 꼽았다.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동안 낮은 가격을 유지했던 벌크선과 탱커, 중형 컨테이너선의 선가가 상승했으며, LNG 물동량 증가 예상은 LNG운반선 발주 증가로 이어졌다. 이처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LNG운반선, 탱커, 컨테이너선 등의 선종은 중국이나 일본 조선사보다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수주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주 회복 기세가 오르자 올해 상반기 누적수주실적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80억3,500억 달러 규모의 선박 87척(410만CGT)을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발주량에 41%에 해당하는 규모로, 동기간 중국은 72억6,500억 달러 규모 선박 157척(359만CGT)을, 일본은 20억9,300억 달러 규모 선박 36척(113만CGT)을 수주했다. 한때 수주실적에서 한국을 앞질렀던 중국은 자국 조선소에 주로 발주하는 중국 해운사의 발주가 감소하면서 한국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한국은 업황 회복에 따라 수주실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현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도 누적수주실적 세계 1위 자리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환경규제 강화도 수주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에 대한 황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규제할 것을 밝혔다. 워싱턴 소재 로펌 리드 스미스(Reed Smith)가 선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환경문제 대응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답변했을 정도로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선주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선주들은 2020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저유황유 연료 사용 ▲LNG 연료 사용 ▲스크러버(Scrubber, 탈황장치) 설치 등 3가지 대응 방안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중 LNG 연료 사용과 스크러버 설치는 신규 선박 발주로 이어져 수주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스크러버 설치 의뢰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346건이었던 스크러버 설치 의뢰가 지난달 기준 873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등 신규 선박 발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는 이르다는 진단도 함께한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국내 수주가 회복세는 타고 있으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수주 회복은 기대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역산을 해보면 2020년 환경규제를 대비하기 위한 신규 선박 발주는 올해 상반기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신규 선박 발주량이 기대보다 많지 않다”며 “선주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하지 않고 당분간 저유황유 연료를 사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회복세를 타고 있는 수주와 달리 생산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꼈다.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에서 건조까지 1~2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수주가 건조로 이어지는 시기는 2020년 전후다. 특히, 올해는 수주 절벽으로 대표되는 2016년의 영향을 직탄으로 맞는 해이며, 2016년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절벽으로 인한 사업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은창 부연구위원은 “수주가 회복되기 시작한 2017년 상반기 물량은 2018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도가 이루어 진다”며 “생산은 2018년 하반기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규모는 369만CG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2018년 하반기는 생산 측면에서 최악의 기간이므로 이 시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새 정책에 닻을 올리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조선산업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들을 차례로 내놓았다.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해 수주 경쟁력 향상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선박 신조 발주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에서는 이 두 개의 정책을 두고 “큰 그림만 있을 뿐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상반기 정부 정책 후속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발주’와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이다. 지난 6월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20척(3조 원 규모)의 건조사를 선정했다. 23,000TEU급 7척은 대우조선해양, 같은 23,000TEU급 5척은 삼성중공업, 14,000TEU급 8척은 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 이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후속조치 중 하나로, 정부는 2020년까지 총 200척의 신조 발주에 약 3조 원을 지원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본격 출범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정부의 선박 신조 발주 지원 계획에 발맞춰 선박 건조비용의 30%를 투자하거나 일정액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들어간다. 한국은 중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선사들의 국내 수주가 저조한 편에 속하는데,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 활동을 통해 국내 선사들의 국내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

이은창 부연구위원은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발주 외에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정부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과 해운사 선박 확충 지원 프로그램 시행도 국내 조선 수주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험난하다 교집합 없는 노사 단체교섭

이러한 외부 환경 속에서 사업장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중에서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이 더 필요하다는 회사 측 입장과 최근 회복하고 있는 수주 등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고통분담을 끝내야 한다는 노조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박근태)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총고용 보장 등을 요구했으며, 현대중공업 사측은 임금 동결 및 임금 20% 반납, 월차·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지각이나 조퇴 시 임금 감액 등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유휴 인력 문제까지 터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말 나스르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해양사업부 일감이 완전히 소진됐다. 해양사업부의 마지막 수주는 2014년 하반기로, 이를 마지막으로 신규 수주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기본급을 올리고 성과 및 격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임금 동결과 최소한의 고통분담인 기본급 20% 반납”을 호소했다. 이어서 해양사업부 17개 조직을 6개로 축소 개편하고 임원 축소도 함께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해양사업부에는 정규직 노동자 2,600명(생산직 노동자 1,800명, 사무직 노동자 800명)과 사내하청 노동자 3,000명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유휴 인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한차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경험한 바 있는 현대중공업지부는 “현재 조선사업부의 수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육훈련, 휴직, 일감 나누기 등을 통해 해양사업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총고용 보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차 노사 단체교섭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부 유휴 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급 휴직 추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가 개악안을 제시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결국 여름휴가 전 타결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현대중공업 노사는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여름휴가 이후 더 큰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기본급 4.1% 인상 ▲임금체계 제도 개편 ▲단체협약 갱신 ▲사내하청 처우 개선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을 요구한 반면, 회사는 ▲임금동결 및 10% 반납 ▲복지 혜택 축소를 제시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결과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서 쟁의권을 획득했으며,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3.4%의 찬성표를 얻었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대우조선해양 노사 역시 여름휴가 이후 단체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