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로 나온 교사들을 교단으로
길거리로 나온 교사들을 교단으로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8.16 10:32
  • 수정 2018.08.1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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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교사, 사고 친 학생을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전교조가 출범한 1989년, 지금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교부가 작성한 ‘전교조 교사 식별법’에 나온 사례 중 일부다. 권력자의 말이 곧 법이었던 군사정권 시절, 학교 현장에도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분위기가 만연했다. 교육자적 양심조차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던 시대였지만, 교사들은 교육민주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정부는 교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교사들의 기본권을 제약했다.

정부가 전교조 교사들을 구별하고자 했던 이유는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전교조 결성 후 두 달간 전국 130개교 중고생 12만여 명이 전교조 가입교사의 징계철회 등을 촉구하며 200차례 시위를 벌였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질수록 정권의 탄압은 더 거세졌다. 참여정부 시절 활동한 국정원 과거사위는 “정부는 교사들의 전교조 관련 단체활동을 교사들의 권리문제가 아닌 안보적인 관점에서 다뤘으며, 전교조 조직 와해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은 엄혹했던 시절을 지나서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아 ‘법외노조’ 통보를 내렸다. 당시 전교조 조합원은 6만 명, 해직교사는 9명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은 노조 스스로 정해야 한다”며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교원노조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만이 법외노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행정부가 내린 처분을 행정부가 직권취소하는 것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는 법조계의 설명에도 시종일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단에 서야할 교사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폭염 속 전교조 조합원들은 촛불정부가 들어선 지금, 법외노조 취소 투쟁이 아닌 참교육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땅히 나아가야할 길을 앞에 두고도 애써 먼 길로 둘러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녕 그 길로 나아갈 뜻이 있는 것인가.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가 흘러가는 양상을 보면서 정부에게 스스로를 촛불 정부, 노동존중 정부라고 칭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